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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세의 차트BTS가 연달아 빌보드 핫100차트 정상을 질주하고, 드레이크의 새 앨범 수록곡들이 ‘줄 세우기’에 성공하면서 현재 음악 산업에서 빌보드가 가진 위상을 생각하게 된다. 아니, 차트의 의미 그 자체를 다시 보게 된다.  원더걸스, 싸이에 의해 빌보드가 아주 머나먼 얘기가 아니게 된 시점까지만 해도 빌보드는 음악 산업의 절대적 권위자와 동급처럼 여겨졌다. 시장을 유리장처럼 투명하게 반영하는 존재라 생각돼왔다. 실제로 그렇기도 했다. 1950년대 이후 팝의 역사를 예술과 시장, 두 개의 관점으로 정리한 밥 스탠리의 명저 <모던 팝 스토리>에서 과거의 차트는 가치를 알려주는 지표로 활용된다. 하나의 위대한 노래가 동시대 차트에서 어떤 노래들과 겨뤘는가를 확인해줌으로써 장황한 수사 없이도 설명을 끝낸다. 빛이 있는 곳에는 어디나 어둠이 있는 법. 인간은 욕망의 동물이고 어떻게든 제도의 틈새를 찾아 자신의 욕망을 꽂아넣기 마련이다. 미국 음악 차트의 역사에서 첫 조작의 시도는 1950년대에 있었다. 새로운 음악적 조류였던 로큰롤을 적극적으로 방송에서 틀며 흑인 음악을 백인 청년들에게 이식했던 DJ, 앨런 프리드는 척 베리와 엘비스 프레슬리의 시대를 대표하는 DJ였다. 하지만 1959년, 그의 커리어를 한 방에 끝내버리는 사건이 터진다. 그는 하원 청문회까지 섰으며 3만 달러 뇌물 수수와 탈세 혐의로 인해 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 일련의 과정은 ‘페이올라(payola) 스캔들’이라 불리며 음악계의 불법적 뇌물, 또는 음악 시장의 검은손을 일컫는 대명사가 된다 (지금은 그에 대한 탄압을 로큰롤이 퇴폐 문화라 여겼던 기성 세대의 개입으로 보는 해석도 있다). 이 사건 이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는 라디오 재생 횟수와 관련된 규제를 만들었다. 음악 산업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면서 투명한 시장을 위한 각종 장치와 기관들도 나타났다. 하지만 음반과 방송이라는 단순한 지표만으로 차트를 집계하던 과거와는 달리, 다운로드를 거쳐 스트리밍, 그리고 유튜브와 틱톡 등 다양한 플랫폼과 미디어가 기존 음악 시장에 등장하게 되면서 상황은 많이 달라진 것처럼 보인다. 당장 올해의 상황만 봐도 우려할 만한 징후가 있었다. 미국 음악지 ‘롤링 스톤’은  래퍼 지 이지(G-Eazy)의 매니지먼트 팀이 지난 2019년  돈을 지불하고 스트리밍 횟수를 사는, 쉽게 말해 사재기를 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재기를 제안한 디지털 마케터는 지 이지의 매니지먼트 팀에게 월 3만에서 5만 달러를 받고 2억 회 이상의 스트리밍 횟수를 늘려주겠다고 했다고 한다. 몇 년전 한국에서도 큰 논란이 된 음원 사재기의 미국판이다. 스포티파이를 비롯한 유력 음원 업체들은 조작행위를 강력하게 처벌하고 있지만, 역시 보도에 따르면 허점이 있다고 한다. 이런 명백한 불법이 아니더라도 이른바 ‘음원 덤핑’이라 불리는, 발매 후 몇 주 기간이 지난 후 음원 가격을 할인하거나, 아니면 싱글 발매와 더불어 다양한 리믹스 버전을 내놓는 식으로 합법의 틀 안에서 스트리밍 횟수를 끌어 올리는 행위는 공공연하다. 영국 출신으로 빌리 아일리시, 아리아나 그란데와 함께 지금의 팝 계를 이끌어가는 두아 리파가 지난 해 발표한 ‘Levitating’은 약 20여종의 리믹스 버전이 함께 나왔다. 왜 그럴까. 빌보드를 비롯한 해외 차트들은 리믹스 버전을 별도로 집계하지 않는다. 즉,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리믹스 버전을 듣는다고 해도 원곡을 들은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리믹스 버전이 많을 수록 차트 순위를 올리는 데 유리해진다. 전통적인 시각에서 보면 빌보드의 권위는 분명히 예전같지 않다. BTS가 몇 주 동안 핫 100 1위를 차지하고 있을 때, 외신에서는 이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산업에 의한 조정’이 아니라 순수한 팬덤의 힘으로 이룬 성과라 봤기 때문이다. 또한 이 말은, 현재의 음악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성공 요소는 강력한 충성도를 가진 팬덤을 확보하는 것에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레거시 미디어와 대형 음반사라고 하는, 중원의 지배자가 시장 영향력을 상실한 이후 춘추전국의 시대가 열렸다. 뉴 미디어를 기반으로 기존의 시장 바깥에 있던 존재들이 중앙으로 치고 들어온다. 덤핑, 리믹스, 나아가 사재기와 끼워팔기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뮤지션을 강력히 소비하고 지지하는 팬덤은 기존의 팝 패러다임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다. 대중과 팬덤이 일찌감치 분리된 한국에서 탄생하고 세계로 퍼지고 있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와 현재의 차이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일일공일팔 컨텐츠본부장(noisepop@hanmail.net) 


국민의힘, 다시 직면한 '탄핵의 강'국민의힘이 '탄핵의 강' 앞에 다시 섰다. 국민의힘 대선 토론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놓고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며 탄핵의 정당성을 흐리는 발언들이 나오면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도 당연하다는 듯이 제기됐다. 박 전 대통령을 등지고서는 당의 핵심 지지층이 있는 대구·경북(TK)의 보수 민심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후보들의 판단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해 '배신자 프레임' 공세를 받고 있는 유승민 후보는 지난 26일 TV토론에서 윤석열·홍준표 후보를 상대로 반격에 나섰다. 윤 후보를 향해서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 45년 구형을 했던 게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몰아붙였고, 홍 후보에게는 박 전 대통령을 '향단이'로 지칭한 것도 모자라 "탄핵당해도 싸다"고 말한 점을 문제 삼았다. 유 후보는 자신이 배신자 공세에 시달리고 있지만, 윤석열·홍준표 두 사람이야말로 '진짜 배신자'라는 점을 의도한 노림수다. 일종의 '물귀신 작전'으로도 볼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이제 후보들 모두가 동의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박 전 대통령을 직접 수사한 윤 후보조차 "그 정도 했으면 이제 댁에 돌아가게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윤 후보는 당시 검사로서 맡은 소임을 다한 것이라면서도 "사면은 정치적 문제"이기 때문에 '판결과는 별개'는 입장이다. 미래 담론을 중심으로 논쟁이 펼쳐져야 할 대선 토론회가 '박근혜 탄핵'이라는 과거에 발목이 잡혀 있다. 이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바랐던 방향도 아니다. 전당대회 당시 당의 심장부인 대구에서 "탄핵은 정당했다"며 탄핵의 강을 건넜던 이 대표로서는 현 상황이 씁쓸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 대표는 "여야를 불문하고 탄핵의 강에 들어가는 쪽이 (대선에서) 진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 같은 염려에도 대선 후보들은 이미 탄핵의 강에 발을 담그기 시작했다. 탄핵 책임론에 대한 문제 제기에 이어 박 전 대통령을 사면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주자들의 입장도 정리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해 잘잘못을 따지는 후보들의 발언은 이제 일상이 됐다. 특히 사면 관련해서는 대선 공약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회를 거듭할수록 당심 비중이 높아지는 국민의힘 경선 일정을 고려하면 박 전 대통령 지지층을 비롯한 보수 표심에 기대려는 '집토끼' 전략으로 봐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이 여전히 대구·경북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전략이 딱히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다만, 백 번 양보한다 해도 국민들이 지켜보는 TV토론에서 주된 화두로 끌어올릴 내용은 분명 아니다. 탄핵 이후 '잘못했다', '변하겠다'고 용서를 빌었던 것도 어제 일이 됐다. 20대와 30대, 젊은 층이 지난 4월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에 지지를 보냈던 것은, 공정을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위선에 가득찼던 집권여당의 내로남불에 대한 분노 때문이었다. 이들이 다시 탄핵 탓을 하는 국민의힘에 표를 몰아줄 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민심은 변할 수 있기에, 무섭다.  이러한 점에서 국민의힘 대선 후보들은 지난 6월 당시 이준석 당대표 후보의 발언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제 손으로 만드는데 일조한 박근혜 대통령이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을 배척하지 못해 국정농단에 이르는 사태가 발생하게 된 것을 비판하고, 통치불능의 사태에 빠졌기 때문에 탄핵은 정당했다고 생각한다. 제가 당 대표로 직을 수행하는 동안 공적인 영역에서는 사면론 등을 꺼낼 생각이 없다." 박주용 정치부 기자(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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