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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1.21 (화요일)

전과자를 울리는 적폐전재경서울대 글로벌환경경영전공 겸임교수현재 한국사회의 최대 화두는 '적폐청산'이다. 적폐청산의 소용돌이는 정치권은 물론 사회·경제·문화 등 모든 분야로 비화됐다. 청산대상으로 지목됐거나 적폐청산에 동의하지 않는 다른 한쪽에서는 이를 정치보복으로 규정한다. 적폐는 사실 개인관계에서도 존재한다. 부모와 자식, 부부 또는 친구 사이에 한 번 잘못한 일을 가지고 두 번, 세 번 계속 나무라면 관계에 금이 갈 수도 있다. 물론 같은 잘못을 되풀이해서 지적을 스스로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상대방이 잘못한 일에 대한 기억을 뇌리 속에 담아 놓는 낙인효과와 연상작용에 기인한다. 한 번 나무랐던 일을 기억, 되풀이해서 비난하는 경우가 많다. 법률 세계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복수(Revenge)'라는 관념은 복수의 응어리가 다 풀릴 때까지 반복적으로 전과자를 응징하려 한다. 이를 무한정 허용하면 전과자는 영원히 고통 속에서 살게 된다. 그래서 형벌제도는 한 번 처벌한 잘못에 대해서는 되풀이해서 처벌하지 못하도록 원칙을 정했다. 헌법에 규정된 '이중처벌 금지(Double jeopardy)' 원칙이다.   87년 체제에서의 헌법 제13조 제1항은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형사법 학자들은 이를 "처벌을 형벌로 보아 하나의 범죄에 대해서는 두 번 형벌에 처하지 아니하면 족하다"고 해석한다. 그러나 헌법 학자들은 헌법이 규정한 처벌을 형벌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처벌을 넓은 의미의 '불이익'으로 볼 경우, 하나의 행위를 원인으로 해서 그 당사자에게 형벌과 그밖의 불이익이 되풀이되면 이중처벌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진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징역형을 마친 범죄자에게 거주를 제한하거나 취업을 제한하는 조치 등도 이중처벌에 해당한다. 그런데 법 집행 당국자들의 눈에는 이중처벌로 전과자들이 흘리는 눈물이 잘 보이지 않는다. 보호관찰법(제3조)에 따라 선고유예나 집행유예에 부가되는 보호관찰은 주거와 직업, 생활계획, 기타 필요한 사항을 관할 보호관찰소의 '장(長)'에게 신고하도록 되어 있다. 이때 보호관찰을 받는 대상자가 일탈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그밖의 불이익이나 자격 제한을 두지 않아 이중처벌의 시비를 낳지 않는다. 가정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제40조)에 따라 가정폭력 행위자가 피해자 또는 가정구성원에게 접근하는 행위의 제한 또는 가정폭력 행위자가 친권자인 경우 피해자에 대한 친권 행사의 제한과 같은 보호처분은 가해자나 범죄자의 폭력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있을 경우에 내려지는 처분으로 합리성이 인정된다. 형법상 내란이나 외환의 죄 또는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에 대해 보안관찰법(제4조)에 따라 부과되는 보안관찰은 관할 경찰서장이 피보안관찰자의 동태를 관찰하고 사회에 복귀하도록 선도하는 활동이기 때문에 당사자에게 직접적인 불이익을 부여하지 않는다. 반면 국가공무원법에 따른 임용의 제한은 이중처벌의 시비를 낳을 수 있다. 국가공무원법(제33조)은 파산 선고를 받고 복권되지 아니한 자와 금고 이상 형의 선고유예 기간 중에 있는 자 또는 법원의 판결 또는 다른 법률에 따라 자격이 상실되거나 정지된 자에 대해서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파산과 선고유예 또는 자격상실·정지는 그 자체만으로도 결격사유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당사자가 해당 기간 동안 공무원에 임용될 수 없음은 당연한 이치다. 또 파면처분을 받은 때로부터 5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 또는 해임처분을 받은 때부터 3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에 대한 임용제한도 국가공무원법의 취지에 비춰 합리성이 충분하다. 파면이나 해임된 자를 바로 임용하는 것은 오히려 파면·해임 처분을 무의미하게 만들 것이다. 그러나 금고 이상의 형 집행이 종료된 후 5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같은 법 제33조 제3호) 또는 집행유예 기간이 종료된 후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같은 법 제33조 제4호)에 대해서도 임용을 제한하는 것은 합리성이 없다. 수형자에 대한 공무원 임용의 제한은 형법이 규정한 자격정지(형법 제41조 제5호)와 다를 바 없으므로 형 집행 이후에도 자격 제한은 정당하지 않다. 하나의 행위로 한 번 형벌을 받은 자에게 자격정지 처벌을 부가하는 것은 명백한 이중처벌에 해당한다. 교정법리에 따르더라도 자격정지를 덧붙이는 것은 본형의 집행이 수형자에게 효과가 없었음을 예단하는 일종의 적폐다. 그보다 더 큰 적폐는 이중처벌이 다른 법률들에 의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공무원법(제10조의 4호)은 국가공무원법(제33조)에 해당하는 사람이 교육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이것도 모자라 사립학교법(제57조)에서는 사립학교의 교원이 교육공무원법에 해당하면 당연 퇴직된다. 이중처벌을 금지하는 헌법 정신에 따라 국가공무원법 제33조 제3호의 '5년 및 제4호의 2년'이라는 유보기간은 삭제됨이 마땅하다.전재경 서울대 글로벌환경경영전공 겸임교수 


청와대 '페북라이브'에 항의하는 언론문재인 대통령의 7박8일간 동남아 순방 중에 일어난 일이다. 지난 13일 문 대통령이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했을 때, 당시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일부 방송기자들과 청와대 관계자간 언쟁이 벌어졌다. 국민소통수석실이 사전 예고 없이 청와대 페이스북을 통해 내보낸 생방송 때문이었다. KBS 아나운서 출신인 고민정 부대변인은 회담이 열리는 호텔에서 문 대통령의 순방 일정과 현장 분위기 등을 전했다. 보안지역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정부 관계자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현장 기자들은 “청와대가 언론 역할도 하나. 취재 역차별”이라고 항의했다. 청와대 측은 “경쟁 매체가 아니다. 콘텐츠를 국민과 언론 모두에게 제공하는 역할”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기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자체 콘텐츠 제작 배포시 반드시 사전 공지를 하겠다”고 약속해 사태를 수습했다. 이번 일은 청와대와 언론 간 소통 부족으로 생긴 일종의 해프닝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번 일의 밑바닥에는 뉴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려는 청와대와 미처 적응하지 못한 기존 언론간 ‘인식의 갭’이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소셜미디어의 발전으로 기존의 TV나 신문, 잡지 등 매스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기성언론은 힘을 잃어가고 있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누구라도 페이스북 생방송을 하고, 트위터 속보를 전송하고, 카카오톡 '지라시'를 만들 수 있는 세상이다. 국민과의 직접 소통을 강조하는 문재인정부는 이런 뉴미디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구중궁궐 청와대의 문을 대중에 활짝 열었다. 페이스북을 통해 평일 오전 11시50분마다 청와대 소식을 전하는 생방송을 진행한다. 유튜브에서는 각부 장관과 청와대 수석들이 국정상황을 국민에게 브리핑한다. 문 대통령 내외의 소소한 일상 모습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전달된다. 물론 청와대의 입맛에 맞고, 홍보기능에 치중한 콘텐츠만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각종 정보가 범람해 뭐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판별하기 어려운 지금 시대에,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청와대의 적극적인 소통 노력은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청와대처럼 언론도 변해야 한다. 정보생산 플랫폼으로 안주해서는 미래가 없다. 플랫폼 역할은 이미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대형 포털 사이트에 넘어갔다. 결국 가치의 규정과 창출이다. 미래 언론은 범람하는 정보에서 뭐가 진실인지 알려주는 '워치독' 역할을 해야한다. 또 정보를 정리하고 거기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기성 언론을 위협하는 청와대의 콘텐츠 역시 미래 언론에게는 범람하는 정보의 하나에 불과할 뿐이다. 이성휘 정경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