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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0.24 (화요일)

인류가 만든 재앙 '디캄바'전재경서울대 글로벌환경경영전공 겸임교수식물호르몬 '옥신(Auxin)'은 본래 식물 줄기가 햇빛을 향하도록 하고, 새 뿌리가 나오게 하며, 뿌리가 땅 속으로 파고들게 하는 작용을 한다. 벤조산 계열의 무색 화합물인 '디캄바(Dicamba)'는 옥신의 역할을 보조하기 위해 개발됐다. 디캄바는 도로변 또는 유휴지 등에서 자라는 민들레나 질경이 같은 식물들을 선택적으로 고사시킨다. 2000년까지만 해도 디캄바는 그 옛날 독성을 모르던 시절 널리 사용된 DDT(Dichloro-Diphenyl-Trichloroethane)처럼 우수한 발명품으로 평가, '기적의 제초제'로까지 칭송받았다. 옥신 계열에 속하는 화합물들은 미량을 사용하면 식물의 생장을 촉진시키지만 과다하게 사용하면 대사작용을 교란시켜 잎을 뒤틀리게 하거나 종양을 만들 위험이 있다. 지나치게 사용하면 죽기도 한다. 올해 추석에도 농촌진흥청은 제초제를 이용해 묘소의 잡초를 관리할 수 있는 요령을 공개하면서 디캄바 액제를 포함시켰다. 아카시나무가 생장하는 것을 막으려면 나무를 베어낸 단면에 디캄바 엑제를 바르면 된다는 식이다. 물론 디캄바 액제의 유해성을 인식한 농촌진흥청은 약제가 주변 농작물에 묻거나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주의할 것도 당부했다. 그런데 이러한 디캄바에 '마(魔)'가 끼기 시작했다. 지난 8월29일 워싱턴포스트(WP)는 "디캄바가 농장을 구했지만 이제 농장을 황폐화시킨다"고 보도했다. 제초제에 내성이 생겨난 잡초들 탓에 해마다 작물 수확량을 감소하고 수백만달러의 농업손실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2017년 봄 미국에서 최초로 사용을 승인받은 디캄바 액제는 콩과 면화 속에 자라는 잡초들의 생리를 파괴하고 제거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유전적으로 변형된 항디캄바 콩밭에 사용된 디캄바 액제는 보통의 제초제로는 효과가 없는 돼지풀 등의 불청객 식물들을 더 잘 제거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농부들과 잡초 전문가들의 말에 따르면, 디캄바는 살포된 농장을 벗어나 다른 곳으로까지 날아들어 내성이 없는 콩이나 다른 작물들에게도 손상을 줬다. 이러다 보니 일부 지역에서는 디캄바를 가리켜 '인류가 만든 재앙'이라고까지 부른다. 일부에서는 디캄바가 원래 제거하려고 목표한 잡초들을 벗어나 다른 곳으로 퍼지고 공기 중에 표류할 수 있는가의 여부에 관해 정부가 충분히 검증된 데이터 없이 약제를 승인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미국 정부 공무원들과 디캄바 제조사인 몬산토와 바스프 등 혐의를 부인했다. 미국 연방환경청이 2017년 봄과 여름에 사용될 수 있도록 개선된 제초제를 승인한 이후에 미국 농부들은 몬산토의 권고에 따라 2000만에이커 이상의 농지에 항디캄바 콩을 심었다. 그러나 디캄바 사용이 증가하면서 디캄바가 증발하거나 기화하여 다른 들판으로 비산된다는 보고들이 있었다. 비산된 디캄바는 인근의 나무나 풀 뿐만 아니라 디캄바에 내성이 없는 콩과 과일, 채소, 심지어 벌이나 다른 수분 곤충들의 서식지까지 파괴하는 해악을 끼쳤다. 말 그대로 전방위적인 생태계 교란이었다. 디캄바에 대한 반발은 미국에서 소송으로까지 번졌고, 주 정부와 연방 차원의 조사 그리고 농부의 총기 살인과 관련된 논쟁 등을 낳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인류에 대한 경종으로 봐야 한다고 말할 정도다. 2004년의 평가에 따르면, 디캄바는 미량에서도 보통의 제초제(글리포세이트)보다 비목표 식물들에 75배~400배까지 위험하다고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2017년 7월 클리포세이트를 발암물질 목록에 올린다고 발표하자, 제조사인 몬산토는 법정투쟁을 예고했다. 디캄바 액제는 잡초로부터 보호하도록 의도한 콩이 내성을 지니도록 유전적으로 변형된 항디캄바가 아니라면 오히려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 2017년 6월에 아칸소주는 디캄바제 사용을 금지시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미주리대학교 연구팀은 그간 아이오와주와 일리노이주, 미네소타주 등을 포함한 16개 주에서 310만에이커의 콩밭들이 디캄바에 의한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전체 콩밭의 약 4%에 해당하는 규모다. 어떤 농부들은 디캄바에 의해 비틀어진 콩잎을 증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아이오와주립대학교의 연구팀은 디캄바가 '제어 불능'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제 농부들은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전재경 서울대 글로벌환경경영전공 겸임교수


군산조선소 재가동 '희망에서 좌절로'말 한마디에 기대감으로 부풀었다가 다시 말 한마디로 좌절까지 이르는 데 석달 밖에 걸리지 않았다. 지난 7월1일 도크를 폐쇄한 후 재가동의 소문만 무성했던 군산조선소 이야기다. 지난 7월28일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군산조선소가 2019년부터 일할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이달 12일 국정감사에 출석한 권오갑 부회장과 23일 출석한 강환구 사장은 "2019년 조선소 재가동은 하나의 희망사항"이라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석달 새 말과 말 사이에서 현대중공업이 꺼낸 것은 숫자뿐이다. 한국 조선을 대표하는 1위 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은 망각됐다.  군산조선소는 현대중공업의 야심찬 프로젝트였다. 2008년 첫 삽을 뜬 이래 공사기간만 3년에 총 사업비 1조2000억원이 투입됐다. 180만㎡(약 54만평) 부지에 25만톤급의 선박 4척을 한 번에 건조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 130만톤급 도크와 1650톤급 골리앗 크레인까지 들어갔다. 군산시는 물론 전북도의 전폭적 지원까지 더해졌다. 조선소는 현대중공업은 물론 군산시와 80여개 협력업체 5600여명의 밥벌이까지 책임졌다. 조선소 준공 당시는 조선업의 황금기 끝자락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수주가 위축되리라는 전망이 제기됐으나 현대중공업은 "2011년까지의 일감이 확보됐다"며 시장의 우려를 잠재웠다. 하지만 겨우 6년을 못 버티고 지난 7월1일 현대중공업은 일감 부족을 이유로 군산조선소의 문을 닫는다. '일감 부족' 한마디에 군산 지역경제가 풍비박산이 났다. 현대중공업의 경영이 나빠진 것은 사실이다. 2010년 5조604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지난해에는 1조6419억원으로,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반면 최근 지표는 업황이 조심스레 회복세로 돌아선 신호로도 작용한다. 당장 현대중공업은 이날 폴라리스쉬핑에서 32만5천톤급 초대형 광석운반선 5척을 추가 수주했다고 발표했다. 현대중공업이 이날까지 수주한 실적은 총 110척(67억달러)으로 연초 목표(75억달러)의 90%를 달성했다. 지난해 60억달러와 비교하면 실적 개선은 이미 현실이 됐다. 증권가에서는 내년 현대중공업 수주가 14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그럼에도 국감에서 뱉어진 현대중공업의 '말'은 경영 악화에 따른 군산조선소 폐쇄의 정당성만 강조한다. 업황 회복의 조짐은 외면해 조선소 재가동에 대한 정부의 기대와 지역사회의 열망, 노동계의 소원은 저버렸다. 더 이상 군산조선소 재가동 시점만을 물을 게 아니다. 그보다 국내 조선업을 대표하는 세계 1위 현대중공업이 취할 행동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산업1부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