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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조작과 미디어의 재구성 드루킹 사건이 특검에서 진상을 규명키로 결정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북미 정상회담과 지방선거라는 정치일정상 당분간 국민적 관심에서 멀어지겠지만, 적절한 때가 되면 다시 빅 이슈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현재 야당인 자유한국당에서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명분도 있고 실리도 챙길 수 있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표현의 자유가 훼손됐다는 증거가 나오면 정국 운영의 주도권이 야권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지난 2012년 대선 기간 중 국정원의 인터넷 여론 조작을 당시 야당인 민주당이 끝까지 문제 삼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수결 원칙을 따르는 민주주의 시스템에서 여론의 향배는 절대적이다. 특히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는 그 중요성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민주주의는 여론에 취약하다. 개인의 자유로운 의지들이 모여 여론을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정략적 목적을 갖고 만든 기사나 스토리에 반응하면서 여론이 형성된다. 아젠다 세팅으로, 주로 보수언론들이 이를 적절히 활용해왔다. 처음 등장한 기사의 진위 여부를 확인할 시간도 없이 이미 널리 퍼져 사실로 각인된다. 특히 매스 미디어 시절에는 이런 일들이 일상적으로 벌어졌다. 민주주의의 주체는 개인이 아니라 일부 정치인과 미디어가 퍼 나르는 조작된 여론이었다. 인터넷 등장에 열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기사에 개인들이 자신의 의견을 댓글 형식으로 자유롭게 표현하면서 간접 민주주의의 폐해를 극복할 가능성이 생겼다. 기사 댓글에서 끝나지 않고 온라인 카페에 글을 쓰면서 개인의 생각을 날 것 그대로 표현하고 실천하는 경우도 많이 생겨났다.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사망한 두 여중생의 추모 촛불집회는 한 개인의 주장이 대중적 집회로 이어진 대표적 경우다. 이후에도 온라인에서 출발한 여러 차례 시위나 집회가 있었고, 집단지성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것도 개인들의 인터넷 공간에 참여와 깊은 관계가 있다. 그러나 역사는 항상 직선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특정 미디어의 영향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그 미디어를 악용하는 사람들은 나타나기 마련이다. 지금 인터넷이 그렇다. 특히 네이버로 대표되는 포털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포털에서 검색되는 기사들을 이용한 여론 조작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됐다. 네이버에 접속하는 사람이 하루 4000만명 정도 되고, 한 번이라도 뉴스를 보는 사람이 1300만명이 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여론 조작의 위험성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언젠가부터 네이버 공화국이 되었고 네이버의 기사 배치 여부에 따라 특정 기사의 클릭수가 높아지거나 반대로 낮아지게 된다. 인터넷 등장에 열광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이제 인터넷 포털에서 벌어지는 여론 조작을 우려하는 상황이 됐다. 매크로와 같은 특정 프로그램에 의한 인위적 공감 표현이나 특정 집단에 의한 의도적 댓글 달기 등이 계속해서 기승을 부리게 되면 건전한 여론 형성은 물 건너가고 고약한 조작 정치만 횡행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분명하게 짚고 넘어갈 사항이 하나 있다. 문제는 인터넷이 아니라 비대해진 특정 포털의 문제다. 어느 순간 권력이 된 네이버에 언론사들이 종속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네이버에서 기사 검색이 안 되는 언론사는 회사 매출에 부정적 영향을 받는다.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최근 신문협회가 주장한 아웃링크의 법제화도 그 중 하나다. 네이버에서 특정 기사를 클릭했을 때 기사를 제공한 언론사 홈페이지로 자동 연결하는 아웃링크의 경우 언론사 전원이 참가해야 의미가 있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해 입법을 통해 해결해보자는 것이다. 이 경우 댓글 조작에 대한 책임은 언론사로 귀착돼, 댓글 검증 시스템을 도입할 수밖에 없게 된다. 다른 하나는 일종의 제한적 실명제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되 댓글 전 몇 가지 사항을 입력하게 되면 조작에 가까운 행동은 제어할 수 있다. 일종의 '허들' 효과다. 뉴욕타임스도 이를 도입했다. 그러나 한국적 현실 속에서 이러한 방법들은 현실성이 없거나 실제 효과 면에서 제한적이다. 네이버의 영향력이 감소되지 않는 한 유사 사례는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 유일한 솔루션은 네이버의 대안을 만드는 것이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뉴스 서비스 플랫폼 구축, 블록체인을 활용한 개방적 검색 서비스 등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쉬워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기술적으로는 이미 가능하다. 독점은 일부 특권층을 제외하고 대부분 사람들에게 불편한 존재다. 무엇보다 민주주의의 가장 큰 적이다. 그러나 문제 해결 방식은 폭력적이 아니라 민주주의적 방식으로 진행해야 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김홍열 성공회대 정보사회학 겸임교수


관행 핑계로 '또 다른 정유라' 양산하는 사회중·고등학교 시절 짧은 머리에 검게 탄 피부의 운동부 친구는 들어오는 수업시간마다 잠을 청했다. 책을 베개 삼아 일어날 줄 몰랐지만 누구도 뭐라 하지 않았다. 이미 운동으로 진로를 정했으므로 공부는 안 해도 된다는 암묵적 동의, 관행이 존재했다. 과거 최우수 선수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면 대학교끼리 스카우트 전쟁이 벌어졌다. 대학에서 그 선수 고등학교 동기를 몇 명 더 받아주느냐가 당락을 좌우하기도 했다. 친구 덕에 명문 대학에 입학하게 된 동기들은 돈을 냈다. 관행이었다. 운동선수도 소위 상위권 대학에 가야 성공했다고 인정받는 시대, 학벌 위주의 시기였기에 가능한 얘기다. 최순실씨 측은 지난 15일 이러한 체육계 관행을 언급했다. 대법원이 최씨의 딸 정유라씨 이화여대 입학·학사 비리 혐의에 대해 징역 3년을 확정하자 "우리 사회에 널리 관행적으로 묵인돼 온 예체능 특기생에 대한 입학 등 학사 관리상의 적폐라고 할 수 있는데 최씨만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주장했다. 정씨 말고도 입학·학사 특혜를 받은 사람이 많은데 최씨만 법적 처벌 대상이 됐다는 요지다. 지금은 나아지고 있으나 최씨 말처럼 체육계에서 어느 정도 관행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정씨의 승마 지역 대회 준우승 후 심판들이 경찰서에 연행된 일, 정씨가 지원 기간 이후 딴 메달을 목에 걸고 면접장에 나오고 면접위원이 이를 사전에 안 일, 수업 과제를 내지 않아도 교수가 알아서 이를 대신 만든 일 등이 모두 '관행'인가. 관행으로 인식했다면 정씨 사건이 불거진 뒤 총장 사퇴를 외친 이대 학생들의 분노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학생들은 관행이 아닌 학사시스템 근간을 흔든 적폐와 맞서 싸웠다. '관행'은 최근 국민적 공분을 낳고 있는 강원랜드와 주요 4대 시중은행 등 금융계 채용 비리 의혹에 또 등장한다. 임직원 자녀나 외부 추천 대상으로 이름을 올린 고위 관료나 경영진 조카들이 서류심사나 면접 등에서 합격에 미달하는 점수를 받고도 공채에서 최종 합격했다. 은행 등은 과거부터 있었던 임원추천제로 사람을 뽑은 것이라며 관행이었다고 해명했다. 아연실색할 일이다. 정정당당히 심사에 응한 사람들을 '병풍'으로 만든 게 1차 문제지만, 부정을 하나의 관행으로 포장해 정당화하는 도구로 삼는 데에 국민은 분노한다. '오래전부터 해 오는 대로 함'이란 뜻의 관행은 적폐들의 좋은 핑곗거리다. 핑계 자체가 될 수 없게 해묵은 관행을 걷어내는 일, 지금 시급히 우리가 먼저 해야 할 일이다. 김광연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