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의 경제편편)전기차 배터리, ESS 전철 되풀이 말아야
입력 : 2020-10-14 06:00:00 수정 : 2020-10-14 06:00:00
최근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코나'에서 잇따라 화재가 발생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제주도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충전 중이던 코나 전기차에 불이 난 데 이어 이달 4일에는 대구 달성군에서 화재가 일어났다. 충전하던 전기차가 완전히 타버렸다는 소식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두 사건을 조사했더니 배터리팩에서 전기적으로 일어난 발화 때문으로 추정된다는 감정 결과가 나왔다.
 
국토교통부에서는 차량 충전 완료 후 코나 전기차에서 고전압 배터리의 배터리 셀 제조 불량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확인됐다고 지난 8일 밝혔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16일부터 코나 전기차에 대한 시정조치(리콜)를 실시하기로 했다. 2017년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제작된 코나EV 7만7000대가량을 리콜한다. 국내 2만5564대와 해외 5만1000여대가 대상이다. 해외리콜 물량은 판매된 차의 70%를 차지한다.
 
이번 리콜은 국토부의 명령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제작사의 '자발적 리콜'이라고 전해진다.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을 업데이트한 후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배터리를 즉시 교체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배터리 제작사인 LG화학은 국토부 발표를 전면 부인했다. 화재의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 발표라는 입장이다. 현대차와 공동으로 실시한 재연 실험에서도 화재가 발생하지 않아 배터리 셀 불량이 화재의 원인이라고 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다만 향후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에도 현대차와 함께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LG화학은 밝혔다. 이렇듯 혼선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앞으로 화재발생의 책임을 둘러싸고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소비자들은 더 혼란스럽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일부 전기차 충전소에는 '현대 전기차 코나 충전기 사용 중지'라는 고지문이 부착됐다. 80% 정도만 충전하고 충전 후 바로 이동해달라는 안내문이 붙은 곳도 있다고 한다. 정부나 관련 업체의 대응이 미덥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전해진 바로는 지난 2018년 코나 전기차가 출시된 이후 현재까지 국내 9건, 해외 4건 등 모두 13건의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시된 역사는 2년밖에 안 된 데 비해 사고가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다.
 
더욱이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현대차가 외부에 알리지 않고 BMS 무상 업데이트를 진행한 적도 있다. 그럼에도 화재 사고는 더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시 말해 화재사고의 원인은 아직 확실히 규명되지 않은 셈이다. 앞으로도 불투명하다. 사고 원인을 둘러싸고 공방만 더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도 없다. 진실규명이 늦어질수록 불신과 불안만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해 에너지저장장치(ESS)의 경우처럼 애매한 조사와 처리가 되풀이될 조짐이 엿보인다. 에너지저장장치도 화재가 잇따르자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위원회가 조사를 벌였으나 1차로 끝나지 않았다. 조사결과가 애매했고, 해결방식 또한 모호했기 때문이다. 1차 조사 이후에도 화재는 계속 일어났다. 할 수 없이 2차 조사까지 진행됐지만, 그 사이 신뢰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추락하고 말았다.
 
만약 코나 전기차 화재사고가 에너지저장장치의 전철을 밟으면 에너지저장장치의 경우처럼 불신은 더욱 깊어진다. 국내외 전기차 시장에서 한국산 전기차의 입지도 약해지게 된다.
 
하나금융투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의 전기차 출고량은 올 들어 13만8000대를 넘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 증가했다. 이 기간 전세계의 전기차 배터리 판매량은 10% 감소했지만, LG화학은 106%나 증가했다. 삼성SDI도 59% 신장했다. 반면 중국의 CATL이 20% 감소하고, 일본의 파나소닉도 25% 줄었다. 한국의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이 지금 세계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업체들이 오랫동안 땀 흘리며 공들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제2의 반도체라고 일컬어지기까지 한다. 한국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크다.
 
그러나 전기차 배터리 화재사건이 자꾸 일어나면 공든 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져버릴 수도 있다. 특히 사건의 원인이 근본적으로 밝혀지지 않고 애매한 대응이 거듭되면 가파르게 추락할 수도 있다. 이런 최악의 사태는 막아야 한다. 그러려면 관련 업체와 관계당국이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해야 한다. 그래야 불확실성의 안개를 걷어낼 수 있다. 에너지저장장치 화재사고의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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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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