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영업 실적 회의·회식 후 퇴근길서 심장사…법원 "업무상 재해"
유족급여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서 유족 승소 판결
2020-10-19 06:00:00 2020-10-19 08:09:29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근무지를 옮긴 후 실적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아 퇴근길에 급성 심장사한 영업 담당자의 사고에 대해 법원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므로 유족급여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김국현)는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와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는 기저질환을 잘 관리하고 있었으나, 업무상 과로 스트레스가 누적됨에 따라 기저질환이 자연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해 사망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대전에 있는 한 업체의 영업지원부장인 A씨는 지난 2018년 2월22일 소속 부서 근무지가 부산·경남 지사로 이전하면서 평일에는 사택에서 생활하다가 주말에는 가족이 있는 서울을 오갔다. 하지만 그해 6월8일 퇴근한 후 부산에서 수서행 SRT를 타고 서울로 가던 중 열차 내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고, 병원으로 후송된 후 사망했다. A씨의 사망 원인은 심혈관질환에 의한 급성 심장사로 확인됐다.
 
근로복지공단 지난해 4월 A씨의 유족에게 "A씨는 과로나 스트레스 등 업무 요인보다는 기저질환인 심비대증 등이 자연 경과적으로 악화했을 개연성이 충분해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는 처분을 했다. 이에 A씨 유족은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는 이 사건 회사의 영업지원부장으로 근무하며 매출액, 영업 실적 등에 신경을 써오던 차에 부산·경남 지사의 영업 실적 제고를 위해 근무지까지 이전하게 됐는데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근무지 이전에 따른 장거리 출퇴근 생활로 피로가 가중·누적됐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실제 이 회사 부산·경남 지사의 매출 목표 달성률은 개선되지 않았고, 계속 떨어져 2018년 5월에는 누계달성률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회사의 모회사는 다음 달 부산·경남 지사의 하반기 매출 목표액을 20억원 상향 조정했다.
 
이 회사는 매년 6월 모회사의 회장에게 상반기 결산보고와 하반기 사업계획보고를 해 6월 초에는 특히 바쁜 시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사고 당일에도 대표이사를 포함한 6명~7명이 하반기 실적과 관련한 사업계획회의를 하고, 영업 지원 방안에 대해 토의를 한 후 전원이 회식에 참석했다. 
 
재판부는 "이 법원 감정의는 A씨의 심혈관조영술 검사 결과 관상동맥질환이 보이지 않고, 그 이후 시해항 심장초음파에서도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선행사인은 기저질환인 비후성 심근증이 더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제시하면서도 과로와 스트레스가 비후성 심근증 환자의 증상을 악화할 수 있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A씨는 영업 실적 부진과 근무지 이전으로 인한 업무상 과로·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고, 감정인 의견과 같이 이것이 비후성 심근증을 악화시켰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씨가 가족력, 흡연, 음주 등 비후성 심근증 악화의 다른 위험인자를 가졌다고 해서 과중한 과로·스트레스의 영향이 단절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게다가 이 사건 사고로 당일에 있었던 A씨의 음주는 회사 대표이사 주재로 이뤄진 행사로서 업무의 연장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김국현)는 한 업체의 영업지원부장으로 일하다 급성 심장사한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와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사진은 서울행정법원. 사진/서울행정법원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