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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자가격리 2주가 남긴 것
2020-11-23 06:00:00 2020-11-23 06:00:00
‘귀하는 밀접접촉자로 감염병예방법 제42조(감염병에 관한 강제처분)에 따라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자가격리가 필요한 대상자입니다.’ 서울의 한 보건소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출입처에서 확진자가 발생했고, 곧바로 재택근무를 하며 이미 하루 전 코로나19 검사를 받아 음성 통보를 받은 상태였다.  
 
처음엔 ‘재택근무랑 뭐가 다르겠어’라는 가벼운 생각으로 회사에 보고하고 가족에게 알렸다. 2주를 못 나간다고 생각하니 당장 걸리는 일정이 상당했다. 지인 결혼식에 출입처 점심·저녁 약속까지. 일단 마음을 다잡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별 거 아닌데 그래도 나랏일에 협조해야지”라고 너스레 떨며 연락을 돌렸다.
 
막상 혼자도 아니고, 가족과 함께 사는 집에서 자가격리를 하려니 별 게 아닌 것이 아녔다. 집 안에서만 얌전히 있으면 될 줄 알았는데 다른 가족과 접촉 자체를 하면 안 되니 꼼짝없이 방 안에 갇혔다. 심지어 화장실 갈 때마다 매번 비닐장갑에 마스크에 소독까지 절차가 복잡했다.
 
이윽고 구청 전담 공무원에게 연락이 오고 자가격리 앱을 깔았다. 몇 시간 후에는 집 앞에 자가격리 관련 물품과 식료품이 배달됐다. 앱을 깔아 스스로 체온을 재고 자가진단을 해보니 이제서야 ‘진짜 내가 자가격리 신세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
 
처음 2~3일 가장 힘든 건 정신줄을 부여잡는 일이었다. 당장 밥 먹는 일도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고 가족이 문 앞에 가져다 주는 밥을 배식받듯이 먹고 다시 문 앞에 놔두면, 문 너머 설거지하고 치우는 소리가 들릴 뿐이다. 가족과 대화를 하고 싶어도 제한이 워낙 많아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영상통화나 톡을 이용했다.
 
‘코로나 블루’란 말처럼 외부와의 교류 없이 고립된 채로 한 공간 안에만 있다보니 평소보다 감정의 진폭이 크고 불안정한 느낌이었다. 짜증·갑갑함·한탄·분노 등의 감정이 뒤섞인 채 불쑥 튀어 나오기도 해 외부로 연락하는 일도 일부러 줄였다.
 
특히, 운동을 하나도 하지 못했다. 스마트폰에 하루 걸은 거리가 표시되는데 방에만 있으니 내내 0걸음을 기록했다. 자가격리 전에야 ‘홈트(홈 피트니스)’를 상상했지만, 최악의 효율 속에서도 업무를 해야 하고 겨우 멘탈을 부여잡는 상황에서 아침 저녁 스트레칭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구청 전담 공무원은 첫 날 짧은 통화 후 문자나 전화 한 통 없었다. 자가격리를 2/3이 지난 시점에서야 구청 보건소에서 문자 한 통이 와서 스트레스 완화를 위한 정보를 링크 형태로 제공했다. 감염병 카드뉴스에 대한 카드뉴스인데 사실 스크롤만 내릴 뿐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이용 가능한 전화번호를 안내받았지만, 중증이 아니어도 관리는 필요하다. 
 
구청마다 관리해야 할 자가격리자가 수백명이 될테니 기존 업무에다가 더해져 벅찰 수 있다. 그래도 장기적으로 자가격리 시스템을 가져가려면 정신건강센터나 운동상담사 등이 주기적으로 통화나 영상으로 상담하거나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매뉴얼 형태로 만드는 건 어떨까. 영상으로 방 안에서 따라할 수 있는 가벼운 운동이 초보자도 할 수 있는 명상 같은 것도 좋고, 1~2분씩 안부만 주고 받는 형태도 나쁘지 않다.
 
해제를 앞두고 다시 검사를 받았고 음성 판정을 받아 무사히 해제됐다. 막상 집 밖을 다시 나서는데 어색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기억나는 건 고립감과 운동 부족뿐. 다신 겪고싶지 않은 자가격리 2주가 끝났다.
 
 
박용준 공동체데스크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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