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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벨 없애고 포장지 바꾸고"…식음료업계, 친환경 정책 가속화
2050년 탄소중립·2030년 ESG 공시…빨라진 친환경 시계
2021-01-16 06:00:00 2021-01-16 06:00:00
[뉴스토마토 유승호 기자] 정부가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국내 식음료업계에 친환경 바람이 강하게 불어오고 있다. 특히 오는 2030년부터 모든 코스피 상장사 기업공시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담기게 됨에 따라 식음료업체의 친환경 경영에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16일 식음료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올해 전 제품의 포장재를 플렉소 방식으로 생산한다. 이를 위해 플렉소 인쇄 설비에 약 48억원을 추가 투자한다. 플렉소 인쇄는 양각 인쇄방식을 통해 잉크 사용량을 대폭 줄일 수 있는 환경 친화적 인쇄 방식이다. 앞서 오리온은 일부 제품 포장재를 플렉소 인쇄 방식으로 만들어 기존 그라비어 인쇄 방식 대비 잉크와 유기용제 사용량을 약 500톤 가량 절감하는 효과를 거둔 바 있다. 오리온은 2014년부터 총 22개 제품의 포장재 규격을 축소했으며 2017년에는 인체에 유해한 휘발성 유기화합용제를 사용하지 않은 환경 친화적 포장재를 개발 적용하기도 했다.
 
플렉소 인쇄 포장재가 적용된 오리온 제품들. 사진/오리온
 
동원F&B는 현재18~20개 운영중인 에코패키지 생산라인을 올해 1라인 추가 증설할 계획이다. 지난해 8월 동원F&B가 선보인 양반김 에코패키지는 내용물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되는 플라스틱 용기를 없앤 제품이다. 또 포장지를 뜯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제품 파손을 막기 위해 포장지에 레이저 컷팅 필름 기술을 적용했다. 특히 제품에 들어가는 비닐과 종이까지 절감돼 일반 조미김 대피 쓰레기가 3분의 1수준으로 줄었다는 게 동원F&B의 설명이다. 양반김 에코패키지는 출시 이후 현재까지 250만봉이 팔려나갔다.
 
유업계와 음료업계도 친환경 정책을 적극 시행 중이다. 매일유업은 ‘상하목장 유기농 멸균우유 제품의 빨대를 제거했다. 매일유업은 온라인 판매를 통해 소비자 반응을 파악한 뒤 빨대 없는 멸균우유의 판매처를 점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매일유업은 빨대 제거·패키지 변경을 통해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약 342톤 가량 저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빨대가 제거된 매일유업의 우유. 사진/매일유업
음료업계의 경우 지난해 말 환경부의 ‘재활용가능자원의 분리수거 등에 관한 지침’ 개정에 따른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의무화가 시행됨에 따라 에코라벨을 적용하거나 아예 라벨이 없는 상품들이 나오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초 국내에서 처음으로 라벨이 없는 생수를 내놨다. 라벨 대신 페트병에 음각으로 브랜드를 새긴 것이 특징이다. 롯데칠성음료에 따르면 무라벨 생수 ‘아이시스 에코’가 한 해 동안 약 1010만개가 팔려나간 만큼 이를 환산하면 총 6.8t톤의 포장재 폐기물 발생량을 줄였다.
 
이어 정식품은 올해 초 베지밀 비 대용량 팩 제품군에 친환경 원료로 제작한 바이오 뚜껑을 도입할 방침이다. 정식품은 지난달 베지밀 검은콩 두유 병제품에 에코라벨을 도입하기도 했다. 에코라벨은 소비자가 쉽게 라벨을 분리해 배출 할 수 있도록 절취선을 적용한 라벨이다.
 
이처럼 식음료업계가 친환경 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건 정부의 탄소 중립 기조와 더불어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중요한 평가 잣대가 됐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 2030년부터 전체 코스피 상장사의 ESG공시가 의무화된다. 이 때문에 향후 식음료업체의 친환경 경영 정책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ESG 성과에서 인정을 받지 못할 경우 향후 투자 등이 어려워져 지속가능한 경영에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친환경 포장재를 도입하거나 탄소를 줄이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이 지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라벨생수 아이시스 에코 3종. 사진/롯데칠성음료
유승호 기자 pe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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