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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CGV CB 공모, 현대로템·HMM 대박 다시한번?
주가-전환가액 차액 '쏠쏠'…콜옵션 행사 가능성 높아
2021-06-07 06:00:00 2021-06-07 0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코로나19로 경영난에 빠진 CJ CGV(079160)가 30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CB의 전환가액과 현재주가 차이가 커 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큰 상황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CJ CGV는 지난 3일과 4일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CJ CGV 32CB’ 공모청약을 진행했다. 코로나19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CJ CGV가 고비를 넘기 위해 CB 발행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CJ CGV는 지난 4년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엔 코로나19로 인해 제대로 관객을 받지 못해 7516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 큰 타격을 받았다. 
 
이로 인해 회사에 쌓인 자금도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지난 3월말 기준 자본총계는 1707억원으로 감소했고 부채비율은 2373%로 급등했다.
 
올해도 적자를 면하지는 못할 전망이어서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위험에 처하자 CB를 발행해 급한 불을 끄기로 한 것이다. CB는 부채이지만 일정조건이 갖춰지면 주식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부채를 줄이고 자본금을 키우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CJ CGV는 3000억원을 운영자금(900억원)과 채무상환(2100억원)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5월31일과 6월1일 주주들에게 먼저 청약을 받았으나 주주들이 대거 실권하면서 3000억원 중 2113억원의 채권이 일반 투자자들에게 풀린 것이다. 
 
주주들의 외면에도 일반공모에서는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낮은 전환가액 덕분이다. 
 
 
CJ CGV 32CB는 채권으로서의 매력은 낮다고 할 수 있다. 30년 만기 후순위 영구채(신종자본증권)인데다 발행수익률(3.00%)과 표면이율(1.00%)도 낮다. 풋옵션도 없어서 투자자가 채권 조기상환을 요구할 수도 없다. 
 
하지만 낮은 전환가액이 주효했다. CJ CGV 32CB의 전환가액은 2만6600원이다. 주가 하락 시 전환가액도 함께 인하조정하는 리픽싱 조항은 없지만, 전환가액이 현재가(3만1500원)보다 훨씬 낮아 주식으로 전환했을 때의 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대거 몰린 것이다. 
 
물론 주식전환 신청은 채권발행일(6월8일)로부터 한 달 뒤인 7월8일부터 가능하고, 2주 단위로 신청을 모아서 업무를 처리하기 때문에 주식으로 받는 것은 빨라도 7월말이나 돼야 한다. 그럼에도 5월 한 달간 주가가 상승하면서 차익이 커지자 관심도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채권에 붙은 콜옵션 조항을 눈여겨본 투자자들도 있다. CJ CGV 32CB에는 발행회사인 CJ CGV가 채권을 중도에 상환할 수 있는 콜옵션이 적용돼 있다. 콜옵션 행사 조건은 채권 발행 5년 후인 2026년 6월8일부터 또는 정부의 회계지침 변경으로 30년만기 채권이 자본금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다. 
 
이 두 가지 단서조항은 당분간 현실화될 가능성이 낮지만 나머지 한 경우는 다르다. 주가가 전환가액의 130%를 초과해 연속으로 15거래일 동안 유지되면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조건이 있다. 즉 CJ CGV 주가가 3만4600원 이상 가격대에 3주 동안 머무르면 회사가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현재 주가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 가격대다.  
 
지난해 6월에 발행된 현대로템(064350) 30CB는 채권 발행 두 달 만에 콜옵션이 행사됐다. 채권 발행 후 주가가 상승하자 회사 측에서 채권 투자자들의 주식전환을 압박하기 위해 콜옵션을 실행한 것이다. 콜옵션이 행사되고 지정한 날짜가 지나면 채권 원금에 소정의 이자만 돌려받고 청산되기 때문에 주식 전환을 서두를 수밖에 없다. 주식으로 바꾸는 이익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CB가 주식으로 전환되면 회사는 부채가 감소하고 자본금이 증가하는 유상증자 효과를 얻게 된다. 
 
지난해 12월에 24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던 HMM(011200) 또한 주가 상승에 힘입어 올해 3월에 콜옵션을 행사했다. 
 
콜옵션이 행사되면 채권 보유자들은 서둘러서 주식전환을 신청해야 한다. 행사 가능 시한은 길게 주어지지 않는다. HMM의 경우 3월24일 콜옵션 행사를 발표했고, 4월5일에 신청을 마감했다. 
 
이같은 사례를 감안할 경우 CJ CGV도 주가만 오른다면 길게 끌지 않고 바로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CJ CGV 32CB 공모 청약을 놓쳤더라도 이와 비슷한 재무 이벤트를 벌이는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투자기회는 또 찾을 수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초기화면에서 발행공시를 선택해 증권신고(지분증권) 증권신고(채무증권) 체크한 후 검색하면 CB, BW(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이나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기업들을 확인할 수 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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