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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냉장고 속 코끼리
2021-12-07 06:00:00 2021-12-07 06:00:00
한겨울 추위가 매섭다. 대통령 선거라는 국가적 일정을 앞두고 유력 후보들의 열기가 그다지 보이지 않아 더 춥다. 코로나19라는 시대적 상황이 문제일까. 국민들 곁을 스치는 동장군의 위세를 압도할 만한 정책이나, 추위 따위는 물리칠 것처럼 대중을 압도하는 후보들의 기세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저 대선까지 남은 시간만 흐르고 있다.
 
후보들이 내놓는 공약은 미래를 향한 역사적 이정표다. 공정과 균형을 중시하는 2030세대에게 현재 나오는 공약은 팬데믹으로 가뜩이나 어려워진 환경을 헤치고 나설 제대로 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이런 청년들의 삶의 방식을 제대로 살핀 현실성 있는 섬세한 공약은 있는가.
 
한때 유행했던 냉장고에 코끼리가 들어갈 방법 찾기를 MZ세대를 위한 대선 공약 설계 과정이라 가정하고 비교해 살펴볼 만하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한 해법으로는 단순하게 코끼리보다 큰 냉장고 만들기를 생각할 수 있다. 냉장고를 가동해야 한다는 가정이 없으므로, 생육에 지장이 없도록 설정한 냉장고 속에 생명윤리적 가치를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새끼 코끼리를 잠시 들어가도록 해 제작해야 할 냉장고의 크기를 줄일 수도 있다.
 
법률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방향들을 고려할 수 있다. 언론 등을 통한 반발이 있겠지만, 현실에 적용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먼저 냉장고라는 지역명을 만들고, 이를 일반에 공포한 후 코끼리를 데려다 놓는 방법이다.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낮지만, 코끼리가 있는 지점을 냉장고라는 고유명사로 부르게 한다는 법안을 발의한 후 처리를 기다리는 길은 실현 가능성에 대한 논란 속에서 적용할 수 있다. 코끼리의 수정란까지 코끼리로 본다고 확정한 후 수정란을 냉장고에 넣는 과정도 살필 수 있다.
 
같은 문제를 놓고 대중을 기만하는 방안도 다양하다. 전체주의적 관점에서 보자면 각종 선전매체를 통해 개는 코끼리라고 선전한다. 국민들은 개가 코끼리라고 생각해야 하고, 이런 상황에서 개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코끼리가 냉장고에 들어갔다는 가짜 뉴스와 이를 증명하듯 내놓을 냉장고 속 코끼리 영상 배포 등도 방법으로 꼽힌다. 나아가 냉장고 안에 코끼리가 없지만 있다고 강제로 믿어야 하고, 이를 공개적으로 서로 확인해야 하는 단계까지도 고민할 수 있다.
 
공약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정당이 국민에게 제시하는 정책 내용이다. 여야 대선후보들의 주요 공약 속에도 포퓰리즘에 기반, 실현 가능성이 낮은 부분은 드러난다. 냉장고에 코끼리를 넣는 사례만 보더라도 이렇게나 다양한 방법을 체크할 수 있는데, 차기 대통령이 밝힐 공약을 만드는 과정은 오죽 복잡할까. 반대로 대중의 눈을 속이는 방법도 그만큼 다양하다고 우려할 수 있다. 속고 속이는 과정 또한 정치의 속성이기에 2030세대에게 2022년도 선거에 대한 공약주의보를 전해본다.
 
우리나라의 중차대한 장래를 책임질 사람을 만날 시간이 하루씩 다가오고 있다. 청년의 삶을 제대로 돌아보고 제대로 된 공약을 내놓을 후보는 누구인가. 정치는 바람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좋은 정치는 대중에게 봄바람처럼 따뜻하지만, 잘못된 정치인을 선택하고 후회하며 봄 서리를 맞을 때는 이미 늦다. 국민들의 마음속이 허할 때일수록 공약의 현실성부터 뜯어볼 때다. 부디 제대로 살펴보고 스스로 생각할 때 소중한 한 표를 맡길 수 있겠다는 사람을 찾으시라.
 
조문식 국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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