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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진 상폐 결정한 GRT, 공매 매수 결정에 투자자 멘붕
내년 1월26일까지 공개매수 결정, 주당 가격 1237원
공모가 5000원 4분의 1가격 제시에 투자자 '먹튀' 주장
2021-12-08 06:00:00 2021-12-08 06:00:00
[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중국계 상장기업 그레이트리치과기유한공사(GRT)가 자진 상장폐지에 나서면서 국내 투자자들이 소위 멘붕(멘탈 붕괴·정신적 혼란)에 빠졌다. 한달 전까지 회사는 자사 매거진을 발간하는 등 투자자와 적극 소통에 나서다 돌연 상폐를 결정해서다. 최대주주의 공개매수 기간은 약 두달 남짓, 회사의 존폐는 개인 주주의 선택에 달리게 됐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GRT는 지난달 29일부터 내년 1월26일까지 주식 공개매수에 들어갔다. 회사는 공개 매수대금인 303억원과 기타수수료를 합산해 312억원 가량을 현금으로 NH투자증권 도곡센터에 별도 예치했다.
 
최대주주 주영남 대표 측이 제시한 금액은 주당 1237원이다. 작년 10월27일 종가인 951원에 30% 할증을 적용했다.
 
지분율 95% 확보해야, 주가는 변수...소액주주 측 "응하지 않겠다"
 
GRT가 계획대로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기 위해서는 최대주주가 회사의 지분 95%를 보유해야 한다. 종전까지는 최대주주 등이 회삿돈으로 산 자사주까지 합쳐서 지분율 95%를 넘기면 자진 상장폐지를 신청할 수 있었지만, 2019년 규정이 개정되면서 자진 상폐를 위해 주식을 공개 매수할 때 매수 주체를 최대주주 등으로 한정해서다.
 
현재 주영남 대표는 본인의 지분 38.78%를 비롯해 공동 보유자의 지분 포함, 63.63%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36.37% 가운데 적어도 31%는 물량을 확보해야 자진 상폐가 가능하다.
 
남은 기간 주가의 움직임은 변수다. 현재 주영남 대표 측이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은 1237원이다. 작년 10월27일 종가(951원)에 30%의 할증을 적용했지만 현재 주가(1260원, 7일 종가기준) 보다는 낮은 상황이다. 소액 주주 입장에서는 현재 가격보다도 낮은 가격으로 자신의 물량을 최대주주에게 넘길 유인이 없어지게 된다. 일반 소액주주들도 이번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겠다는 움직임이다. 중국기업의 ‘먹튀’를 지켜보지 않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다면 공개매수 가격에 응하는 투자자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GRT의 이번 공개매수 결정에 따라 관리종목 지정 가능성도 높아졌다. 소액주주 상당수가 공개매수에 응할 경우 소액주주 수가 200인 미만이 되거나, 소액주주의 주식수가 유동 주식수의 20% 미만이 발생되는 경우 코스닥시장 상장규정상 회사의 주권을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기 때문이다.
 
거래소 측도 GRT의 현재 상황에 대해 확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아직 공개매수 기간이 남아있어 개인 주주들의 선택에 따라 분산요건과 자진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상장폐지 이전 관리종목으로 지정, 해소하지 못할 경우 폐지 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소액주주와 소통하던 GRT, 돌연 상폐…중국 기업 신뢰 잃는다
 
GRT는 공개매수를 발표하기 직전까지도 소액주주와의 소통을 강화한 중국 기업이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배신감은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
 
상장 이후 줄곧 자사 매거진을 회사 홈페이지에 게재해 온 데다 최근 주권 매매거래 정지 당시엔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회계적, 법적 대응을 준비할 계획“이라며 ”회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또한, 유튜브(Youtube)에도 GRT의 제3공장 건설 동영상도 올리는 등 투자 진행 상황도 속속 알렸다. 회사의 이익도 꾸준히 안정적인 상황이다. GRT의 올해 1분기(7~9월·6월 결산법인) 매출액은 5억6939만위안(1052억원), 영업이익은 7475만위안(138억원)을 기록했다. 상장 이후로도 꾸준히 흑자를 내왔다.
 
회사가 표면적으로 내세운 자진 상폐 이유는 ‘유연성’과 ‘의사결정의 신속함’이다. 회사 측은 ”상장폐지를 통해 회사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 투자자들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히 회사는 상장 당시 받았던 공모가 5000원, 844억원 조달로 신공장 등 관련 투자로 사업을 진행해왔던 반면 4분1의 가격인 매수제시 가격은 ‘먹튀’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이 차이나리스크로 한국 시장에서 소외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회사를 믿고 투자했던 한국 투자자들은 또한번 뒤통수 맞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GRT의 상장폐지가 확정될 경우 중국 기업의 신뢰도는 다시금 금이 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장폐지된 외국 기업 15개 가운데 13개(86.7%)가 중국 기업이다.
 
중국 기업 GRT가 자진 상장페지를 결정했다. 사진은 GRT 코스닥시장 신규상장기념식의 모습. 사진/한국거래소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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