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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소설가 아니 에르노,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
"개인적 기억의 근원과 소외, 구속 덮개를 벗긴 용기"
2022-10-07 10:45:33 2022-10-07 10:45:33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프랑스 여성 소설가 아니 에르노(82)가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6일(현지 시간) 스웨덴 한림원은 “개인적 기억의 근원과 소외, 집단적 구속의 덮개를 벗긴 용기와 꾸밈없는 예리함을 보여줬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스웨덴 한림원은 칼 구스타프 3세 국왕이 1786년 설립한 왕립 학술원으로, 1901년부터 2021년까지 114차례에 걸쳐 118명에게 노벨 문학상을 시상했다.
 
에르노는 119명째 수상자이고 여성이면서 노벨 문학상을 받은 수상자 중에서는 17번째다. 프랑스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은 것은 2014년 파트리크 모디아노 이후 8년 만이다.
 
에르노는 1940년 프랑스 릴본에서 카페 겸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소상인의 딸로 태어났다. 루앙대에서 문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엔 중등학교 교사가 됐다. 1971년 현대문학교수 자격시험에 합격한 뒤 2000년까지 문학교수로 있었다.
 
1974년 자전적 소설 ‘빈 옷장’으로 등단한 뒤 소설 ‘남자의 자리’로 1984년 프랑스 4대 문학상 가운데 하나인 르노도상을 수상했다. 자신의 아버지의 삶을 그린 '자리'(1984)로 첫 문학상인 르도노상을 받았으며 2008년 '세월들'로 마르그리트 뒤라스 상, 프랑수아 모리아크 상, 텔레그람 독자상 등을 수상했다. 2003년 그의 이름을 딴 ‘아니 에르노 문학상’이 제정되기도 했다. 2011년 선집 '삶을 쓰다'가 생존 작가 최초로 갈리마르 총서로 출간됐다.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 사진=AP, 뉴시스
 
대체로 작가와 주변 사람들의 삶을 짧은 연대기적 사건들로 풀어낸 작품활동을 보였다. 임신 중절 경험, 노동자 계층의 빈곤, 가부장제적 폭력, 성적 억압 같은 사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사회를 해석했다. 제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현재까지 프랑스 사회사의 거대한 변천이기도 하다.
 
한림원은 "에르노는 그의 글에서 성과 언어, 계급에서의 강한 불균형으로 특징지어지는 하나의 삶을 일관적이면서도 다양한 각도로 들여다본다. 그가 위대한 용기와 냉철한 예리함으로 수치심, 굴욕, 질투 혹은 당신이 누구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걸 서술하며 계급적 경험의 고통을 드러낼 때 그는 감탄스럽고 지속적인 무언가를 이뤄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는 ‘빈 옷장’을 비롯해 ‘탐닉’, ‘집착’ 등 주요 작품이 20권 가까이 출간됐다.
 
작가는 “직접 체험하지 않은 허구를 쓴 적은 한 번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60년대 낙태 경험을 토대로 2000년 '사건'을 펴냈다. 이듬해 낸 장편소설 ‘탐닉’ 역시 허구가 없다. 작품은 자신이 연인과 만나고 헤어지기까지인 1988년 9월부터 1990년 4월까지의 일기가 기반이다. 2002년 출간한 장편소설 ‘집착’에서 작가를 대변한 주인공은 연인이 새로운 애인이 생기자 집착하며 감정의 밑바닥까지 떨어지기도 한다.
 
소상인의 딸로 태어난 그는 소설을 통해 스스로를 구원했다. 자기 폭로로 사회를 거울처럼 보며 독자에게 공감과 연대에 관한 질문을 던진 셈이다. 사회 금기이자 '노출'로 점철됐다는 일각의 폄하에도 한림원은 소설이 사회와 호흡하는 보편성을 획득했다고 봤다.
 
에르노는 이날 수상자로 호명된 직후 "계속해서 불의에 싸우겠다"고 했다. 스스로는 "용감하기 때문이 아니라 필요하기 때문에 소설을 쓴다"며 "문학이 즉각적인 영향은 주지 못하겠지만 여성과 억압받는 사람들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겠다"고도 다짐했다.
 
노벨상 수상자에게는 10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2억80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이 상금은 오는 12월10일 시상식 때 지급된다.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 사진=AP, 뉴시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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