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수백억대 상속재산' 걸린 입양소송, 헌재로 간 이유는
2022-11-29 06:00:00 2022-11-29 06:00:00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A씨와 B씨는 슬하에 5남매를 뒀다. 그리고 친생자는 아니지만 아들 C씨가 있었다. C씨는 5남매와 형제지간으로 지냈다. 어머니인 B씨가 1999년 11월 사망한 뒤에도 C씨가 제사를 주재했다. 5남매 자녀들도 C씨를 큰아버지로 알고 지냈다.
 
이후 C씨는 건강이 악화돼 돌봐 줄 사람이 필요했지만 후사가 없었다. 그래서 2016년 8월  5남매 중 넷째의 아들인 D씨에게 간병을 부탁했다. D씨는 직장까지 그만두고 C씨와 살면서 그를 간병했다. 그러나 C씨는 병세가 갈수록 나빠졌다. 그해 11월 분당서울대병원에 입원해 두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퇴원한 뒤에는 침대에 누워 지냈다. 결국 이듬해인 2017년 5월 숨을 거뒀다.
 
D씨는 C씨가 숨지기 석달 전 쯤 구청에서 C씨의 주민등록증과 함께 입양신고서를 제출했다. 양자는 본인, 입양부는 C씨였다. D씨 부모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입양신고서는 D씨 자필로 작성돼 있고, C씨의 도장이 날인돼 있었다. C씨는 수백억대 자산가였고, D씨가 이를 단독으로 상속했다. 
 
이를 알게 된 5남매 중 E씨 등 생존한 3명과 사망한 남매 가족들이 D씨를 상대로 입양무효확인소송을 청구했다. 이들은 D씨가 입양신고서를 임의로 작성했거나 C씨의 의사능력이 상실된 상태를 이용한 것이기 때문에 무효라는 것이 청구이유다. 또 자신들 역시 C씨와 형제지간이었는데 D씨가 양자가 돼 상속재산을 독차지했다고 주장했다.
 
E씨 등은 재판 중 위헌법률심판 제청도 신청했다. 입양신고 시 C씨 출석을 강제하거나 본인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손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명서를 제시해 입양 신고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 가족관계등록법 23조 2항은 위헌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가 기각하자 직접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가족관계등록법 23조 2항은 입양 등 신고로 효력이 발생하는 등록사건은 본인이 직접 출석하지 않아도 주민등록증·운전면허증·여권, 그 밖에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는 신분증명서를 제시하거나 신고서에 본인의 인감증명서를 첨부하면 효력이 발생하도록 돼 있다.
 
헌법재판소 청사. 사진=헌법재판소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7대 2 의견으로 "가족관계등록법 23조 2항은 합헌"이라고 판단하고 E씨 등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심판대상 조항은 입양의 당사자가 출석하지 않아도 입양신고로 가족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는 한편, 출석하지 아니한 당사자의 신분증명서를 제시하도록 해 입양당사자의 신고의사의 진실성을 담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비록 출석하지 않은 당사자의 신분증명서를 요구하는 것이 허위 입양을 방지하기 위한 완벽한 조치는 아니더라도 심판대상 조항이 원하지 않는 가족관계의 형성을 방지하기에 전적으로 부적합하거나 매우 부족한 수단이라고 볼 수는 없다"면서 "그렇다면 심판대상 조항은 입양당사자의 가족생활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반면 이선애·이은애 재판관은 심판대상 조항이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넘어 입양당사자의 가족생활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 판단을 내렸다.
 
이 재판관 등은 "본인 등이 서명 또는 날인한 위임장에 본인 등의 신분증명서 사본만을 첨부하면, 손쉽게 일방당사자의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아 입양신고서에 기재해야 하는 개인정보를 알 수 있다"면서 "입양신고서의 기재사항만으로는 당사자 사이에 진정한 입양의 합의가 존재한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담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가족관계등록법은 출석하지 않은 신고사건 본인에게 입양신고가 이루어진 사실을 통지하지 않기 때문에 신고사건 본인이 우연히 가족관계등록부를 열람하지 않는 이상 입양신고가 잘못 이뤄졌음을 다툴 기회마저 상실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