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영상)정무기능의 실종…윤 대통령 강경기류가 지배
"정무라인 마비, 고작 축하난 전달 역할만…대통령도 그립감 내려놔야 참모들이 말할 수 있다"
2022-11-30 16:40:02 2022-11-30 22:07:40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대통령실의 정무 기능이 실종됐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사사건건 여야가 충돌하면서 그 배경을 정무라인의 부실로 꼽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정무라인은 대통령과 여야가 소통하는 가교 역할을 맡는다. 대통령의 의중을 제대로 파악해 여야를 설득하고, 여야의 반대의견도 대통령에 과감히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은 이를 토대로 고도의 정치적 결단을 내린다. 
 
대통령실은 이 모두를 여소야대 국면으로 탓한다. 제1당인 민주당의 의회 폭거로 국정 운영이 발목 잡혔다는 게 주된 주장이었다. 하지만 여소야대 구도일수록 정무기능이 더욱 중요하다. 새정부 출범 후 정국은 극한 대립의 반복이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뉴욕 순방 중 벌어진 비속어 논란을 계기로 대통령실과 야당의 갈등은 극에 달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비속어와 종북 주사파 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윤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 전면 불참했다. 사상 처음 있는 일로, 텅 빈 국회 본회의장은 한국정치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줬다. 야당과의 냉랭한 관계는 계속됐고, 대통령 순방 이후 외교 성과를 여야 지도부에 설명하는 전례도 지켜지지 않았다. 야당 지도부와의 회동이 기약 없이 순연된 가운데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 책임을 물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발의키로 했다. 이 또한 민주당의 파면 요구가 있었으나 윤 대통령은 수용하지 않았다. 
 
여당 내에서조차 잡음은 계속됐다. 대선과정에서 수차례 파열음을 냈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의 갈등이 새정부 출범 이후에도 지속됐지만, 이를 제대로 조율하는 정무 기능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히려 윤핵관을 넘어 윤 대통령과의 정면충돌로 이어졌고, 이는 고스란히 국정 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권성동 의원과 장제원 의원이 충돌하면서 원조 윤핵관의 분화도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정무수석실 소속 홍지만 정무1비서관과 경윤호 정무2비서관이 경질됐고, 그 자리에 전희경 전 의원과 장경상 국가경영연구원 사무국장을 앉혔지만 아직까지 이들의 존재감은 딱히 없다. 특히 장 비서관의 경우 과거 친박계의 대표적 전략통으로 큰 기대를 모았지만 윤 대통령의 강경 기류에 밀려 있다는 게 주위의 전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는 모습. 민주당은 검찰의 대장동 수사를 정치보복으로 규정하고 이날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보이콧했다.(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30일 <뉴스토마토>에 "참모들이 여러모로 문제다. 실력이 약하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여권 한 관계자는 "지금 야당과의 관계가 너무 꽉 막혀있다. 정무라인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해빙은 아래에서부터 돼야 위로 올라가는 동력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권 인사는 "기본적으로 대통령이 정치권을 바라보는 시각이 나라를 위한 집단이 아니라, 기득권을 지키는 부정부패한 집단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야당과 대화 자체를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이럴 때일수록 정무라인의 정교한 활동이 필요한데 지금은 정무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다. 고작 축하 난 전달하는 역할밖에 없지 않느냐"고 했다.
 
이명박정부 당시 특임장관을 지낸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최근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서 "대통령실이 강하게 나가는 것을 중재할 수 있는 기구나 사람이 있어야 되는데 윤석열정부에는 그게 없다"면서 "전부 다 한목소리로 나가니까 야당과 365일 싸우잖느냐"고 지적했다. 이 고문은 "MBC에 기분 나쁜 일이 있으면 정무수석을 보내든지 홍보수석이 MBC와 만나서 '우리 입장은 이건데 당신네들이 이렇게 보도를 했는데 이게 좀 오해가 있다, 풀자' 해서 서로 풀고 넘어가야 한다"며 "지금 윤석열정부를 보면 그 어떤 사람도 물밑에서 정치를 풀어가는 사람이 없고 협치를 안 한다. 이래서는 싸움만 있지 정치는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같은 지적들은 결국 윤 대통령의 강경 기류가 모든 것을 지배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상민 장관 해임건의안 수용 불가라는 윤 대통령의 의중이 확인되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발로 "민주당이 해임건의안을 발의하면 우리는 국정조사를 전면 보이콧할 것"이라는 초강경 발언만 나왔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이럴 때는 정무수석이 나서 이 장관의 자진사퇴를 이끌어내야 대통령도, 여당도 정치적 부담을 덜 수 있는데, 대통령이 이 장관을 신뢰하니까 쓴소리를 전혀 못하는 구조"라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결국 부담은 대통령이 짊어지게 된다. 국정운영 지지도가 30%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총선 역시 치르나 마나"라며 "대통령도 그립감을 좀 내려놔야 한다. 그래야 참모들이 말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