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기술수출 명암…"반환 리스크도 크다"
2023-11-10 06:00:00 2023-11-10 06:00:00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대규모 기술수출 소식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권리 반환도 잇따르는 만큼 규모와 건수만으로 낙관적인 해석을 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산업의 자본력이 부족해 개발 초기 단계에 기술을 넘기고, 이에 따른 반환도 많기 때문에 공동 개발에 참여해 노하우를 축적하는 방식의 대비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10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현재까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기술수출은 17건, 계약규모는 5조2652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7년 1조6140억원(8건), 2018년 5조4395억원(10건), 2019년 8조5165억원(14건), 2020년 11조3672억원(15건)을 기록했습니다. 2021년에는 13조3723억원(34건)으로 크게 늘었다가 지난해 6조2569억원(16건)으로 나타나 연도별 편차는 있지만 수출 규모가 해마다 증가하는 추이를 보였습니다.
 
통상 4분기는 1년 간의 성과 평가가 이뤄지는 인사고과철이라 통상 기술수출이 가장 많이 이뤄지는 데다 다국적 제약사의 주력 제품들이 곧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어 추가적인 계약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현재 우리나라 기술수출 수준은 중국, 일본 포함해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높은 편입니다. 건수는 미국, 유럽, 중국이 압도적이지만 밸류를 따졌을 땐 세계 20위권 안에 드는데요. 그러나 상대적으로 글로벌 상위 제약사들보다 자본력이 떨어져 개발 초기단계에서부터 기술 수출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수출된 신약 후보물질 관련 기술이 신약개발로 연결될 확률은 낮기 때문에 기술반환은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특히 물질 개발 초기 단계에서 수출이 이뤄지면 그만큼 성공 확률이 낮아져 중간에 반환될 확률이 더 높습니다. 통상 선계약금과 개발과 허가 등에 따른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를 받고 기술 수출을 하는데, 기술반환이 되면 선계약금만 건지게 되는 것이지요. 미래에 대한 기대 매출이 감소함으로써 기업이 갖고 있는 벨류 자체가 흔들리며 주가도 큰 타격을 받습니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던 한미약품(128940)은 사노피로부터 '퀀텀 프로젝트' 반환 등의 부침을 겪었는데요. 계약금 4억 유로(약5740억원)을 포함해 총 계약 규모 39억 유로(5조5969억원)에 달하는 당뇨신약 3종의 기술이전 계약이었으나 사노피는 2016년 계약 수정으로 1개를 반환했고, 2020년 최종적으로 한미약품으로 도입한 신약 개발을 모두 중단했습니다. 2016년에는 기술수출 수정 계약을 맺으며 계약금 4억 유로 가운데 1억9600만 유로를 사노비에 반환했습니다. 권리 반환 통보 이후 한미약품 주가는 급락했죠. 
 
올해는  JW중외제약(001060)이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신약으로 개발 중이던 JW1601 파이프라인이 반환됐습니다. 2018년 덴마크의 피부 전문 제약회사인 레오파마에 4억200만달러 규모로 기술수출 됐지만, 최근 진행한 임상 2상에서 유효성 충족에 실패하면서 반환된 것입니다. 계약금 1700만 달러(약 230억원) 외에 마일스톤 수령과 순매출액에 따른 경상 기술료(로열티)는 받지 못하게 됐습니다. 중외제약은 그간 확보해 온 중개연구 데이터를 토대로 새로운 적응증으로의 가능성을 포함한 향후 개발 발향성을 검토할 방침입니다. 
 
글로벌 제약사는 블록버스터 출시를 목표로 전 세계에서 다수의 후보군을 사들여 경쟁력 있는 1~2개를 제외하고는 나머지는 보류하거나 원개발사에 기술을 반환합니다. 이 때문에 보류·반환 기간 동안 공백기가 생기고, 돌려받은 뒤 개발에 나서면 경쟁력이 떨어지는데요. 한미약품의 에피노페그듀타이드나 유한양행의 레이저티닙처럼 기술 반환 뒤 재수출된 사례도 있긴 하지만 매우 드물죠. 이 때문에 단순히 계약규모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상세 내용을 꼼꼼히 뜯어보고 반환 시 리스크도 간과해선 안된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전문가들은 아직 국내 기업의 자본력이 부족한 만큼 초기 단계 기술 수출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결국 글로벌 기업과 파트너십을 통해 블록버스트를 개발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반환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정윤택 제산업전략연구원 원장은 "기술 수출을 하더라도 신약 개발로 연결되는 확률은 매우 낮기 때문에 우리 기업이 공동 개발에 참여해 반환되더라도 연구를 이어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하우를 축적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미약품 연구원의 연구 개발 모습. (사진=한미약품)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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