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예 기간이 끝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니깐요. 기업에 있어 가장 좋지 못한 시나리오는 불확실성 지속입니다. 관세 부메랑이 어떠한 형태로 돌아올지 몰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습니다."
미국 정부의 상호관세 도입 발표 이래 우리나라 식품업계가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비록 90일 유예됐지만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25%의 상호관세 부과 결정이 내려짐에 따라, 식품업계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대응 마련에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 직면한 탓이다.
그간 식품업계는 미국을 주축으로 한 글로벌 시장에 'K-푸드'를 전파하며, 우리나라 수출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더욱이 식품업계는 불법 비상계엄 리스크와 환율 폭등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되기 시작한 지난해 연말을 제외하면, 오랜 기간 글로벌 시장 확장에 이렇다 할 걸림돌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식품업계는 불과 반년여 만에 거짓말같이 쏟아진 악재들로 인해 노심초사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이들 악재들 중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폭탄은 미국 시장 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 업계에 직격탄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 식품업계의 미국 내 매출 비중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대미 농식품 수출액은 15억9000만달러(약 2조2000억원) 규모로 전년(13억1000만달러)보다 21%나 상승했다. 미국은 지난 2023년만 해도 일본, 중국에 이은 3위 시장이었지만 지난해 1위 수출국이 됐다.
게다가 기업들 입장에서 체감상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그동안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었던 터라, 비율 문제는 차치하고 향후 관세 부과 자체가 업계에 무조건 마이너스로 작용한다.
사실 관세 리스크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하다. 바로 미국에 많은 식품 공장을 지으면 된다. 하지만 미국에서 생산 시설을 가동하는 경우는 막대한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들이다. 불행하게도 국내에서 생산한 후 수출에 나서는 대다수는 중소기업들로, 이들 업체는 관세 포화를 피하기 어렵다.
거시적 측면에서 식품 산업이 다른 산업 대비 상대적으로 관세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도 문제다. 트럼프는 통상적으로 먼저 충격요법을 가한 후 협상을 취하는 전략을 취해왔다. 하지만 이는 대체 불가능해 협상이 필연적으로 불가피한 산업에 국한된 이야기다. 미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확실한 히트 상품이 아니라면 높은 관세에 따른 장벽을 극복하기란 쉽지 않다.
안타까운 점은 사실상 무정부 상태인 현재 관 차원에서 미국과의 상호관세 문제 해결을 기대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오로지 트럼프의 입에 기댄 채 식품업계 스스로 각자도생하며 자구책을 마련하는 것 말고는 별다른 방도가 없는 셈인데, 그간 이렇다 할 정부의 지원 없이 힘들게 K-푸드 세계화 길을 개척해온 업계의 노력이 단 몇 개월 만에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현실이 그저 가혹하기만 하다.
김충범 산업2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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