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올해 처음으로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되면서 복잡한 지배구조 문제가 다시금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정훈 전 빗썸 의장이 총수로 지목된 가운데, 그간 실소유주 의혹이 제기된 바 있는 강종현씨 측과의 물밑 세력 다툼에도 재차 이목이 쏠리는 분위기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5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빗썸을 신규 지정했습니다. 직전 회계연도 기준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을 충족한 데 따른 결과로, 가상자산 업계 기준으로 보면 두나무에 이어 두 번째 사례입니다. 공시대상기업은 기업 현황, 내부거래, 특수관계인 현황 등을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하며, 자산운용의 투명성 제고가 핵심 과제로 지목됩니다.
여전히 복잡한 소유 구조
그간 빗썸은 복잡한 지배구조 탓에 실소유주 논란이 줄곧 따라붙곤 했는데, 아직까지 이 부분은 투명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빗썸의 최대주주는 빗썸홀딩스(73.56%)입니다. 이 빗썸홀딩스의 지분은 비덴트(34.22%), 디에이에이(29.98%), 기타 주주(25.1%) 순으로 나눠진 상태입니다.
또한 빗썸홀딩스 최대 지분을 보유한 비덴트의 최대주주는 인바이오젠(34.25%)입니다. 인바이오젠은 버킷스튜디오(78.89%)가, 버킷스튜디오는 이니셜1호투자조합(17.59%)이, 이니셜1호투자조합은 이니셜(51.7%)이 각각 최대주주입니다.
이니셜의 최대주주는 강지연 이니셜 대표로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강 대표는 이니셜, 버킷스튜디오, 인바이오젠의 대표이기도 합니다. 강 대표는 빗썸홀딩스와 빗썸의 실소유주 의혹이 제기된 강종현씨의 여동생입니다. 강씨는 지난해 말 배임증재 혐의로 가수 성유리의 남편인 프로골퍼 출신 안성현씨와 함께 법정구속됐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공정위, 총수로 이정훈 지정…지배권 양분 구도
공정위는 빗썸의 동일인(총수)로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빗썸코리아 이사회 의장을 지정했습니다. 이에 실질적 지배력 및 간접 소유 구조가 공시 대상에 포함되면서 지분 관련 내용이 좀 더 상세히 공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이 전 의장과 우호 세력의 빗썸홀딩스 지분은 비덴트 보유 지분을 뺀 65%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동일인 지정은 기업집단의 최종 관리책임자를 특정하기 위한 행정적 분류로, 다른 주요 지분 보유자의 실질 지배력까지 배제하는 개념은 아닙니다.
빗썸을 둘러싼 지분 관계를 살펴보면 현재 강지연 대표가 복수의 중간지주회사를 통해 빗썸홀딩스까지 영향을 미치는 구조입니다. 이는 직접 지분율은 낮아도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우회 지배 또는 순환출자 구조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제도권 진입 관문은 '투명성 확보'…감독 강화가 시험대
비단 대기업집단 지정 문제가 아니더라도 빗썸이 ‘제도권 거래소’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결국 경영 투명성과 지배구조 개편이 선결돼야 합니다. 최근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감독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한데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시행과 함께 금융위원회의 실명계좌 발급 기준 및 자산 보관 요건 강화 또한 본격화되는 분위기입니다.
이 가운데 빗썸은 지난달 22일 금융감독원(금감원)에 인적 분할을 위한 신고서를 제출했는데요. 회사를 존속법인과 신설법인 '빗썸에이'로 쪼갠 뒤, 존속법인이 기존 거래소 업무를 담당하고 신설법인이 신사업을 맡도록 한다는 계획이 담겼습니다. 다만 금감원은 빗썸이 신고서를 제출한 지 7영업일 만에 수정 보완을 요구했습니다.
구조적 불투명성은 빗썸이 추진 중인 인적 분할 및 향후 기업공개(IPO) 과정에서도 금융당국의 핵심 검증 대상이 될 전망입니다.
회계 관련 저술 및 강연 활동을 하고 있는 이승환 회계 전문가는 "지배구조가 지나치게 복잡하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신뢰하기 어렵고, 그런 기업에 투자하기는 쉽지 않다”며 “기업이 외부 투자를 유치하려면 사회적 책임과 투명성 확보는 기본 전제가 돼야 한다. 실질적 지배관계를 명확히 하고 이를 공개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라고 말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5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에 따라 빗썸을 신규 지정했다. (사진=뉴시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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