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게임사 첫 파업이 한창인 넥슨 그룹이 효자 IP(지적재산권) '던전앤파이터' 20주년 행사 취소 사태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던파 IP 개발·서비스 자회사 네오플 파업이 행사 취소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교섭에 진전 없는 노사의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16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최근 넥슨은 8월 9~10일로 예정됐던 'DNF 유니버스 2025' 행사를 취소했습니다. 넥슨은 "콘텐츠를 충분한 완성도로 선보이기 어렵다"고 했지만, 파업 영향을 에둘러 표현했다는 게 업계 시각입니다.
판교 넥슨 코리아 사옥. (사진=넥슨)
"굿즈 제작비만 500만원"
앞서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넥슨지회 네오플분회는 사측에 인센티브제인 'GI(신규 개발 성과급)' 개선과 초과이익분배금(PS) 4% 지급을 요구하며 이달 7일 전면파업에 돌입했습니다. 노조가 예고한 파업 기간은 행사 전날인 다음 달 8일까지입니다.
이번 행사는 일산 킨텍스에서 던파 IP 활용작이 모두 모이는 첫 대규모 축제로 기획돼, 참가를 준비해온 이들의 날선 반응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게이머가 직접 만든 2차 창작물 장터인 '던파 한데이' 피해액은 수십~수백만원에 달합니다.
이번 행사의 부스 참여를 준비하던 A씨는 "현장 판매 굿즈 제작비만 500만원"이라며 "주문 제작품이라 취소도 어렵다"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B씨 역시 "부스 방문객에게 나눠 주려고 준비한 렌티큘라 카드 제작비만 80만원"이라며 "행사 전날로 예약한 숙박비가 25만원인데 위약금이 50%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게임이용자협회는 이번 행사 참가 예정이던 창작자와 도우미 등의 금전 피해 사례를 모으고 있습니다.
네오플은 한데이 참여 예정자 굿즈의 온라인 판매 수수료와 포장비 지원 등을 약속했습니다. 이른 시일 안에 사이퍼즈 IP 행사 '사퍼한데이'를 열고, 11월에는 던파 동인 행사 '플레이마켓'도 개최합니다.
게임계는 업계 첫 파업 사태를 맞은 네오플 노사가 '패배 사례'를 만들지 않기 위해 물러서지 않고 있다고 관측합니다. 이번 파업은 사실상 민주노총과 넥슨 그룹의 싸움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피해 사례를 수집한 이철우 변호사(한국게임이용자협회장)는 "이번 행사 취소의 의미는 사측이 당분간 타협과 굴복이 없다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표출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민심은 20주년 행사 취소 원인으로 파업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행사 참여를 기다리던 C씨는 "초등학생 시절인 2007년부터 던파를 시작했다"며 "20주년 행사는 게임에서 한 번뿐인데, 추억을 쌓지 못해 화가 많이 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파업으로 인력이 부족해 행사 준비가 힘들어진 것 같다"며 "열심히 사과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사측이 원망스럽진 않다"고 했습니다.
조정우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넥슨지회 네오플분회장이 11일 넥슨 코리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노사 대치 속 "대화 의지 있다"
노조는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다만 조정우 네오플분회장은 지난 11일 판교 넥슨 코리아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던파 유저를 대상으로 회사를 대표해 말할 자격은 없다"면서도 "회사의 압박보다 유저의 불만을 가장 걱정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시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노사는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노조는 파업 이후 제대로 된 교섭은 없었다고 합니다.
조 분회장은 "제주 지역을 담당하는 광주지방 노동청이 교섭 제안을 하고 있다"며 "사측이 계속 거절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PS 4%를 고집하는 게 아니라, 영업이익 기반 보상제도 정착을 요구하고 있다"며 "PS 4%가 부담스럽다면, 예를 들어 PS는 2%로 하더라도 그 외 보상 제도나 GI 제도 개편 등을 여러 방식으로 조율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측은 "노조와의 원만한 합의를 위해 앞으로도 성실히 대화에 임할 예정"이라며 "회사와 모든 구성원이 함께 성장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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