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한진, CB 전환으로 지분 챙기기…법적 논란 불씨
CB 발행 당시 '채무상환', 콜옵션 행사 이후 '경영권 방어'
과거 KCGI에 승소했지만 주주평등원칙 위배 소지 있어
2025-07-29 06:00:00 2025-07-29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7월 25일 16:55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한진(002320)이 전환사채(CB)에 대한 전환청구권을 행사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모회사인 한진칼(180640)은 과거 경영권 방어 목적의 신주발행에 대한 소송에서 사모펀드 KCGI를 상대로 승소한 바 있지만, 이번엔 노골적인 경영권 방어 목적의 지분 확보라는 점에서 한진 측의 법적 리스크가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진은 지난달 10일과 이번 달 22일, 23일 총 25만7238주에 대한 CB의 전환청구권을 행사했다. 이는 발행주식총수(1495만1519) 대비 1.72%에 해당하는 물량으로, 약 48억원 규모다.
 
(사진=한진)
 
CB 발행 당시 ‘채무상환’…콜옵션 행사 이후엔 ‘경영권 방어’
 
한진은 앞서 2023년 7월 유진투자증권을 상대로 3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다. 당시엔 조달자금의 구체적인 사용 목적에 대해 ‘채무상환’이라고 명시했으나, 이번 전환청구권 행사에 대해선 ‘경영권 안정을 위한 지분 확보 목적’이라고 밝혔다.
 
과거 주요 판례에 따르면 경영상 목적이 아닌 지배권 유지 목적으로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 CB 발행은 원칙적으로 무효 사유에 해당한다. 자금조달 등 정상적인 경영상의 목적으로 발행하는 것은 무효 사유에 해당하지 않지만, 특정 주주의 지배권 유지를 위해 발행하는 것은 주주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게 재판부의 일관된 시각이다.
 
한진이 채무상환 목적이었던 CB를 지분으로 전환한 데는 ‘발행된 CB의 27.51%를 한도로 발행회사(한진)가 지정하는 제3자에게 매도할 것을 사채권자(유진투자증권)에게 청구할 수 있다’는 콜옵션 조항 덕분이었다.
 
지난 10일 한진은 콜옵션 행사를 통해 유진투자증권을 상대로 발행한 300억원 규모의 CB 0.10%에 대해 제3자에게 매도할 것을 청구했다. 당시 한진 이사회에선 해당 CB 물량을 매수할 제3자로 조 사장 외에 노삼석 한진 대표이사, 류경표 한진칼 부회장, 김현우 한진 경영기획실장, 서민석 한진 재무관리실장 등 그룹 경영진을 지정했다. CB 전환에 따라 발행할 주식 수는 조 사장 1009주(0.06%)를 비롯해 노 대표이사 322주(0.02%), 류 부회장 153주(0.01%), 김 실장 100주(0.01%), 서 실장 25주 등에 불과했다.
 
다만 해당 공시와는 달리 23일 한진은 총 25만7238주(1.72%)에 대한 전환청구권을 행사를 통해 신주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22일 청구된 8만8560주와 23일 청구된 16만4787주가 다음달 12일 발행될 예정이며, 지난달 10일 청구된 3891주는 26일 발행됐다는 내용이다. 1609주에 불과했던 신주 물량이 25만7238주로 크게 불어난 것이다. 이처럼 지난 10일 공시한 내용과 23일 공시 내용이 크게 달라졌음에도 그 이유에 대한 별다른 설명은 없었다.
 
과거 KCGI에 승소…주주평등원칙 위배 소지 '쟁점'
 
과거 한진의 모회사인 한진칼의 경우, 2020년 12월 KCGI와의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송네거 두고 승소한 바 있다. 대한항공(003490)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KDB산업은행을 상대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KCGI는 한진칼을 상대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끝내 기각됐다. 
 
당시 재판부는 “이 사건 신주발행은 상법 및 한진칼 정관에 따라 한진칼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및 통합항공사 경영이라는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이고, 한진칼 현 경영진의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신주를 발행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한진칼 측에선 항공산업 재편과 결부된 자금조달 필요성을 주장했고, KCGI 측은 주주평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논리를 폈다. 그리고 재판부는 자금조달에 따른 경영 효율성 강화를 인정해 한진칼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당시에도 재판부는 단서를 달았다.
 
재판부는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신주발행은 무효가 아니라면서도 “회사가 내세우는 경영상 목적은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고, 실제 회사 지배관계에 대한 영향력에 변동을 주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경우 제3자 배정 방식의 신주발행은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무효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CB도 유상증자와 마찬가지로 신주발행이라는 점에서 상법상 주주평등원칙(제418조)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상법 제418조 제1항을 “주주는 그가 가진 주식 수에 따라서 신주의 배정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자금조달 목적으로 발행한 CB가 사실상 대주주의 지분율 높이는 데 활용됐을 경우, 주주평등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IB토마토>는 한진 측에 이와 관련해 문의했지만 별다른 답변이 없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