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인재 확보전’이 치열해진 가운데 K-반도체 기업 내에서는 보상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마이크론·TSMC·인텔 등 해외 기업들이 임금인상,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등 다양한 보상 수단으로 엔지니어 유치에 나서자 반도체 기업 내 갑을 지형도까지 바뀌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삼성그룹노조연대가 지난 9월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본사 사옥 앞에서 ‘투명한 성과급 제도 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뉴스토마토)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는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정현호 부회장, 전영현·노태문 부문장 등 최고경영진에게 ‘성과연동 주식보상제도’에 대한 개선책과 설명을 요구하는 공식 공문을 전달했습니다.
앞서 삼성전자는 향후 3년간 주가 상승폭에 따라 자사주를 지급하는 성과연동주식보상(PSU) 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는데, PSU의 경우 일회성 제도로 지속 가능한 보상 체계로 보기 어렵다는 게 노조의 지적입니다.
특히 반도체 사업을 맡는 디바이스솔루션(DS)과 모바일·가전을 맡는 디바이스 경험(DX) 등 부문 구분 없이 전사 통합 기준으로 적용돼 특정 사업부의 이익으로 발생하는 자본비용이 타 사업부로 전가, 성과급 산정의 형평성도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습니다.
당초 삼성전자 측에서는 PSU를 도입해 핵심 인재 유출을 막고, 중장기 성과 창출에 대한 동기를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내부적으로는 직원의 동기부여와 실질적 보상 효과를 도모하기 위해선 기준 수립의 명문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반발에 부딪힌 것입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기업처럼 장기 인센티브를 도입한 점은 긍정하면서도 인공지능(AI) 산업 확산으로 본격화한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을 감안할 때 명확한 기준과 파격적인 보상만이 인재 수혈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옵니다.
삼성전자 서초 사옥과 SK서린빌딩 사옥.(사진=뉴시스)
실제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3위 기업인 마이크론의 경우 최근 네트워킹 플랫폼 링크드인을 통해 대만 타이중 지역의 팹(공장)에서 일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엔지니어들의 경력 채용을 진행하며 최대 2억원대(임원급 직무 기준) 연봉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도체 기업 한 관계자는 “공급보다 수요가 많으니 반도체 엔지니어 몸값이 많이 올라간 상황”이라며 “기술 인력에게 걸맞은 시스템과 보상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라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에서는 직원에 대한 인센티브도 확대하는 모습입니다. 국내 반도체 쌍두마차인 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 9월 임금 6% 인상과 함께 성과급(PS) 상한선을 폐지하고 매년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노사 합의안을 타결하는 등 보상의 내적 동기부여를 극대화하는 통큰 결단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이번 노사 합의로 SK하이닉스 직원들은 1인당 약 1억원 규모의 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에 앞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DB하이텍은 작년 한 해 실적에 따른 ‘생산성 격려금(PI)’으로 연봉의 약 15%를 책정하고, PI의 최대 50%까지 자사주 선택이 가능하도록 하는 자사주 옵션을 도입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TSMC, 미디어텍과 같은 반도체 업체들은 급여 인상, 보너스, 성과급 지급에 이어 제한부 주식(RSA)이나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같은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데 최근 반도체 업체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함에 따라 직원 입장에선 주가 연동 보상제의 메리트도 높아진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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