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음악 들으면 치매 위험 39%↓
호주 모나쉬대 연구진, 1만 893명 추적 연구
“완치 치료 없는 치매, 생활습관이 예방 전략”
2025-11-20 09:41:33 2025-11-20 14:06:28
70세 이후 규칙적으로 음악을 듣는 생활습관이 치매 발병 위험을 대규모 연구가 발표됐습니다. 악기 연주를 하는 경우에도 위험 감소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명확한 치매 치료법이 없는 상황에서 ‘음악’이 노년 뇌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생활 기반 전략이 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호주 모나쉬대학교 연구진은 미국·호주가 공동 수행한 고령 코호트 연구(ASPREE·ALSOP)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음악 청취 및 연주와 치매 위험 사이에 뚜렷한 연관성이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연구 결과는 학술지 <국제 노인 정신의학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Geriatric Psychiatry International Journal of Geriatric Psychiatry)>에 지난 10월14일 실렸습니다.
 
매일 음악을 들으면 치매 위험과 경도 인지장애 위험을 크게 낮아진다. (이미지=ChatGPT 생성)
 
연구진은 ‘노인 대상 아스피린 사건 감소 연구(ASPREE, ASPirin in Reducing Events in the Elderly)’ 및 ‘ASPREE 노인 종단 연구(ALSOP)’ 하위 연구 데이터를 활용했으며, 해당 연구에 참여한 70세 이상 고령자 1만893명을 평균 6년 이상 추적해 얻은 자료를 분석했습니다. 대상자는 연구 시작 당시 치매 진단을 받지 않았고, 건강 상태와 생활습관, 인지 기능, 음악 활동 여부 등을 주기적으로 평가받았습니다.
 
모나쉬대 연구진은 음악 청취 빈도를 ‘항상·자주·가끔·거의 안 함’으로 구분해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항상 음악을 듣는다”고 답한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치매 발병 위험이 39% 낮았습니다. 경도 인지장애(CIND) 위험도 17% 줄었습니다. 악기 연주 역시 효과가 있었습니다. 악기를 ‘자주/항상’ 연주한다고 답한 집단은 치매 발병 위험이 35% 줄었습니다. 음악 듣기와 연주를 모두 꾸준히 하는 집단에서는 치매 위험이 33%, 인지장애 위험이 2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음악은 노년에 적합한 인지 자극”
 
논문의 제1저자인 엠마 자파(Emma Jaffa) 모나쉬대 연구원은 “음악 활동은 고령층에 부담이 없고 일상적으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활동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다만 인과관계를 확정할 수 없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음악이 뇌 전반을 자극한다는 점이 효과의 배경이라고 분석합니다. 
 
멜로디나 리듬을 해석할 때 청각 피질, 음악적 감정 반응을 느낄 때 편도체, 추억과 연결될 때 해마, 구조를 예측할 때 전전두엽이 동시에 활성화됩니다. 이는 “노년층에게 부족해지기 쉬운 복합 인지 기능을 고르게 자극하는 활동”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악기 연주는 손가락 움직임·호흡·청각 조절 등 복합 기능을 요구해 인지 자극 효과가 큽니다. 신경과 전문의들은 “노년층에서 음악 활동은 인지 훈련 중 뇌 활성도가 가장 큰 편에 속한다”고 말합니다.
 
대중가요나 트로트에 높은 친숙도를 가지고 있는 한국에서는 음악 기반 치매 예방 전략이 특히 효과적일 수 있다. 치매안심병원에서 치매환자들이 음악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번 연구는 단순 설문이나 단기간의 실험이 아니라 대규모 장기 코호트 분석이라는 점에서 신뢰도가 높습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항상 음악을 듣는 집단은 시간 경과에 따라 전반적 인지 기능과 기억력이 더 안정적으로 유지됐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교육 수준이 높은 집단(16년 이상)에서 음악 활동의 보호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주의력이나 언어 능력 등 일부 영역에서는 그 차이가 뚜렷하지 않았습니다.
 
치매는 발병 후 근본 치료가 사실상 불가능한 질환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치매 환자 수는 5500만명, 한국도 2030년에는 120만명을 넘어설 전망입니다. 약물이나 치료는 증상 완화 효과에 그치기 때문에, ‘발병 자체를 늦추는 생활습관 전략’의 중요성이 큽니다. 이번 연구의 교신저자인 조앤 라이언(Prof. Joanne Ryan) 모나쉬대 교수는 “현재 치매를 완치하는 치료법은 없다. 발병을 방지하거나 늦추는 방법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며 “이번 연구는 생활 기반의 접근 가능한 전략으로서 음악 활동이 유용함을 보여준다”고 말합니다.
 
음악 즐기는 한국 노년층에 적합
 
한국에서는 음악 기반 치매 예방 전략이 특히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이나 TV 음악 프로그램의 소비율이 상당히 높고, 노년층이 대중가요나 트로트에 높은 친숙도를 지니고 있습니다. 지역의 다수 치매안심센터는 음악 치료와 합창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음악이 단순한 취미 활동을 넘어, 노년기의 인지 기능을 보호하고 치매 발병을 늦출 수 있는 잠재적 전략임을 보여줍니다. 매일 20~30분 음악 듣기 익숙한 음악과 새로운 음악을 함께 듣기 산책·휴식과 음악을 결합해 습관화하기 등을 지속한다면 의미 있는 예방의학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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