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몰락의 시간'이 지방선거에 주는 경고
2025-11-27 06:00:00 2025-11-27 15:28:45
지난 주말 『몰락의 시간』이라는 책을 다시 꺼내 읽었습니다. 2023년 말 출간된 이 책의 저자는 문상철씨입니다. 문씨는 2011~2017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수행·의전비서로서, 메시지 작성을 담당했습니다. 안 전 지사는 한때 민주당의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였지만, 성폭력 범죄와 그에 따른 '미투'(Me too) 폭로로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책 제목인 몰락의 시간이란, 안 전 지사가 대권주자에서 성폭력 범죄자로 몰락하는 데까지의 상황을 복기한 말이기도 합니다. 
 
평범한 대학원생이었던 저자는 우연한 계기로 안 전 지사와 인연을 맺고 합류하게 됩니다. 그는 안 전 지사라면 새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고 합니다. 지사를 잘 보좌하는 것이야말로 여야가 극한으로 대립하는 한국 정치지형에서 정책효능감을 높일 수 있는, 공익에 이바지하는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자는 그러나 안 전 지사가 지방선거 재선을 기점으로 점점 권력과 인기에 도취돼 갔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청과 설득의 시간' 대신 '고집과 짜증의 시간'이 늘었고, 배움과 겸손 대신 독선과 교만이 자리를 잡았다는 겁니다. 대중에게 보이는 이미지를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했고, 이미지를 연출하고 외모를 치장하는 데 시간과 공을 들였다고 합니다. 공과 사의 경계를 허무는 선물도 허용됐습니다. 결정판은 의전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었다고 합니다. 안 전 지사는 '수트빨'이 무너진다면서 안경수건조차 본의 주머니에 넣지 않고, 비서에게 맡겼을 정도입니다. 행정의 본말이 전도됐고, 의전 비위를 맞추는 비선들도 득세하게 됐다고 합니다. 
 
결국 안희정의 몰락은 '재수 없이 어쩌다가 갑자기' 일어난 게 아닙니다. 저자는 도지사 재선을 통해 대권주자로 발돋움한 안 전 지사의 안일함이 1차 원인이라고 짚었습니다. 또 80년대 동아리 같던 안 전 지사의 조직은 '안희정의 정치'라는 우상을 위해 몰락의 징후를 애써 외면했다고 지적합니다. 물론 대통령실이나 국회, 중앙 정부와 달리 상대적으로 지방자치단체에 대해선 느슨한 언론의 감시와 견제도 한 원인일 겁니다.  
 
9회 지방선거가 6개월 남았습니다. 이번 선거는 이재명정부에 대한 평가, 12·3 계엄에 대한 평가라는 측면에서 여당과 야당은 사활을 걸고 거물들을 등판시킬 태세입니다. 부산시장, 강원도지사 선거도 관심거리지만 오세훈 시장은 사상 첫 서울시장 5선, 유정복 시장은 최초의 인천시장 3선에 도전합니다. 언론과 정치권에서 "지방선거를 통해 또 한 명의 대권주자가 탄생할 것"이라 입을 모으는 이유도 이런 맥락입니다. 하지만 시민들의 정책효능감보다 '우상'만 찾는 정치 문화는 안희정 이후로도 변한 게 없어 보입니다. 경청·설득, 배움·겸손의 대명사였던 그가 권력에 도취된 기점은 다름 아닌 지방선거 재선이었다는 걸 잊어선 안 됩니다. 
 
최병호 뉴스토마토 공동체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안희정 몰락의 과정이 충분히 이해가 되네요 ...

2025-11-27 15:24 신고하기
0 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