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한국투자증권, SK 대신 롯데와 동맹…영구채까지 '올인'
올해만 두 번째 PRS 딜 계약…금융당국 규제 전 수임
지난해 11월부터 롯데와 협력…SK와 관계 소원 원인
PRS에 이어 7000억원 영구채도 인수하며 '승부수'
2025-12-09 06:00:00 2025-12-09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2월 5일 16:52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한국투자증권이 롯데그룹과의 동맹 구축에 나섰다. 금융당국의 규제안 마련 이전 서둘러 롯데의 주가수익스와프(PRS) 딜을 선제적으로 수임했다. 그리고 최근엔 시장에서 난색을 표하는 롯데건설 영구채까지 인수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기존 동맹이던 SK그룹과의 관계가 흔들렸기 때문이란 분석을 내놨다.
 
롯데 계열 PRS 딜 연이어 맡은 한국투자증권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롯데케미칼(011170)의 6637억원 규모 PRS 물량을 전량 인수했다. 이번 인수에서 한국투자증권은 5% 초반대 금리 조건에 셀다운(재매각)없이 자금을 투입했다.
 
(사진=연합뉴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11월 메리츠증권과 미국 자회사 롯데케미칼루이지애나(LCLA)의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하면서 PRS 계약을 맺었다. LCLA의 지분 40%가 담보로 당시 금리는 7% 내외로 책정됐다.
 
당시 롯데케미칼이 맺은 계약은 신용위험을 증권사가 지는 일반적인 PRS 조건이 아닌 상환책임 의무가 롯데케미칼에 있도록 했다. 롯데케미칼은 만기 연장 협상에서 일반적인 PRS와 같이 메리츠증권의 신용 보강을 요청했지만, 메리츠증권이 이를 거절하면서 결국 한국투자증권이 맡게 됐다.
 
한국투자증권이 롯데그룹의 백기사로 나선 것은 올해 두 번째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롯데지주(004990)가 보유한 롯데글로벌로지스 주식 604만4952주 중 479만8925주를 PRS 방식으로 인수했다. 지난해엔 롯데지주가 보유한 와디즈 보통주 409만주, 전환우선주(CPS) 97만주를 기초자산으로 185억원 PRS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롯데그룹의 PRS 딜을 연달아 맡은 이유는 조만간 금융당국이 PRS딜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PRS는 회계기준 상 부채로 분류되지 않아 대규모 시설투자가 진행 중인 기업들의 주요한 자금 조달처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최근 당국이 PRS 규제 강화에 나서자 서둘러 나선 것이다.
 
한국회계기준원은 올해 3월 “PRS 계약에서 양도자가 주식 가격변동에 따른 위험과 보상을 계속 보유하고 있는 것은 조달 금액이 매수자 측이 갖는 채권으로 인식해야 한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금융감독원도 PRS 거래가 최근 도입된 교환사채(EB) 규제를 회피하는 수단이 되는지 주의깊게 모니터링하고 있다. 
 
SK 회사채 발행서 제외…롯데 영구채 인수하는 등 관계 변화
 
한국투자증권과 롯데그룹의 관계는 이제 동맹관계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가 됐다. 하지만 이는 한국투자증권에 있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기존 한국투자증권의 든든한 파트너로 여겨지던 SK그룹의 이탈 때문이다.
 
지난 11월 그룹 지주사 SK(003600)의 39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에서 한국투자증권은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어 SK온의 1440억원 회사채 발행에서도 130억원 인수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말 진행된 SK그룹 자금조달에서 SK텔레콤(017670)과 SK브로드밴드 회사채 대표 주관뿐 아니라 인수에도 참여해 총 2975억원의 실적을 쌓은 것과 대조적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SK온의 기업공개(IPO)가 지연되면서 둘의 관계가 흔들렸다고 본다.
 
SK온 미국 공장 (사진=SK온)
 
한국투자증권은 SK온의 프리IPO에서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를 통해 8000억원 상당의 자금을 출자했다. 하지만 이차전지 시장 불황 때문에 SK온이 흑자전환과 IPO가 늦어지면서 신뢰 관계엔 금이 가기 시작했다.
 
동맹에서 아쉬운 쪽은 원래 SK그룹이었다. 하지만 최근 SK하이닉스(000660)의 실적 고공행진과 더불어 SK이노베이션(096770)을 비롯한 SK그룹 주요 계열사의 실적 회복이 이어지면서 입장이 달라졌다. 굳이 한국투자증권에 의지하기보다는 여러 증권사와 협력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선회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투자증권에 새로운 동맹으로 떠오른 곳이 바로 롯데그룹이다. 롯데그룹은 최근 자금조달 시장에서 SK그룹에 못지않은 빅이슈어로 떠올랐다. 최근엔 한국투자증권이 역대급 규모로 발행되는 롯데건설의 영구채 인수에 참여해 이목을 끌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롯데건설이 발행하는 7000억원 규모 영구채를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인수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를 바탕으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해 셀다운을 진행할 계획이다. 셀다운 시 판매 조건은 3년간 연 5%대 후반의 이자율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호텔롯데와 롯데물산이 원금을 보장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롯데건설은 최근 유동성 위기설이 다시 확산되는 등 시장에서 난색을 표한다. 지난 6월 회사채 발행에선 동일 등급 대비 2.6% 넘는 이율에도 불구하고 발행액 1100억원이 전액 미매각되는 일도 있었다.
 
이런 롯데건설의 영구채 인수는 다분히 모험적이다는 평가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은 일회성이 아닌 장기 관점에서 기업 자금 조달 솔루션을 제공해 입지를 다지겠다는 입장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최근 기업금융(IB) 부문에선 다양한 커버리지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라며 “이번 딜도 일회적인 딜보다는 종합적인 자본조달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기업 지원으로 봐달라”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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