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현대차가 인도와 중동 등 잠재력이 큰 시장을 중심으로 생산과 판매 체계를 재편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주력 시장에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서 불확실성이 커지자 상대적으로 집중도가 낮았던 지역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사진=현대차그룹)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인도 첸나이 1·2공장에 제너럴모터스(GM)에게 인수한 푸네 공장 등을 통해 현지 생산량을 100만대 이상으로 높일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기아의 아난타푸르 공장 생산능력 43만대를 합치면 현대차그룹의 인도 내 총 생산 규모는 150만대에 달합니다.
인도는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3위 규모의 자동차 시장으로 성장하면서 현대차그룹에게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올랐습니다. 인도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현대차와 기아의 인도 시장 합산 점유율은 약 19%를 기록했습니다. 인도 현지 기업을 제외하면 2위 수준입니다. 인도 자동차 시장은 지난 기준 연간 500만대 규모로 성장했으며, 2030년에는 이보다 더 확대될 전망입니다.
이호중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 연구원은 “중국의 자동차산업 고속 성장기와 유사한 경제 수준과, 14.5억 인구의 잠재 수요, 기술·생산 기반 등 인도는 글로벌 완성차 제조·소비의 주요 거점이 될 기본 조건을 갖춘 상태”라고 했습니다.
현대차는 인도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최근 조직개편에도 나섰습니다. 29년 만에 처음으로 현지인 최고운영책임자를 인도법인 대표로 임명하며 현지화 역량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타룬 가르그 신임 법인장은 마루티 스즈키 출신으로 인도 자동차 시장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시장 공략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 5월 현대차 사우디 생산법인 착공식에서 박원균 HMMME 법인장 상무, 아흐메드 알리 알수베이 HMMME 이사회 의장, 야지드 알후미에드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부총재, 반다르 이브라힘 알코라예프 산업광물자원부 장관,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 문병준 주사우디아라비아 대한민국 대사 대리,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 부사장(왼쪽부터)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현대차)
중동 지역에서도 현대차의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현대차그룹은 중동 최대 시장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현지 국부펀드와 손잡고 첫 생산 거점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올해 5월 착공식을 연 현대차 사우디 생산법인(HMMME)이 건설 중인 공장은 연간 5만대 규모의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를 혼류 생산할 수 있는 공장으로, 2026년 4분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 자동차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권역 내 최대 시장입니다. 지난해 중동 전체에서 249만대가 판매됐는데, 이 중 84만대가 사우디에서 팔렸습니다. 현대차는 지난해 사우디에서만 13만6000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9% 성장했고, 올해 1분기에도 3만5000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25% 급증하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은 “HMMME가 사우디아라비아의 ‘비전 2030’에 부응해 모빌리티 기술 개발 역량을 갖춘 현지 인재 양성 등에도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현대차의 이러한 전략은 미국과 중국, 유럽 등에서 고조되는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대응책으로 분석됩니다. 미국의 관세정책 변화와 중국 내 경쟁 심화, 유럽의 환경 규제 강화 등으로 주력 시장에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현대차는 리스크를 분산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신흥 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입니다.
현대차는 인도와 사우디를 거점으로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지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입니다. 인도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은 인근 동남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시장으로 수출되고, 사우디 공장은 걸프 국가들과 북아프리카 지역으로의 공급 기지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 물류 비용을 절감하고 현지 소비자 니즈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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