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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형 생활주택, 규제완화가 낳은 대형화재 불씨
서울에만 10만 가구 건설..무분별한 건설로 화재 무방비
2015-01-12 19:06:07 2015-01-12 19:06:07
[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서울 화양동 골목에는 빌라 4채가 A빌라를 감싸고 있다. 건물들과 간격은 눈대중으로 봐도 2m 남짓이다.
 
주변 건물들 상황도 비슷하다. 옆 B빌라는 정면에 주차장 건물과 소형 빌라 1채가 세워져 있다. B빌라 주변에 트여있는 공간은 주차장 건물, 소형 빌라 사이 좁은 골목길 뿐이다.
 
A빌라, B빌라는 각각 2013년, 2012년 지어졌다. 일조권도 없는 공동주택이 지어질 수 있었던 것은 이명박 정부가 2009년 내놓은 ‘도시형 생활주택’ 때문이다.
 
◇서울 화양동 A빌라, 건물 4명이 다른 빌라로 둘러싸여있다. 만약 A빌라에 화재가 발생할 경우 소방차는 접근하기 어렵고 옆 건물로 불이 옮겨 가기는 쉬운 위치다.(사진=뉴스토마토)
 
◇ 서울 곳곳에 밀집한 '도시형 생활주택' 
 
'도시형 생활주택'은 이명박 정부 당시 주택을 싼값에 공급한다는 명분으로 주차 면적, 건물간 거리 등 각종 규제를 풀어줬다.
 
보통 아파트는 건물 높이의 0.8배에서 1배 가량 거리를 두고 다른 건물을 지어야 한다. 하지만 도시형 생활주택은 상업지역 안에서 건물 간격이 50cm이상이면 지을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또 아파트는 1세대 당 차량 1대 주차장을 확보하도록 했지만 도시형 생활주택은 1세대 당 0.4~0.6대 공간만 확보하도록 기준을 완화했다.
 
건축 규제가 완화되면서 서울에서는 좁은 골목길에도 '도시형 생활주택'들이 많이 지어졌다. 지난해 상반기 서울에 생긴 ‘도시형 생활주택’은 10만 가구가 넘었다. '도시형 생활주택' 건설이 마구잡이로 진행되면서 A빌라, B빌라처럼 비정상적인 위치에 들어선 빌라들도 많아졌다.
 
화양동 주민센터 주변에는 약 십여 채의 빌라들이 밀집한 곳이 있다. 이 곳으로 들어가는 길은 3곳이다. 그 중 2곳은 좁은 골목길이다. 소방차가 들어올 수 있는 길은 하나뿐이다. 또 차들이 골목길에 주차돼 있어 소방차가 지나가기 어려운 상태다. 화양동 뿐 아니라 가락동, 목동, 구로동 등 서울 곳곳에 ‘도시형 생활주택’ 밀집 지역이 존재한다.
 
◇화양동 주민센터 주변에는 빌라 약 10채가 밀집된 곳이 있다. 이 곳으로 들어가는 길은 3개가 있다. 그 중 2개는 좁은 골목길이라 소방차는 지나다닐 수 없다. 남은 한 곳도 많은 차들이 주차돼 있다.(사진=뉴스토마토)
 
◇ 화재 취약 '도시형 생활주택'..대형 화재 위협
  
지난 10일 발생한 의정부 아파트 화재는 '도시형 생활주택'이 화재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다. 이 화재로 12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재산피해는 약 90억원으로 추정된다.
 
10층 이하 건물에는 스프링쿨러 설치 의무가 없기 때문에 1층 주차장에서 시작된 불을 초기에 잡지 못했다. 건물들 사이 거리가 1.5m 밖에 떨어지지 않아 불은 쉽게 옆 건물들로 옮겨 붙었다. 좁은 도로에 불법 주차된 차들 때문에 소방차가 접근하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드라이비트' 공법 때문에 건물이 더 쉽게 타버렸다. '드라이비트' 공법은 스티로폼을 건물 외장재로 사용한 것이다. 건축 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어 '도시형 생활주택' 건설에 많이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스티로폼이기 때문에 화재에 취약하다.
 
입주자가 자신의 집이 화재에 취약한지 알기도 어렵다. 구청 관계자는 "건물 대장만 봐서는 '드라이비트' 방식을 사용했는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1666년 런던에서는 빵집에서 시작된 불이 대화재로 번졌다. 5일간 집 1만3000채가 타고 7만명이 집을 잃은 것으로 기록됐다. 런던 대화재의 피해가 컸던 이유 중에는 대도시에 많은 목제 건물들이 밀집해 있었던 것도 포함된다. 서울에도 소방차가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불에기 쉬운 '도시형 생활주택'이 10만 가구나  들어서 있어 대형 화재에 취약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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