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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유가 100달러 시대(2) - 유가 고공행진 언제까지?
2008-02-21 18:20:26 2011-06-15 18:56:52
유가(油價)의 고공행진은 언제 멈출 것인가?

유가의 향방을 점치는 시장분석가들은 전통적인 원유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유가의 변동요인을 찾고자 한다. 유류 수요의 가장 큰 소비국은 미국이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수요 확대는 유가의 상승의 동인으로 작용했고, 미국의 수요 감소는 유가 하락의 원인으로 지적되어 왔다.

하지만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이머징 마켓의 수요는 미국의 수요 감소로 인한 유가의 하락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자원의 블랙홀이라 일컬어지는 중국의 수요 증대는 2010년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인도를 비롯한 신흥아시아 국가의 성장세는 중동 국가로서는 탄탄한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 안전한 시장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유가의 강세는 남다르다. 전통적인 미국의 경기 영향력이 더 이상 유가의 상승과 하락을 좌우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금융정보포탈 CNN Money는 미국의 수요가 더 이상 유가를 좌지우지 못한다는 것은 일대 사건이라고 회한어린 어조로 풀이했다.

리먼브라더스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경제의 일일 원유 소비 증가량은 지난해 대비 140만 배럴이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리먼브라더스는 이 중 100만 배럴 이상이 개도국의 수요량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가 더 이상 유가의 전통적인 하락 요인으로 풀이될 수 없다는 의미이다.

현재 일부의 식견이기는 하지만 배럴당 100달러을 넘어선 유가의 고공행진은 단기적 흐름에 그칠 것이며, 이 주장의 가장 큰 배경에는 미국의 경기 침체를 들고 있다. 지금까지의 경험적 수치로서 이 내용은 설득력을 얻어왔지만 미국의 세계 경제에 미치는 헤게모니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일부 소수론자의 주장은 이를 달리한다.

전통적인 시장분석으로써 미국에너지청(EIA)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전세계 원유 수요 전망치를 최근 하향 조정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미국의 성장 둔화로 인해 세계 원유 수요 전망치를 하루 8780만 배럴에서 8760만 배럴로 20만 배럴을 낮췄다.

미국에너지청(EIA) 역시 종전 일일 글로벌 경제의 원유 소비 증가량을 160만 배럴에서 140만 배럴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에너지청(EIA)의 일일 원유 소비 증가량 수치는 앞서 지적한 리먼브라더스의 수치와 일치한다.

이러한 국제기구의 수요 감소 전망 자료에도 불구하고 유가의 100달러 돌파는 신흥국 수요가 변함이 없다는 점에서 반향을 얻고 있다. 또한 OPEC 회원국의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OPEC의 정책 행보도 유가의 하락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더더욱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지난 1월 OPEC은 미국 투자은행의 부실상각으로 인한 신용경색이 확장 국면으로 이행되며, 미 연방은행(FRB)이 대폭적인 금리 인하카드를 꺼냈을 때 이에 즉각적으로 화답했다. OPEC은 미국의 경기 침체로 인한 원유 수요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감산을 검토할 수 있음이 주요 내용이었다.

시장은 전통적인 학습효과로 반응했다. 미국의 경기 침체로 인한 원유수요 감퇴 전망은 1월 중 유가를 86달러까지 끌어내렸다. 이후 미 연방은행의 대폭적인 금리 인하와 달러 약세로 인한 글로벌 유동성의 흐름은 유가를 비롯한, 금, 은, 곡물에 대한 단기 투자성향을 확대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중동의 주요 국가들은 최근 달러 페그제를 포기한다는 선언이 이어지기도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원유와 원자재의 결제 통화는 달러로 이뤄지고 있다. 역으로 달러의 약세는 원유 수출국의 입장으로서는 유가를 상승시켜 현재의 수준에서 손실을 보지 않으려는 방향으로 나아갈 유인책이 된다. 이는 자연스런 OPEC의 감산을 유도하는 잠재적인 영향력으로 작용하고 있어 추가적인 금리 인하를 가정해 놓은 미 연방은행(FRB)의 행보는 당분간 유가를 100달러 이상에서 잠궈놓을 공산이 크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유가(油價)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소를 살펴볼 때 헤지펀드와 상품펀드를 비롯한 투기적 과잉 유동성은 지난해에 비해 다소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유류라는 상품은 투자가치로서 매력적인 부분을 안고 있다. 철광석과 밀, 석탄 등 대체투자처로서 자원의 투자 매력은 달러 약세 기조의 변화가 나타날 때 까지는 현재진행형이다.

유가 상승의 배경에는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인하라는 리플레정책이 한 몫 거들고 있고 OPEC의 움직임은 예측 가능한 범주 내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미국의 경기 침체가 예상 외로 확대되고 유로 존과 이머징 마켓의 경기 하강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글로벌 경기 침체 확대 국면이 나타나기 전까지 현재의 달러 약세 기조하에서는 유가의 상향성은 점진적이라도 좀 더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판단된다.

뉴스토마토 이현민기자(royl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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