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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양산하는 광역단체…서울·경기·인천 빼고는 ‘뒷짐지기’
17개 광역단체 총원 40만2543명 중 6만7504명이 비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 ‘고용의 질’도 뒷전
2016-08-10 07:00:00 2016-08-10 07:00:00
[뉴스토마토 최병호·이윤 기자] 민간기업이 '노동의 유연성'을 이유로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적극적이지 않은 가운데, 이들의 모범이 되어야 할 일부 광역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이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 서울과 경기 등 일부 광역단체는 비정규직을 줄이며 사회 요구에 나름 부응하고 있지만 부산과 경북 등 10곳은 비정규직 문제에 손을 놓은 모습이다. 특히 줄어든 비정규직조차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돼, 사실상 고용의 질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취재팀이 7월 한 달 간 고용노동부와 행정자치부, 지방공기업경영정보시스템 '클린아이(Clean-eye)', 시민단체 '지방정부와 좋은 일자리위원회' 등을 통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서울과 경기도 등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본청, 기초자치단체, 산하 사업소·공공기관 포함)의 고용형태를 분석한 결과, 전체 직원은 35만5214명에서 40만2543명으로 4만7239명(13.3%) 늘었다. 이 가운데 정규직은 4만7449명(20.5%↑) 늘었고, 비정규직(기간제, 기타 비정규직, 간접고용)은 6393명(8.7%↓)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수치로만 보면 광역자치단체의 비정규직 실태가 개선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속살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선 광역단체 간 비정규직 문제를 대하는 태도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비정규직이 가장 많이 준 곳은 서울시다. 서울시와 서울메트로, 도시철도공사, SH공사, 농수산식품공사, 시설관리공단 등에서 2년 사이 4370명(29.5%) 줄었다. 이어 경기도가 1597명(14.6%), 인천이 1174명(27.4%) 감소했다. 비정규직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경북으로, 1778명(39.0%) 순증했다. 

17개 광역단체 전체로 넓혀보면, 비정규직이 감소한 곳은 서울과 대구, 인천, 울산, 경기, 강원, 충북 등 7개 지역에 불과했다. 반면 부산, 광주, 대전, 경북, 경남, 전북, 전남, 충남, 세종, 제주 등 10곳은 비정규직이 늘었다. 특히 직원 수가 다른 곳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서울과 경기를 빼면 전반적으로 비정규직 감소 효과는 미미했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서울과 경기의 비정규직 감소는 6327명(서울 4730명, 경기 1597명)으로, 이는 전국 광역단체 비정규직 감소 인원(6393명)의 98.9%를 차지한다. 간접고용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간접고용은 3960명 감소했지만, 이중 96.6%(3826명)는 서울시가 줄인 간접고용 인력이었다. 
 
무기계약직이 늘어난 것도 눈에 띈다. 무기계약직은 계약직으로 채용된 뒤 2년을 초과해 근무하면 '기간이 없는 계약직'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정부는 2007년부터 무기계약직 전환을 통해 비정규직을 줄이겠다고 천명했다. 무기계약직은 고용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 형식상 비규직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정규직과 임금·처우에서 차별이 커 '중규직'으로 불린다. 비정규직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정규직 대우도 못 받는다는 뜻이다. 노동계는 무기계약직이야말로 사용자 측 눈치를 보느라 정규직화를 주저한 정부의 '꼼수'라고 주장한다. 
 
사진/뉴스토마토
 
2012년에서 2014년까지 전국 광역단체에서 무기계약직은 6273명(12.6%↑) 증가했다. 같은 시기 비정규직 감소 인원(6393명)과 차이가 없었다. 줄어든 비정규직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고 봐도 될 정도다. 노동계 주장처럼 무기계약직을 비정규직에 포함해 계산하면, 사실상 비정규직 개선 효과는 전무하다. 2012년 무기계약직과 비정규직을 더한 수는 12만3784명, 2014년은 12만3664명으로 차이가 없었다. 무기계약직을 더한 비정규직을 줄인 곳도 서울과 대구, 울산, 경기, 충북 등 5곳에 불과했다. 노동계가 "비정규직 문제만큼은 관(官)이 민(民)보다 더 심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비정규직 실태에 대한 조사방식의 한계 탓에 이런 통계마저도 정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현 시스템으로는 정부 집계 그 무엇도 지방자치단체와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실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정부 집계를 담당하는 고용부와 행자부 모두 조사 양식을 자치단체에 배포한 후 일괄적으로 취합만 하기 때문에 내용의 정확성을 검증할 수 없다. 더구나 민간이 요청하는 정보공개청구는 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이 정확한 실태를 밝히지 않고 공개를 꺼린다면 정보 접근의 제한 탓에 온전한 파악이 힘들다.
 
남우근 지방정부와 좋은 일자리위원회 연구위원은 "정보공개청구는 공개하는 기관에서 제대로 조사한 것인지 아닌지가 확인이 안 돼 집계 방식 자체가 매우 제한적"이라며 "고용부와 행자부 집계 역시 각 부처에서 자치단체와 각 기관에 조사 양식을 뿌리고 제출받은 자료를 단순 취합한 것에 불과해 보고의 신뢰성은 물론 조사시점이 다르면 숫자의 연속성도 추적을 못한다"고 말했다.
 
민간기업에서 발견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처우 문제 역시 광역단체와 공공기관에서 똑같이 나타난다. 고용부와 지방공기업경영정보시스템 '클린아이(Clean-eye)', '지방정부와 좋은 일자리위원회' 자료를 보면, 2015년 기준 자치단체와 공공기관 정규직의 월 평균임금은 430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무기계약직은 240만원, 기간제는 200만원 미만에 머물렀다. 이는 지난해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정규직(297만원)과 비정규직(147만원) 간 임금격차와 비슷하다.

비정규직 확대는 대민 서비스의 질이 낮아지는 문제로도 이어진다. 서울시 한 자치단체 관계자는 "윗선에서는 정규직 공무원을 돕는 비정규직이 늘면 행정효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일해보면 다르다. 오히려 2년도 안 돼 바뀌기 때문에 전문성과 연속성도 부족하다"며 "지자체와 공공기관 비정규직 문제는 고용의 질 문제도 있지만 대민 행정 서비스의 질이 저하되는 문제도 크다"고 말했다.

최병호 기자, 이윤(인턴)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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