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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엔지니어링, 선진국은 집중 육성 한국은 사양산업으로
대표 3사 중 한 곳만 제 몫, 포스코ENG는 건설에 합병
수주 경쟁 심화…중소 업체 실제 지급액은 절반 수준
2016-12-08 15:29:28 2016-12-08 15:29:28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국내 엔지니어링 시장 경쟁력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엔지니어링은 건설업계의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분야로 선진국에서는 집중 육성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성장 동력을 잃고 있는 모습이다. 저가수주 경쟁으로 인해 해외 엔지니어링 사업 분야가 적자를 기록하는 기업이 늘면서 관련 연구개발이나 조직 규모도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3분기 국내 대표 엔지니어링 3사 중 현대엔지니어링만이 제 몫을 다했다. 이 기간 현대엔지니어링의 매출을 지난해와 비슷했지만 영업이익은 33.4% 증가했다.
 
반면 삼성엔지니어링(028050)은 38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지난해 대비 흑자전환에는 성공했지만 지난해 1조5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메우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인 상황이다. 같은 기간 포스코엔지니어링은 3분기에만 537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적자를 기록하게 됐다.
 
저유가 장기화로 인한 주요 산유국의 발주 지연과 추가 공정에 따른 공사비 증액, 저가수주 에 따른 낮은 수익성 등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국내 SOC투자도 점차 감소하면서 주택으로 호황을 맞은 주택전문건설사에 비해 엔지니어링 회사들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몇 년간 지속되면서 국내 대표 엔지니어링 3사도 불안한 모습이다. 포스코엔지니어링의 경우 지난달 23일 모회사인 포스코건설에 흡수합병 됐다. 합병작업과 더불어 연말까지 전체 인력의 절반이 넘는 600명 수준의 인력 구조조정도 단행할 계획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3분기부터 올 3분기까지 1년간 전체 인력의 10%(520명)를 감원했다. 또 지난해 삼성중공업과의 합병설에 이어 올해는 삼성물산(000830) 플랜트 부문과의 합병설 등 합병에 관한 소문도 끊이지 않고 있다.
 
3사 중 현대엔지니어링만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양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우 실적이 탄탄한 데다 2014년 현대엠코를 합병한 전력이 있어 당분간 합병 등 큰 이슈는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여기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의 승계구도와도 관련이 있어 현대엔지니어링은 흔들림 없이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높다.
 
중소 엔지니어링 회사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건설 엔지니어링 기업은 지난해 기준 3196개사로 중소·중견 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연간 300억원 이상을 수주한 대형 기업은 25개사로 전체의 1.1%에 불과하다.
 
중소 회사들의 경우 일감 부족에 따른 경쟁 심화로 인해 법정요율 대비 실제 지급액이 절반 수준 밖에 되지 않는 상황이다.
 
정동영 의원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설계의 경우 산업통상자원부 고시 엔지니어링 사업대가 대비 실제 지급은 56.8% 수준이며, 감리는 국토교통부 적정 감리대가 대비 56.3% 수준으로 나타났다.
 
중소 엔지니어링 업체 관계자는 "해외 수주 능력이 안 되는 업체들은 정부 관급 공사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데 예산이 줄면서 일감이 부족하다"며 "주택 현장으로 옮겨 간 숙련공들이 많아 일감을 따도 걱정인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적극적으로 엔지니어링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이들은 적극적인 M&A를 통해 공사실적과 숙련 기술 인력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산업을 확장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국제적 금융기구 및 은행과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수주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고, 유럽은 아웃소싱이나 기업 M&A를 통해 비용절감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일본은 기존의 사업영역에서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핵심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갖고 있다. 강점을 갖고 있는 철도, 통신, 도로 등의 설비중심형 플랜트에서 새로운 분야의 엔지니어링 진출을 꾀함과 동시에 O&M(운영·정비) 등 종합적인 사업 형태를 유지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전영준 건산연 연구위원은 "기업은 정부 정책에 종속된 기존의 수동적 입장에서 탈피해 해외영업 전략의 다변화, 이종 산업 간 연계를 통한 고객 수요 기반의 역량 확보·서비스 다변화, 우수 인력 유입을 위한 조직·경영환경 재정비 등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 또한 산업 육성책의 안정적 추진과 더불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 육성을 위한 세분화 된 칸막이 규제 해소, 실적 정보 체계화 등도 추가 정책 과제로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표 고부가가치 산업인 엔지니어링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시공한 대구 성동고가차도의 모습. 사진/현대엔지니어링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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