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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울뿐인 핀테크육성)④글로벌 금융시장 핀테크 전쟁 중
미·영·중, 낮은 규제와 전폭적 지원…"부작용 발생시 사후적 대처"
2017-02-27 08:00:00 2017-02-27 08:00:00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4차산업 혁명' 시대를 맞아 미국, 영국 등 내로라하는 기술 선진국들이 빠르게 핀테크 분야를 키우고 있다. 기술개발을 우선하는 감독·규제와 전폭적인 정부 지원을 통해 경쟁력 있는 핀테크 스타트업을 배출하고 상황이다.
 
이에 뒤질세라 중국 등 아시아 개발도상국들 또한 핀테크 후발주자란 한계가 무색할 만큼 빠른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핀테크 시장이 성장할 만한 생태계를 제공한 덕분이다.
 
정부 주도의 핀테크 육성 3년째를 맞아 해외 국가들의 성공 사례가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핀테크 후진국이란 오명에서 벗어나려면 다른 나라의 성공 사례를 분석해 보고, 적용 가능한 것은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핀테크 시장을 주도하는 미국의 경우, 정부 규제 수위가 매우 낮은 것이 특징이다. 미국은 지주회사는 물론 비은행 관련 금산분리 규제는 하지 않고 있고,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 한도는 25%다. 은산분리 원칙상 사업자본이 은행지분을 4% 이상 보유하지 않는 우리나라와 대조된다.
 
'인사이드 핀테크 컨퍼런스&엑스포'를 찾은 시민과 외국인들이 컨퍼런스에 참석해 연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게다가 미국은 보안표준을 아예 민간 기업이 주도해서 만들고, 추후에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지는 형식을 취한다. 실제로 비자, 마스터카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JCB 등 글로벌 신용카드사들은 정보보호 표준인 PCI DSS(Payment Card Industry Data Security Standard)를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다.
 
영국은 신생 업체도 거래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 모바일 송금 사업을 허용하고 있다. 자본 규모나 기술력, 설비 등이 요건에 부합하지 않으면 사업 자체가 불가능한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시장 진입이 자유로운 구조로 돼 있다.
 
지난 2011년 건설된 '런던테크시티'도 지원사격을 하고 있다. 런던테크시티는 지난 5년 동안 영국 전역에 27개 클러스터가 들어서고 150만명의 일자리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곳은 엔젤투자자에 대한 투자금 절반에 감세혜택을 제공하고, 해외 우수 인력에게는 비자 면제 혜택까지 주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영국과 미국의 장점을 흡수했다. 전폭적인 지원과 규제 완화 전략을 동시에 사용한다. 중국 은행법은 적용 기준이 유연해 규정된 업무 외에도 은행업관리감독위원회가 승인하는 사업은 모두 영위할 수 있게 허용하고 있다. 특히, 최근 주목받고 있는 전자상거래 분야의 규제는 아직 완비하지 않아 자유로운 시장 진입이 가능하다. 중국 정부는 "진입은 자유롭게, 관리는 엄격하게"란 원칙만 세워놨을 뿐이다.
 
심윤보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중국은 핀테크 업체가 활동하도록 자유롭게 풀어준 후 중간에 부작용이 발생하면 사후적으로 대처한다"며 "시작 단계부터 규제하는 우리나라와 비교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방침 덕분에 중국 비금융회사들은 제3자 지급결제, 온라인대출, 금융상품 판매 등 분야에 빠르게 진출했다. 그중 인터넷기업들은 예금보다 수익률이 높은 다양한 자산관리 상품을 출시하면서 은행 금융산업에 경쟁을 불러일으켰다.
 
싱가포르 정부는 기존 금융회사의 가려운 곳을 핀테크 업체가 긁어주게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제도권 은행이나 증권사의 고민거리를 모아서 몇 개의 과제를 설정한 후, 이걸 해결해줄 핀테크 업체를 모집하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덕분에 세계 각지에서 아이디어를 지닌 기술자들이 몰려와 몇 주 간 토론과 실험을 이어가 해결책을 만든다. DBS뱅크는 이러한 정부 지원을 기반으로 데이터 분석 기술을 적용하고, 무역금융 관련 블록체인 기술에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반대로 움직인다. 핀테크 업체들을 불러 모은 뒤 금융회사와 연결하는 방식이다. 이러다 보니 서로의 단점을 메꿔주고 장점은 키우는 시너지가 발생하기보다 보여주기식 MOU만 난무한다는 지적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핀테크지원센터를 중심으로 기존 금융회사와 핀테크 업체가 연결되고 있지만, 그 효과는 제한적"이라며 "싱가폴은 정부가 민간 금융회사의 과제를 핀테크 업체가 해결하도록 연결시켜 줘 시너지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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