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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문재인 정부, 미세먼지와의 전쟁 선포
국내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은 석탄화력발전소
신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에너지믹스의 전면적 개편 이루어야
2017-05-22 14:10:00 2017-05-22 14:10:00
문재인 대통령의 미세먼지 저감 대책에 시동이 걸렸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전국 초·중·고등학교 1만1000곳에 간이 미세먼지 측정기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문 대통령은 서울 양천구 은정초등학교 '미세먼지 바로 알기 교실' 행사에 방문해 "간이 미세먼지 측정기가 1대에 600만원씩 해 이를 다 설치하려면 600억 원 정도가 들지만, 재정을 투입해서라도 전국에 모두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30년 이상 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8기를 대상으로 6월 한 달간 일시 가동을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 내년부터는 상대적으로 전력수요가 적은 3~6월 4개월간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의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심각한 국내 미세먼지
미세먼지는 중금속과 각종 화학물질을 함유한 아주 작은 입자로 지난 2013년 국제보건기구(WHO) 산하의 국제암연구소(IARC, 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가 이를 1등급 발암물질로 규정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그 심각성이 대두되었다. 미세먼지는 입자 크기가 작을수록 코털과 기관지 점막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에 쌓여 호흡기 질환을 유발한다. 미세먼지를 비롯한 대기오염에 의한 조기 사망자가 730만 명에 달하고 글로벌 경제 피해 규모는 연간 5조 달러를 넘는다는 등 미세먼지의 폐해가 알려지자 전 세계는 미세먼지 감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여러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미세먼지 문제가 가장 심각한 국가 중 하나다. OECD의 2016년 보고서 ‘더 나은 삶 지수’ 조사에서 한국은 환경부문 중 세부항목인 대기오염 수치에서 38개국 중 38위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예일대, 컬럼비아대에서 공동조사 한 ‘2016 환경성과지수(EPI)'에서도 우리나라의 공기 질은 세계 180개국 가운데 173위, 특히 초미세먼지 부문은 중국과 같은 174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의 주범, 석탄화력발전소
전문가들은 석탄화력발전소를 국내 최대 대기 오염원으로 꼽는다. 2015년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굴뚝 원격감시체계로 관리되는 560개 사업장의 대기 오염물질 배출량은 약 40만 톤이며 그중 대기오염을 가장 많이 배출한 상위 5개 사업장 모두가 석탄발전소였다. 가장 엄격한 대기 오염물질 배출기준을 적용했다는 영흥 석탄화력발전소도 560개 사업장 중 열 번째로 많은 대기 오염물질을 배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역시 화력발전소 운영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권역별 조기 사망자 수로 분석한 결과 미세먼지 가중농도로 인하여 연간 국내 조기 사망자 수는 1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6차 전력수급계획의 화력발전소를 포함한 국내 화력발전소 운영으로 가중되는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로 발생하는 조기사망자수가 1144명으로 산정되었으며 발전소의 내구연한을 30년으로 고려할 경우 3만4320명의 조기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린피스 역시 국내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초미세먼지로 매년 최대 1600명이 조기 사망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국내 미세먼지 대책은
미세먼지의 주범인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를 일시 가동 중지하라는 문 대통령의 지시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다. 국내 환경 단체들도 대체로 문 대통령의 행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보다 구체적이고 근원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세먼지와 대기오염이 심각한 수도권에서는 이번 조치로 인한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추정되고, 무엇보다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욱 과감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이 지시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8기가 셧다운되면 미미하지만 일단 미세먼지가 줄어든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현재 운영 중인 석탄발전소는 총 59기이며 이 중 30년 이상 사용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는 발전 공기업 3곳이 보유한 총 10기다. 전체 석탄발전소에서 노후 석탄 발전소의 설비용량 비중은 10.6% 수준이나 오염물질(SOx, NOx, 먼지) 배출량 비중은 19.4%로 발전소에 비해 높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에 노후 석탄석탄화력발전소 10기 중 8기를 가동 중지하면, 아마 그 중 1~2%p 정도는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중단 및 10기 조기폐쇄 외에도 석탄화력발전소의 신규 건설 전면 중단, 건설 중인 화력발전소 중 공정률 10% 미만인 9기 건설 원점 재검토, 가동 중인 모든 석탄화력발전소의 배출허용기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하는 등 그 어떤 정부보다도 강력한 미세먼지 대책 공약들을 함께 발표한 만큼 미세먼지 문제의 근본적 해결에 대한 바람과 기대도 함께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전 세계적 움직임
지난 4월 21일, 영국은 산업혁명 후 135년 만에 ‘석탄 없는 하루’를 보냈다. 영국 전력청 내셔널 그리드(national grid)의 발표에 따르면 영국은 4월 21일 24시간 동안 석탄발전을 멈추고 천연가스, 원자력 등으로 에너지를 생산해냈다. 영국은 그동안 정부 차원에서 단계적으로 화석 연료를 폐지하려고 노력 했고 그 결과 에너지믹스의 전면적인 개편에 성공했다. 영국 에너지믹스에서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제 9%까지 떨어졌다. 영국은 2025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를 모두 폐쇄하기로 했다.
 
중국은 2014년 기준 에너지 소비 총량에서 화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이 90%를 넘는 등 그동안 화석연료에 지나치게 편중된 에너지 소비구조를 보였지만 시진핑 국가주석이 ‘에너지 안보’,‘시장화 개혁’,‘대기오염 완화’를 에너지 정책의 3대 기조로 정하고 ‘풍력발전 13차 5개년 계획’까지 발표하면서 에너지 개혁을 본격화했다. 현재 중국은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전면 철회,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미세먼지 배출 사업장 35개의 일시적인 생산 중단 및 그 밖의 75개의 사업장의 배출량 30% 감축 등의 정책을 정부 차원에서 지시하는 등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다.
 
정답은 신재생에너지
미세먼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신재생에너지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파리 기후변화협약을 계기로 전 세계가 신기후체제에 본격적으로 돌입하면서 이미 전 세계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연구와 투자가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의 ‘신재생에너지 용량 통계 2017’에 따르면 지금까지 누적된 세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처음으로 2000GW를 넘어선 2006GW를 기록했다. 화석연료 의존도는 60% 수준으로 여전히 높지만 새롭게 건설되는 발전소는 신재생에너지로 급속히 대체되는 추세다. 2016년 전 세계 신규 발전설비 용량의 58%(812GW)가 신재생에너지였다. 2015년에 이어 두 해 연속 신규발전설비 용량 비중이 50%를 넘었다. 개발과 연구가 지속됨에 따라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 데 드는 비용의 측면에서도 신재생에너지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 경제 포럼(World Economic Forum, WEF)은 앞으로 10년 이내에 태양에너지가 화석 연료보다 저렴해지리라 예측했다.
 
송상훈 (사)푸른아시아 전문위원은 “우리나라는 미세먼지 수치가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로 그 어떤 국가들보다도 미세먼지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세계 4위의 석탄수입국이며 세계 6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이라고 지적했다. 송 위원은 “많은 국가가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높이는 전면적인 에너지믹스의 개편을 이루는 중에도 지난해 우리나라의 석탄화력발전 비중은 전체 발전량의 36%에 달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오는 2030년 OECD 국가들이 평균적으로 천연가스(28%), 신재생에너지(27%), 석탄(26%), 원자력(18%)의 비중으로 전력을 생산할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7차 전력수급계획을 기초로 한 2029년 한국의 에너지믹스는 원자력(39.7%), 석탄(38%), 천연가스(8.9%), 신재생에너지(11.7%)로 나타났다. 에너지믹스의 개편을 통한 신재생에너지의 확대가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 18일 국회에서는 ‘국회 미세먼지·황사 대책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이 발의됐다. 새 정부가 미세먼지 해결에 적극적 태도를 보인 만큼 국회에서도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적극적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미세먼지 문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서라도 조속히 해결되어야 한다.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보다 큰 움직임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양천구 은정초등학교에서 열린 미세먼지 바로알기 방문교실에 참석해 학생들의 퍼포먼스를 보며 박수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소록 KSRN기자
편집 KSRN집행위원회(www.ksr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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