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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저출산 극복은 공동육아가 해법…아이 놓기 두려운 세상"
이경란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사무총장
저출산 원인은 보육시스템의 실패…어린이집 맞길 시간에 출근해야
새정부 국공립어린이집 확대 지지…교사들 처우 개선돼야
2017-06-09 06:00:00 2017-06-09 06:00:00
[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대한민국은 아이를 낳는 것조차 두려운 세상이 되고 말았다. 경력 단절 여성이 될까봐 관둘수도 없고, 아이를 맡길곳을 찾지 못하거나 베이비시터를 두면 월 수백만원을 주고 나면 직장생활 하는 의미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가까운데 부모라도 살면 애 봐달라 부탁이나 하지만 고향이 문재인 대통령 처럼 지방이면 언감생심 이마저도 꿈을 꿀 수 없다. 그런데 정부는 어린이집 늘리기에만 혈안이 돼있다. 출근시간과 겹쳐 애들 맡기고 출근하면 회사에 짤리거나 눈치가 보여 그럴수도 없다. 어린이집서 데려와야 하는데 퇴근도 시간이 안 맞거나 회식이나 야근이라도 하면 마찬가지다. 이같은 현실이 출산율을 떨어뜨리고 있다. 그런데 각 시도는 출산시 10~20만원 출산장려금이랍시고 준다. 10만원 더 받자고 아이를 낳을 사람이 과연 있을까 궁금하다. 그래서 직장맘들은 새정부에 거는 기대가 크다. 현실적 대책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엄마들 사이에서 '공동육아'란 키워드가 떠오르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2011년부터 전국 100여 곳이 넘는 곳에 '공동육아나눔터'를 마련했다. 지난 7일 '우리아이 함께 키우기'를 비전으로 내건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이경란 사무총장을 만나 공동육아가 왜 도움이 되는지와 한국 저출산 문제와 보육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이경란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사무총장. 사진/이광표 기자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단체에 대해 소개한다면?
저출산 등으로 국가의 존립기반이 위협될수도 있기에 우리 사회가 함께 육아 문제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선 아이가 있는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민이 국가의 미래를 밝히는데 동참한다는 맘으로 고통을 분담해야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아이들을 이 사회가 함께 키워야된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부모와 국가, 지역사회, 공동체가 함께 키워야된다는 생각을 실천하는 단체다. 아이들을 키우는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가정의 가장 중요한 일이긴 하지만 사회적으로 함께 키워가야 되는 일이고, 이 사회가 제대로 아이를 키우는 환경을 만들어주자는 육아운동을 전개 중이다. 어른들이 주축이 되서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다. 우리가 내걸고 있는 비전은 우리아이 함께 키우기, 더불어사는 세상만들기다.
 
'공동육아'라는 말이 낯선데 개념을 설명해달라.
 
'공동육아'는 요즘 많이 거론되는 말이다. 서울시의 정책이기도 하다. 처음 공동육아를 시작한 것은 91년도였다. 당시 영유아 보육법이 만들어지던 시기였다. 국가적 제도화가 되던 때 어떤식으로 아이들을 함께 키울 것인가 논의가 이뤄졌다. 그때 우리 단체가 고민했던 것은 이 사회가 변하고 있다라는 지점이었다. 이미 대가족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적인 관계가 모두 깨져버린 사회가 됐다. 이런 사회 속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라는 고민이었다. 이 사회 내부에서 공동체를 만들어 키워야 한다는 생각과 아이들에게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목표가 있었다. 90년대 접어들며 여성들이 일을 하는 것이 보편화됐고, 여성들의 보육문제를 어떻게 함께 해결할 것인지가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이젠 어쩔수 없이 이 사회가 함께 아이를 돌보는 사회로 가지 않으면 안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그러면서 '공동육아' 운동이 전개되기 시작했다. 현재 다양한 형태의 공동육아가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94년도에 시작한 협동조합 형태의 공동육아 협동조합 어린이집이다.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부모들이 출자금을 내고 건물을 임대하고 교사들을 모시고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모델을 만들었다. 모든 부모들이 민주적으로 참여해나가는 과정이 이뤄졌다. 부모가 자연스럽게 적극적으로 육아에 참여하게 되는 현상이 나타났고 부모들도 아이들을 위한 세상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현재 74개정도의 공동육아 협동조합 어린이집이 있고, 지역아동센터와 연계해 방과후 활동 공동육아도 병행 중이다. 최근에는 서울시와 함께 마을단위로 공동체를 만들어 '품앗이 공동육아' 활동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최근 추진중인 모델은 국공립어린이집을 활용하는 방안이다. 영유아보육법이 만들어진 뒤 어린이집이 급속도로 늘었지만 80% 이상이 민간 어린이집이다. 그러다보니 보육 문제가 영리성에 치우친 면이 많다. 새 정부가 밝혔지만 국공린 어린이집 확대로 가야한다.
 
공동육아를 통해 부모가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은?
 
많은 직장인 부모들이 시간적 여유가 없어 공동육아에 선뜻 참여하지 못하는 분들도 있다. 사실 어렵다기보단 재미있는 부분이 많다. 협동조합 형태의 공동육아는 어린이집 운영을 위한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긴 하지만, 생각해보면 부모가 아이들의 대부분의 시간을 어린이집에 보내게 되는데 어린이집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모르게 된다. 아동학대 논란과 CCTV 설치 이슈 등도 그래서 비롯된 사회적 문제였다. 폐쇄성이 문제였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CCTV를 설치하지 않았다. 부모들의 참여에서 비롯된 신뢰 관계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부모 참여라는 건 아이가 어떻게 생활하는지 알고 맡기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양육의 주체'가 된다는 의미다.
 
기존 보육과정과 차별화되는 부분은 어떤 것인가?
  
생활 속에서 아이들이 큰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짜여진 교육과정이 아니다. 아동관의 차이다. 모든 인간은 자기안에서 스스로의 본성과 자신의 개성들을 발현시킬수 있어야 하고 어른들은 그것을 돕는 존재다. 아이들의 본성을 있는 그대로 꽃피우기 위해선 억지로 틀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자연스럽게 일상 속에서 익혀나가는 과정과 충분히 놀면서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아이들을 만드는 것이다. 큰 축은 생활과 놀이다. 많은 어린이집이 수업시간처럼 시간표를 쪼개지만, 그렇게 하면 아이가 몰입할 수 없는 환경이 된다. 어른들 위주로 시간표에 따라 아이들을 재단하게 된다. 우리 교육은 큰 흐름은 있지만 아이들의 몰입을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하는데 중점을 둔다. 아이들은 놀때 가장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놀이를 통해 스스로 기획을 하고 구성을 하고, 친구들과 협상을 하고 회의를 하는 과정들을 거치고 성과를 내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교과과정으로 따지면 언어, 표현활동, 체육활동, 수리활동으로 나눠진다고 해도 놀이 속에 다 들어가 있다. 놀이 속에서 아이들의 장점과 능력들이 충분히 발휘된다고 생각하고 그런 것들을 돕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얘기하지만 새로운 시대에 가장 필요한 인재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늘 한다. 그때마다 창조적인 사람, 협업할 줄 아는 사람을 거론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주어진 교과과정들은 그것이 가능하지 않다는게 이미 증명됐다. 서로가 서로를 경계하고 짓밟는 사회밖에 안된다. 공동육아의 방식은 그런 것들을 배격하는 데 있다.
 
공동육아를 확대할수 있는 방안은?
 
좀더 많은 사람들이 이 혜택을 누리는 방법으로 국공립어린이집 안에서 공동육아를 실현하는 모델을 만들면 더 많은 아이들에게 이 경험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본다. 또 품앗이 육아를 활성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정 양육을 하는 엄마들이 가장 고립되고 힘들다. 그런 분들이 지역안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어울리게 되면서 얼굴이 밝아지고 좋아진다. 서울시에서도 이를 지원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고 전국적으로도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 최근의 부모들이 있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려는 경향이 많지만 우리는 꾸준히 정책제안을 하고 공동육아를 위한 공간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
 
새 정부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정부가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은 육아에 대한 인프라 확대다. 보육료 지원도 해당되고 교사에 대한 처우개선, 어린이집 교사의 아동비율을 줄여주는 것 등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보육교사의 처우다. 현재 너무 열악한 수준이어서 보육교사를 하려는 젊은이들이 없다. 처우개선만 이뤄진다면 좀 더 나은 보육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본다. 제도적인 인프라를 마련하는 부분이 이번 정부가 추진했으면 한다. 새 정부가 이미 방향을 그렇게 잡고 있기 때문에 기대하고 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건 저출산 정책으로 육아정책을 추진하는 건 잘못된 정책이라고 본다. 저출산 정책은 인구정책에 속해 있고 산업정책에 속해 있기도 하다. 한국 사회의 경쟁력 상승과 산업화를 위해 인구가 필요하고 인구가 필요하고 인구를 늘리기 위해서 아이를 낳지 않는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논리인데, 이는 뒤집어진 논리다. 사람들이 아이를 키우는 환경이 행복하고 아이를 키우는 것이 복된 일이라 생각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면 자연히 아이를 낳을 것이다. 국가를 위해서 아이를 낳는다는 논리는 전근대적 논리이고 행복한 육아 환경이 먼저다.
 
공동육아에 참여한 엄마 아빠들과 아이들. 사진/양산공동육아협동조합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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