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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메모리반도체 1등 한국, 방심은 금물"
"반도체·디스플레이 중국 추격 거세…기술경쟁력·우수인력 확보해야"
"젊은이들 돈 벌 기회 잃어버려…창업환경 위해 규제 축소해야"
2017-07-31 11:30:11 2017-07-31 11:30:11
[뉴스토마토 박진아·왕해나 기자] 권오경 한양대학교 공과대학 융합전자공학부 석학교수(62·사진)는 국내 공학기술계의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특히 디스플레이 구동기술 및 센서 감지, D램·S램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개발을 통해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산업 발전에 기여했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미국 등록 특허 228건을 보유한 기술 전문가이기도 하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등 국내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기술 상용화에도 기여했다. 상아탑에만 머물지 않고 산학 협력으로 기술 연구를 발전시킨 현장형 학자다. 권 교수는 올 초 국내 공학기술계의 권위적 기관인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으로 선출됐다. 국가경제의 뼈대인 산업경쟁력과 실질적인 정책 대안 마련에 막중한 부담을 짊어지게 됐다. 그의 방점은 '인재 양성'에 찍혀 있다. 결국 인재만이 유일하게 지속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후배들이 열정을 가지고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권 교수를 지난 28일 한양대 연구실에서 만났다.
 
권오경 한양대학교 공과대학 융합전자공학부 석학교수. 사진/뉴스토마토
 
메모리반도체가 슈퍼 호황을 맞았다. 현황과 향후 전망은.
 
최근 반도체 산업의 시황이 매우 좋다. 이런 상황은 1~2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판단한다. 특히 메모리반도체 분야는 적어도 3~5년 정도 시황이 더 좋을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방심은 절대 금물이다. 30년 전 일본과 한국의 메모리반도체 분야 기술경쟁력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한국의 엔지니어들 노력과 기업 오너들의 결단으로 오늘날 메모리반도체 1등 국가가 됐다. 현재 중국은 천문학적인 자금력과 천인 계획, 만인 계획(중국의 인재육성 계획)을 통해 우수한 인재를 모으고 있다. 우리나라의 메모리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를 앞지르기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기술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기업의 몫이지만,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은 국가와 교육기관이 주도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문제는 우리의 국가 연구비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의 우수 연구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국가 연구비의 지원이 절실하다. 이를 활용해 학교와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은 7년 이후에 필요한 기술을 연구하면서 우수한 인재를 육성하고, 산업체는 자체 예산으로 7년 이내에 생산할 기술을 개발하는 선순환 구조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를 위해서 국내 기업이 해야 할 일은.
 
비메모리 분야는 크게 세 가지 형태로 나뉜다. 첫째가 설계부터 제조, 판매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종합반도체(IDM) 업체이고, 둘째가 설계파트 없이 남이 수탁하는 것만 제조하는 파운드리(Foundry) 업체, 셋째가 설계만 하고 제조과정은 다른 곳에 위탁해서 판매하는 팹리스(Fabless) 업체다. 우리나라 업체들은 주로 IDM을 하고 있다. 예전에는 중소 팹리스 업체도 있었는데, 잘 되는 풍토가 아니었다. 대기업이 중소·중견기업들이 잘 되는 것을 보고 뛰어들기 때문에 중소·중견기업은 결국 문을 닫는다. 하지만 삼성전자라도 모든 것을 다 하려면 초기투자 부담 등 문제점들이 있다. 분야별 마켓이 큰 것은 대기업이 하고, 소량생산은 중소 벤처기업을 만들어서 팹리스 업체가 잘 되도록 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 규모가 커지면 대기업이 사들이면 된다. 그렇게 하면 젊은 사람들이 창업 등으로 발을 넓힐 수 있다. 기업간 상생도 자연스럽게 일어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도 있다. 무엇보다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우수인력 양성 및 지원 등을 통해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과 중국의 격차는.
 
다소 있다. 중국은 현재 정부가 엄청난 예산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미국의 인텔 등 반도체 회사들의 수석 엔지니어들을 중국으로 불러들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3~4년 격차를 가지고 있다 해도 중국에서 좋은 인력들을 계속해서 데리고 오면 추격은 시간문제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반도체 분야의 차세대 기술은.
 
실리콘 반도체 입자가 계속해서 크기를 줄여왔는데, '무어의 법칙'이 한계에 달했다. 7나노까지 왔고, 5나노까지 가기 위해서는 아직까지 방법론이 나오지 않았다. 앞으로는 3차원 반도체를 쌓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종 반도체를 쌓는 기술도 필요할 것이다. 특히 인공지능(AI) 시대가 오면 AI에 적합한 소자가 무엇인지, 소자 개발도 중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일본 도시바메모리 인수전이 뜨거운 감자다. 한국 SK하이닉스의 도시바 인수전에 대한 의견은.
 
SK하이닉스가 도시바메모리를 꼭 가져와야 한다. SK하이닉스가 플래시 메모리 점프업(한 단계 발전)을 하려면 시스템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SK하이닉스는 기술이 조금 부족하다. 시스템 부분에서는 삼성전자가 1위고, 도시바가 2위다. SK하이닉스가 3~4위쯤 하는데, 점프업을 하려면 도시바 인수가 꼭 필요하다. D램은 1등인 삼성전자에 이어 SK하이닉스가 2위다. 서로 경쟁을 한다. 경쟁이 있어야 발전한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 인수로 2등으로 올라서서 경쟁구도로 가야 한국 산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인수)가격이 너무 비싸서 걱정이다.
 
도시바메모리 관련해 대만 홍하이그룹이 인수할까 모두 경계하고 있는데.
 
돈이 있고 지식이 있는 사람도 노하우가 없으면 정체가 된다. 홍하이그룹이 도시바메모리를 가져가게 되면 노하우까지 습득하게 되는 상황이라 미국도 걱정하고 있다.
 
권오경 한양대학교 공과대학 융합전자공학부 석학교수가 지난 28일 한양대학교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디스플레이로 주제를 바꿔보자. 차세대 디스플레이가 가야할 방향은.
 
양산라인이 많이 돌아가게 되면 대형 디스플레이가 필요하다. 그중의 하나가 '사이니지'다. 100인치 정도 되면 전자칠판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선생은 칠판에 터치를 해서 가르칠 수 있고, 학생은 필기할 필요 없이 N스크린을 통해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지난해 10월 중국 공정원을 방문했는데, 공정원 원장과 대화 중에 'LCD 공장을 그렇게 많이 만들어서 어떻게 하려고 하냐'고 물었다. 대답이 '초·중·고등학교 생각하면 10.5세대 공장 50개쯤 있어도 문제없다'는 것이다. 전자칠판을 학교마다 깔려면 오히려 모자르다고 한다. 대형 스크린 터치 기술 연구개발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디스플레이가 중요하다. AR·VR의 경우, 고해상도의 작은 디스플레이를 만들어야 한다. 디스플레이와 사람 사이의 휴먼 인터페이스까지 만드는 기술이 필요하다. 빨리 만들었으면 좋겠는데, 2~3년 걸릴 것 같다.
 
올레드TV 번인 현상(화면이 바뀌어도 이미지가 사라지지 않는 현상)도 자주 도마에 오르는데.
 
번인 문제는 올 하반기나 내년 초에는 해결될 것으로 생각한다. 현재 올레드TV에는 번인을 보상하는 장치가 안 들어가 있는데, 곧 들어갈 것이다. 그러면 번인 문제는 10년 정도는 안 생길 것으로 판단한다. 궁극적으로 해결하려면 올레드TV 자체를 번인이 안 생기도록 개발해야 한다.
 
한국의 창업, 스타트업 환경에 대해서는.
 
중소벤처기업부와 공학한림원이 스타트업 보육 플랫폼 '팁스(TIPS)'라는 사업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창업진흥원이나 중소기업청에서 하던 조그만한 벤처 캐피탈 수준이었는데, 최근에는 삼성, 현대차 등 대기업도 참여한다. 선도기업들이 기업공개(IPO) 경험담과 가이드 등을 전해주고,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전수도 해준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생기면서 이런 사업들이 좀 더 커질 것으로 생각한다. 최근에는 사물인터넷(IoT)을 어떻게 활성화 시키느냐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한국은 규제가 많아 할 수 없는 게 많다. 미국은 안 되는 것만 정해진 반면, 한국은 되는 것부터 정해져 있다. 관여하는 부처도 많다. 국회에서 관련 법이 처리 안 되는데, 국회의원들이 관심도 없다. 그래서 젊은이들이 돈 벌 기회를 자꾸 잃어버린다.
 
기초과학을 공부하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열정을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다. 열정이 없으면 아무 것도 안 된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열정을 가지고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공부를 더 많이 했으면 좋겠다. 회사 다닌다고 안 하면 발전이 없다. 기술 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봐야 하는 잡지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사이언스나 네이처 등이다. 미래가 어떻게 바뀌겠다 등을 알 수 있다. 고민만 하면 돈 벌 기회는 많다. 아이디어를 상업화하는 데 좋은 시기다. 10년 정도는 황금기가 될 것 같다. 다양한 분야를 융합해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온다고 겁낼 게 아니라 좋은 기회가 오는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 어떻게 돈 벌 기회를 만들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권오경 한양대학교 공과대학 융합전자공학부 석학교수가 지난 28일 한양대학교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박진아·왕해나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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