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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청소년이 주체가 돼 기획하고 진행한 모의유엔
‘리더스 모의유엔 2017’, 지난 15일 건국대 경영관서 열려
지속가능과 모의유엔을 결합한 행사…‘지속가능한 메가 스포츠 구현’ 주제
2017-08-21 08:00:30 2017-08-21 08:00:30
청소년이 자체적으로 기획하고 준비하여 개최한 모의 유엔 대회가 열렸다. 모의유엔대회는 대학이나 특정기관이 결합하여 개최하고 일부는 영리적으로 운영되어 청소년은 수동적으로 참여하거나 돈을 내는 소비자에 머무는 게 일반적이다. 지난 15일 건국대학교 경영관에서 열린 ‘리더스 모의유엔 2017 대회’는 청소년이 주체가 된 행사라는 측면에서 의의를 갖는다. 특별히 이날 첫 대회가 평창 동계 올림픽 및 패럴림픽 조직위원회와 유엔 글로벌콤팩트 후원 아래 ‘지속가능한 메가스포츠 구현’이란 주제여서 더욱 뜻 깊었다는 것이 행사를 준비하고 참여한 청소년들의 반응이었다.
 
모의유엔은 국제 연합(UN)의 활동을 모방해 각 국가 대사가 특정한 위원회에서 주제에 따라 토론을 벌이는 행사이다. 각종 언론사·고등학교·대학교 등에서 토론과 협상, 결의안 작성 등을 통해 협상 및 발표 능력을 배양하는 등 교육 목적으로 실시한다.
 
‘지속가능한 메가스포츠 구현’ 논의
전국에서 중·고등학생 약 100명이 참가한 ‘리더스 모의유엔 2017 대회’는 고교생들로 구성된 10명의 사무국이 주체가 돼 대회를 기획·운영했다. 학생들이 직접 의장 및 의원의 역할을 맡아 영어로 토론을 진행하고 결의안과 연설문 작성을 위해 협력하는 등 국제적인 안목을 기르는 기회를 얻었다. 사무총장을 맡은 황보현 학생(사진)은 “지금까지 여러 모의유엔에 참여해봤는데, 처음 참여하는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기 어려웠다”며 “모의유엔이 처음인 학생들도 자유롭게 참여하고 좋은 경험을 얻어갈 수 있는 모의유엔을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지속가능한 메가스포츠의 구현’이라는 주제로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유엔인권이사회(UNHRC), 올림픽위원회(IOC),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등 4개 위원회가 각각 미리 정해둔 의제에 관해 토론했다.
 
세부 의제로 유엔글로벌콤팩트는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 글로벌 협업 증진에 관해 논의했으며 유엔인권이사회는 스포츠 경기에서 여성과 장애인의 권리 향상, 올림픽 위원회는 외부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운 올림픽 경기, 유엔무역개발회의는 자유무역에서 개도국을 지원하는 방안에 관해 논의하는 등 4개 위원회가 각자 맡은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대회는 오전 9시 30분 개회식을 시작으로 하루 종일 진행됐다. 운영진 소개, 일정 및 공지사항을 전달한 후 10시부터 첫 번째 세션이 시작됐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먼저 안치용 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의 기조연설이 있었고, 사무총장이 모의유엔의 용어와 절차를 소개하는 순서가 이어졌다. 운영진이 이번 대회의 취지와 의사진행방식 및 설정된 의제의 의의를 설명한 뒤, 이어서 위원회별 대사 대표가 자국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처음 참여하는 학생들이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본 회의를 사전 체험할 수 있는 가상회의도 이 세션 중에 진행됐다.
 
두 번째 세션은 위원회별 회의로 UNA-USA 방식으로 진행됐다. UNA-USA는 United Nations Association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aca(미국유엔협회)의 약자로 대다수의 모의유엔 대회들이 택하는 방식이다. UNA-USA에서 만든 의사진행규칙(Rules of Procedure, ROP)을 가지고 회의를 진행한다. 위원회는 크게 공식회의(Formal debate), 중재회의(Moderated caucus), 비중재회의(Unmoderated caucus)로 나뉜다. 공식회의에서 각국 대사가 발표한 내용을 중재회의, 비중재회의 과정을 거치면서 합의를 도출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결의안을 작성하는 방식이다.
 
4개 위원회는 총회장을 떠나 개별 강의실에서 각각 진행됐다. 의장이 개회를 선언하고 각국 대사의 출석 여부를 확인한 뒤에 정규 회의가 시작됐다. 정규 회의에서 각국 대사는 국가명이 적힌 팻말을 들어 발언권을 얻은 뒤 입장문(position paper)을 발표했다. 각국 대사는 입장문을 통해 의제에 관해 해당 국가의 입장을 밝힌다. 유엔인권위원회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대사를 맡은 조윤지 학생은 입장문에서 스포츠 경기에서 여성과 장애인들이 차별받는 것과 관련해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중동의 여성들은 심각한 차별과 편견의 대상이 된다"며 ”더 많은 사우디 여성들이 스포츠 경기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확장할 것과 히잡을 쓰는 등 자국의 전통을 지킬 수 있도록 용인할 것“을 국제사회에 요청했다.
 
공식회의 이후에는 중재회의가 이어졌다. 중재회의는 입장문을 통해 제시된 각국의 의견을 재확인하고 의견차가 있을 경우 이를 좁히는 과정이다. 의장의 진행에 따라 발언권을 얻은 대사가 자국의 입장을 구체화해 제기하거나 타국의 입장에 반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각국 대사는 비공식 의사전달 수단으로 쪽지를 교환하기도 했다. 다른 국가 대사의 발언에서 의문점이 있거나 반론을 원하면 스태프를 통해 쪽지를 전달할 수 있다. 이때 사용된 쪽지는 공식적인 의견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위원회가 진행되는 중에 각국 대사는 언제든 회의 진행과 관련해 조정을 요청할 수 있었다. 발언시간 또는 회의 진행 방식 등에서 조정을 원하면 팻말을 들어 의장에게 조정할 내용과 이유를 전달하고, 투표를 요청했다. 인권위원회에서는 미국 대사를 맡은 신정인 학생이 중재회의 중 더 빠른 회의 진행을 위해 각국 대사의 발언 시간을 120초에서 90초로 단축하자고 제안해 과반의 찬성을 얻고 통과됐다. 조정 제안이 있으면 의장은 회의를 잠시 중단하고 회의가 투표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알린다. 투표가 끝날 때까지 대사들은 자리를 뜨거나 쪽지 교환을 할 수 없었다.
 
중재회의가 끝나고 비중재회의가 이어졌다. 비중재회의는 대사단이 각자의 결의안 또는 의제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나누고 싶을 때 발의된다. 비중재회의를 발의하는 대사는 비중재회의 시간과 발의하는 목적을 정확하게 밝혀야 한다. 발의에 대해 과반의 대사단이 찬성하면 비중재회의가 시작된다. 비중재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각국 대사들은 자유롭게 이동하며 의견을 나눴다. 중재회의에서 의장의 발언권을 얻어 의견을 제시했던 것과 달리 비중재회의에서는 회의장 내 어디서든 원하는 상대와 대화할 수 있었다.
 
비중재회의 중에는 두세 명이 작은 그룹을 만들어 대화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중재회의 중에 서로 입장이 달랐거나 의문이 있는 경우 찾아가서 질문하고 답을 얻는 식이었다. 형식이 비교적 자유로운 만큼 농담을 주고받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비중재회의가 이어지면서 학생들은 큰 그룹으로 뭉쳐 의견을 주고받았다. 위원회의 최종 단계인 결의안 작성이 남았기 때문이다. 수차례 중재회의와 비중재회의가 반복되면서 나왔던 의견들을 종합하여 대표자가 결의안 초안을 작성했다. 결의안이란 해당 위원회의 의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담은 문서이다.
 
유엔인권위원회 “여성과 소수인종의 스포츠 경기 참여 기회 보장” 촉구
오후 3시 반에 위원회 두 번째 세션이 끝난 뒤 30분의 휴식시간을 갖고 오후 4시부터 결의안 발표가 진행됐다. 유엔인권위원회 결의안에는 “여성의 스포츠 경기 참여 확대를 위해 남녀 학생들의 동등한 체육 수업을 보장을 권장(Encourage)”하는 내용과 “국제 연합의 공식 캠페인, 포럼, 컨퍼런스 등을 통해 성소수자 및 소수인종 차별 금지 인식 확산을 요청(Recommend)”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결의안 발표를 맡은 사우디아라비아 대사 조윤지 학생은 결의안 발표에서 “대사단은 다양한 스포츠 경기에서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국가적·국제적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에 공감했다”며 국제 연합 가입국들의 역할을 촉구했다.
 
‘스포츠 경기 주최에서 글로벌 협업 증진’을 의제로 논의한 유엔글로벌콤팩트의 결의안에는 “주최국의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두 국가가 올림픽 등 국제 스포츠 행사를 함께 주최하도록 권장”하는 내용과 “민간 영역 투자 및 후원을 촉진하기 위해 올림픽위원회 내에 국제스포츠기금(International Sports Fund)을 설치하는 방안”등이 포함됐다. 결의안을 발표한 프랑스 대사 윤나현 학생은 “대사단은 스포츠 대회 주최가 부정부패, 과열경쟁, 독선 등 여러 위험요인을 갖고 있다는 데에 걱정을 표했다”며 “광범위한 국제 파트너십 형성이 주최국의 재정적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올림픽위원회 결의안에는 “올림픽위원회 안에 자율적인 권한을 갖는 내부감사기구를 두어 외부 영향 없이 부정부패를 방지”하도록 하는 방안과 “유엔 회의에서 올림픽 위원회 대표의 발언권을 확대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결의안을 발표한 프랑스 대사 전유성 학생은 “대사단은 국제 평화를 이상으로 하는 올림픽 정신에 공감하고 이를 위해서는 공정성과 스포츠맨십을 강조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며 “지난 올림픽에서 발생했던 부정부패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했다”고 밝혔다.
 
유엔무역개발회의 결의안에는 “선진 산업 국가들이 현존 국제무역 협정을 반드시 준수하도록 촉구”하는 내용과 “다국적 기업의 불공정한 독점 행위에 자체 규제방안을 수립하고 즉시 시행”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결의안을 발표한 영국 대사 김민석 학생은 “대사단은 개도국이 비교우위를 지니는 산업 분야에 대해 선진국의 무역장벽을 철폐하는 것이 개발도상국가의 무역장별철폐보다 선행되어야 한다는 사실에 인식을 같이했다”며 “저개발 국가를 지원하는 것은 선진산업국가와 개발도상국 간 상호 이익을 증진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리더스문 모의유엔 대회는 지구공동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청소년 활동에 관심이 많은 고등학생들의 모임에서 처음 기획됐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기여하고자 하는 고등학생들이 매월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외신 기사를 번역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사회적 책임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국제 시사에 대한 탐구 및 토론을 심화하고 국제적 안목을 기를 필요를 느껴 대회를 기획했다.
 
사무총장 황보현 학생은 “어릴 때부터 국제기구에서 활동하는 것이 꿈이었다. 뜻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직접 대회를 개최해보니 소감이 남다르다”며 “장차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건국대학교 경영관에서 열린 ‘리더스 모의유엔 2017 대회’ 모습. 사진/KS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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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KSRN집행위원회(www.ksr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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