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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우유팩 파우치에 ‘공동체 가치’ 담았죠.”
김수민 밀키프로젝트 브랜드매니저 "주민센터·자원순환센터 도움으로 제품 탄생
"장애인단체와 협업, 일자리 제공 이상으로 보람 느껴"
2017-10-11 11:00:00 2017-10-11 15:27:09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밀키프로젝트의 밀키파우치(미니지갑)과 밀키패스(카드케이스)는 얼핏 보면 다 먹고 남은 우유팩과 별로 다를 것 없다. 하지만 이미 한국과 일본에서 1만개 이상 팔리며 20~30대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새활용(업사이클) 제품이다.
시중에 나온 다른 새활용 제품이나 패션소품에 비해 복잡한 공정이나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대신 밀키프로젝트 제품에는 일반적인 새활용 이상의 사회적 가치가 담겨 있다. 우유팩의 특성상 수거 단계부터 주민센터나 자원순환센터 등의 도움을 받으며, 공장 생산이 아닌 장애인단체 협업으로 공정 중 일부를 대신하고 있다. 단순히 미니지갑 하나, 카드케이스 하나를 넘어 우유팩의 개성과 함께 주민들의 노력과 장애인들의 땀이 밀키프로젝트에는 녹아 있다.(편집자주)
 
김수민 밀키프로젝트 브랜드매니저가 새활용플라자 공방에서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용준기자
밀키프로젝트는 어떤 사업인가.
새활용(업사이클)의 한 분야로 우유팩을 이용해 제품을 만들고 가치를 입혀서 소비자에게 선을 보이는 활동이다. 일반적인 재활용이 다 쓴 깡통을 모아 수집해 이를 단순히 다시 활용하는 개념이라면, 깡통을 이용해 새로운 가치있는 제품을 만든다거나 환경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만드는 활동은 새활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프로젝트는 어떤 계기로 시작했나.
 
일본에서 대학원을 마치고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개발하는 벤처기업에 취업했다. 해외마케팅 파트에서 근무했는데, 당시 업무가 대부분 국가나 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프로젝트였다. 그러다 보니 내가 주체가 되는 나만의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때 만난 것이 밀키프로젝트다. 우연히 마트 음료수 코너에 갔는데 평소에는 신경도 안 썼을 우유·주스·요구르트 종이팩이 눈에 들어왔다. 종이팩 안에 그 나라의 캐릭터가 들어있고, 히라가나 같은 폰트들, 우리나라에선 잘 안 썼을 색감 같은 디자인적 요소가 모두 들어가 있었다. 전공이 시각디자인 인지라 바로 “이 거다” 싶었다.
 
바로 창업에 뛰어들었나.
 
아니다. 당장은 직장을 그만두지 않고 제품을 6개월간 갖고 다니며 계속 업그레이드했다. 모두 1년여 정도의 개발과정을 거치며 주변 사람들의 평을 듣고 ‘이정도면 되겠다’라는 확신이 들었다.
지원 없이 자비로만 하기엔 속도가 붙지 않아 본격적인 창업을 위해 대학교 선배와 같이 후쿠오카의 인큐베이팅센터에 들어가게 됐다. 2015년 후쿠오카 인증사업자로 선정돼 입주공간, 우유팩 수집 루트, 관련 네트워크 등의 정보와 기회를 얻으며 20~30개가 아닌 대량생산으로 갈 수 있는 체계를 만들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장애인단체와 협업하게 된 계기는.
 
개인의 힘만으로 운영하는데 한계에 부딪히면서 ‘만드는 것을 우리 손에서 해결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아웃소싱하려고 방법을 찾았다. 그 때 든 생각이 저희가 시민들이 모아오는 우유팩을 마트나 지자체, 자원순환센터 등을 통해 수거하기 때문에 일정 부문 지역사회에 환원을 하자라는 취지에서 지역 장애인시설과 연계해 생산체계를 그쪽으로 조금씩 옮겼다. 단순히 수익 중 얼마를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들에게 실질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체계를 만들고 싶다.
저도 처음엔 우리만 수익을 올리면 되지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장애인들과 협업을 해보니 손재주 좋은 분들은 우리 작업에 매우 보람과 흥미를 느끼고 있으며, 일반적인 장애인 작업보다도 만족도가 높다. 밀키프로젝트 브랜드만 내세워서 될 것은 아니다. 지자체, 시민들, 슈퍼마켓, 마트, 장애인시설까지 함께 모여 코어-크리에이션 구조를 지향하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공장을 돌리는 것보다 생산성이 좋진 않지만, ‘우린 이러한 유기적인 관계로 탄생한 제품이다’라는 가치를 부여하고 싶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시스템을 확장시키고자 한다.
 
한국에는 어떻게 진출하게 됐나.
 
일본 내에서 어느 정도 생산체계와 판매망은 잡아놨고, 한국에도 이러한 시스템을 해보자란 생각이 들어 2015년 말에 한국에 들어왔다. 일본에서 온라인 위주로 팝업 스토어와 병행하면서 판매망을 갖추게 되면서 한국 우유팩을 일본에 테스트해보니 오히려 없어서 못 팔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한국은 서울이라는 큰 소비시장과 지원이 주어지기 때문에 테스트마켓으로 성장체계를 꾸려나가면서 집중하고 있다.
 
재료 수집과 제작은 어떻게 하고 있나.
 
일본에선 마트나 자원순환센터에 주민들이 다 쓴 우유팩을 배출해주면 협업하는 장애인시설에서 그 중 상품성이 있는 것들을 수거해 세척, 건조, 관리, 소독, 코팅 등의 과정을 거쳐 최종 제품이 탄생한다.
한국에 와서보니 우유팩을 자르거나 펴서 배출하는 일본과 달리 우유팩을 접어서 배출하는 문화가 많았다. 마포구 서교동주민센터와 함께 캠페인을 벌여 우유팩을 잘라 배출해주시면 우리 제품이 탄생한다는 것을 알리고 재생휴지를 드리니 주민들이 도와주셔서 매월 수거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 우유자조금위원회와도 협업 제의를 받아 체험학습을 상반기에 진행했다. 마포구 사례를 바탕으로 수거지역은 앞으로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시장 반응은 어떤가.
 
어떤 제품은 없어서 못 팔정도로 인기가 많지만, 어떤 제품은 그렇지 않다. 한국에선 일본 우유팩, 그 중에서도 캐릭터나 일러스트가 들어간 우유팩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좋아한다. 솔직히 업사이클로 만들어진 제품인 것을 감안했을 때 가격이 싸지 않다는 반응이 있다. 물론 가격을 낮추면 더 많은 분들이 살 수 있지만, 브랜드 이미지를 생각했을 때 추후 지속성을 가져가려면 일정 가격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당장 이 제품은 비싸더라도 그 수익으로 다시 제품 개발을 하고 다시 이를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한다.
일단은 90% 이상 온라인에 집중하고 있지만, 직접 보고 만지면서 살 수 있는 오프라인도 확장시켜 나가면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
 
앞으로의 포부는.
 
제품을 확장하거나 전시회 또는 교육프로그램을 여는 등 우리가 계속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인상을 소비자들에게 남기고 싶다.
한국에서 어느 정도 시스템 구축을 마치면 다시 해외로 진출할 계획이다. 현재는 개인사업자로 활동 중이라 아직 고용이 발생하진 않지만, 늦어도 내년엔 법인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단순히 법인 설립이 목적이라기보다는 이 사업을 확장시켜 판로를 만들고 그 과정에서 고용이 발생하면서 자연스레 법인이 되는 단계다.
 
창업을 꿈꾸는 후발주자들에게 조언해달라.
 
혼자서 창업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일단은 요즘 지원받을 수 있는 곳들이 많기 때문에 시설이나 제품, 컨설팅 등 도움을 받기를 권한다. 특히 한국 같은 경우엔 저도 지원을 받고 있듯이 찾아보면 초반 몇 년간은 지원사업의 힘을 받아 기반을 닦는 것이 좋다.
정말 이게 아닐 경우엔 과감하게 미련 없이 바꾸는 것도 전략이다. 포기한다고 실패는 아니고 다른 쪽으로 길을 바꾸는 것이 좋다. 만일 내 안의 확신이 있을 경우 힘든 상황은 오겠지만, 포기하지 않고 1년이고 2년이고 3년이고 이끌어 가면서 제품도 개발하면서 가능성을 키워야 한다.
확실한 자기 아이템 없이 초기 매출에 급급해 무작정 몸집을 키우거나 이곳저곳 지원기관만 찾다가는 오래가지 못한다. 지속가능성이라는 것이 떨어진다. 초반에 매출이 좋다 하더라도 이후에 대처하지 못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업 앤 다운’ 자체가 없을 순 없어도 그것을 줄이고 전체적인 과정을 바라보고 준비해야 한다. 일하면 꾸준히 월급이 나오는 회사와 달리 성수기와 비수기가 있는 사업을 하다보면 마인드 컨트롤이 안 되면 무너지기 십상이다. 
 
김수민 밀키프로젝트 브랜드매니저가 새활용플라자 작업실에서 제품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박용준기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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