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피플)변인선 파봇 대표 “로보어드바이저 증권사를 만들고 싶다”
코스콤 RA 1차 테스트베드서 위험성과지표 1위 달성
'R-HTS' 개발 중…"파봇 통해 전 국민을 펀드매니저로 만들고 싶다"
2017-10-19 08:00:00 2017-10-19 08:00:00
[뉴스토마토 신항섭 기자]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많은 증권사들이 앞다투어 로보어드바이저를 도입하며 상품출시에 나서고 있는 중이다. 파봇은 로보어드바이저를 개발해 증권사에 제공하고 있는 벤처기업이다. 애플이 차고에서 시작한 것과 같이 파봇 역시 열악한 환경에서 출발했다. 카페에서 시작해 현재는 한국거래소 코스콤 핀테크 테스트베드센터에서 파봇을 개발하고 있다.
 
파봇은 코스콤이 실시한 로보어드바이저 1차 테스트베드에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해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국내 주요 증권사 가운데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등을 통해 파봇을 서비스하고 있다.
 
변인선 파봇 대표이사는 “파봇을 통해 전 국민이 펀드매니저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뉴스토마토>는 로보어드바이저 개발 배경과 국내 업계 상황, 그리고 로보어드바이저의 발전방향은 물론 파봇만의 장점과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뜨거운데, 어떻게 개발하게 됐나.
 
파봇 개발은 약 8년 정도 됐는데, 그 시작이 좀 독특하다. 제가 주식을 좋아했는데, 처음에는 편안하게 투자를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머니머신 같은거 없을까’ 하는 아이디어를 냈는데, 현재 같이 일하는 부대표가 ‘이런 거는 내가 알고리즘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하면서 시작하게 됐다. 그래서 사무실이 필요해서 카페를 차렸다. 근데 시작할 때 이렇게 큰 작업인 줄은 전혀 몰랐다. 그렇게 작업을 하다 보니 8년이 걸렸다.
 
핀테크 데모데이에 참석한 심한섭 파봇 부대표가 파봇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파봇
 
파봇은 어떤 로보어드바이저인가.
 
파봇은 크게 3가지 기술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는 '스마트 스크래핑'이라고 해서 인터넷 상에 있는 금융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해서 데이터베이스(DB)화 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인공지능 분석 기술로 수집된 데이터를 의미있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가공하는 기능이다. 마지막으로 자동화 자산관리 기술이 있는데, 누적된 자료를 통해 실제로 돈을 벌기 위해 자동으로 투자하는 기능이다. 자동화 자산관리 기술에는 백오피스 기능도 포함됐는데, 일임형 서비스의 경우, 보고서까지 보내줘야 하는데 파봇은 자동으로 이뤄진다.
 
위 기술들은 한 가지씩만 놓고 봐도 큰 기능을 한다. 실제로 이 기능들 하나 만으로도 다 사업할 수 있지만, 세 가지의 복합적인 기술이 견고하게 이뤄져 돈까지 벌어준다. 그래서 저는 복잡하고 어려운 종합예술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하나하나도 어려운데, 연결되서 가야하기 때문에 8년 작업이 걸렸다. 지금은 어느 정도 상용화 할 수 있는 단계에 올랐지만 로보어드바이저가 계속 업데이트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아직 완성본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업데이트를 통해 더욱 견고하게 만들 생각이다.
 
파봇만의 경쟁력이나 차별화가 있다면.
 
경쟁력에 앞서 저희 파봇의 알고리즘을 간략하게 설명해 드리겠다. 안전하게 수익이 창출될 수 있도록 자산이 배분된다. 또 자산만 배분되는 것이 아니라 전략도 배분된다. 스타일 전략부터 퀀트 전략을 비롯해 많이 있는데, 이것을 하나만이 아니라 여러 개를 가져가도록 멀티 시스템을 만들었다. 고객이 안정적인 성향인지, 공격형인지 이런 성향에 맞게끔 자산배분 시스템을 선택한다. 이렇게 투자자 성향을 분석하고 난 다음에는 경제를 분석한다. 생산, 소비, 무역 등 경제지표를 파악해서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을 몇 퍼센트로 할지 계산한다.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자산배분, 밸류 전략, 퀄리티 전략, 모멘텀 전략 등 다양한 전략을 구사한다.
 
경쟁력을 꼽자면, 파봇은 코스콤의 1차 테스트베드에서 위험성과지표 1위를 달성했다. 파봇을 통한 투자 정보분석서비스로 사업을 일으키고 있다. 실제 운용 이전에 분석 단계의 로봇 애널리스트를 증권사에서 서비스하고 있는데,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이미 들어갔고, 하나투자증권, KB증권, SK증권 등은 작업 단계다. 이것이 마무리되면 올해 10개 업체에 제공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파봇을 통한 일임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파봇투자자문 회사도 설립됐다. 현재 일임금융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파봇 직원들의 모습. 사진/파봇
 
현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산업에 대해 어떻게 보고 계신지.
 
제 생각에 현재 시기에는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 운용만 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분석부터 시작한 일련의 과정을 상품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러한 기술들을 비즈니스 모델로 하나하나 풀어서 매출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정보 비즈니스 하는 쪽과 운용을 하는 쪽은 캐시 플로우가 다르다. 정보 비즈니스는 현재 허들이 별로 없어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데, 운용의 경우는 다르다. 일임상품을 시작하려면 15억원의 자산이 필요하고 자문사와 펀드매니저 등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허들이 있기 때문에 바로 만들 수가 없다. 그래서 기술 회사들이 알고리즘을 만들어도 수익이 바로 나지 않고 있다.
 
또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은데, 시작한지 얼마 안됐다 보니 레퍼런스가 없는 상황이다. 레퍼런스가 쌓이려면 2~3년의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기를 견뎌야 한다. 즉, 운용을 통해 돈을 벌기 위해선 그 시간을 버텨야한다.
 
외국의 로보어드바이저는 레퍼런스가 어느 정도 형성된 것으로 보여진다. 제가 느낀 바로는 알고리즘이 뛰어나거나 굉장히 스마트하단 느낌보단 오래됐고 레퍼런스가 쌓였기 때문에 자산이 투자되는 것으로 보인다.
 
로보어드바이저가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우려가 있는데.
 
로보어드바이저가 펀드매니저의 일자리를 위협하진 않을 것 같고, 함께 일하는 세상이 올 것 같다. 로보어드바이저도 운용을 해줘야 하기 때문에 운용하는 사람들도 나타날 것이고, 시스템을 관리하거나 유지보수하는 사람도 필요해질 것이다. 또 로보어드바이저를 학습시켜주는 펀드매니저도 나올 수 있다. 예를 들어 투자에 대한 내용을 해석해주는 사람들도 나타날 수 있다.
 
직장을 잃는 사람이 있다면 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로보어드바이저도 사람이 만들어서 사람이 시스템을 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대로 돌아가는지 모니터링도 해야되고, 설계값 대로 돌아가는지도 체크해야하기 때문에 펀드매니저가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그래서 자산관리 분야가 늘어날 것이고, 펀드매니저가 없어지기 보단 더 중요해질 것이다. 파이가 커지고 그 중 일부분을 로보어드바이저가 차지하게 될 것이다. 미국은 이미 어느정도 차지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변인선 파봇 대표. 사진/파봇
 
로보어드바이저 산업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요소는.
 
현재 많은 스타트업들이 로보어드바이저를 개발하고 있지만 상당히 힘든 시기이다. 국내 로보어드바이저의 경우, 비대면으로 가입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다. 또 최소 가입금액이 1000만원으로 적지 않은 규모다. 이렇다 보니 일반 사람들이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만약 비대면 문제가 해소되면 20만~30만원의 적립식으로 가능해져 접근성이 보다 쉬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장은 올랐지만 개인은 못 벌었다는 기사들을 봤는데,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금융상품들이 나와 대중화 된다면 이런 분들이 줄지 않을까 싶다. 정부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의지를 표출하고 있지만 아직 제도적인 한계가 있다. 이러한 부분이 해결돼 대중화 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회사의 향후 계획 및 비전은.
 
회사가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은 로보어드바이저 증권사다. 미래 지향적인 단어 같지만 별거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인이 펀드에 들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스타일로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난 워렌 버핏 스타일과 벤자민 그레이엄 스타일을 2대 8로 섞어줘”라고 파봇에게 이야기 하면 알아서 그렇게 투자하고 그것에 대한 장기 시뮬레이션이 되는 그런 시스템이 되길 바라고 있다.
 
이를 위해 HTS(홈 트레이딩 시스템)안에 로보어드바이저를 연결하는 R-HTS(로보 홈 트레이딩 시스템)를 만들고 있다. R-HTS가 구성된다면 보다 쉽게 파봇에 다가갈 것이다. 그리고 개인적인 목표는 전 국민을 펀드매니저로 만드는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자산관리와 내 돈을 내가 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와 회사의 비전이다.
 
신항섭 기자 kalthe@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