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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파견' 논란 확산)독·일, 파견 근로자 확대 결과 양극화 심화
파견직이 정규직 대체·정규직과의 임금격차 확대 등 부작용 발생
2017-10-20 06:00:00 2017-10-20 06:00:00
[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국내 산업계에서 불법파견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면서 해외 사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사업주자 파견 노동자를 기간에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으며, 사용기간 제한을 폐지한 대신 노동자를 보호하고 있다. 반면, 고용 유연화를 위한 파견업무를 확대할 경우 발생하는 정규직과의 임금 격차와 고용불안 가중 등은 해결해야 할 숙제다.
 
 
 
 
19일 한국노동연구원과 노동계에 따르면 일본은 최대 3년까지 파견 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다. 3년이 지날 경우 파견 노동자를 교체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사용기간 제한이 없는 셈이다. 사업주는 파견 노동자의 직접고용도 거절할 수 있다.
 
이는 2015년 9월부터 개정 근로자파견법이 시행되면서 규제가 대폭 완화된 데 따른 조치다. 이전까지는 통역과 비서 등 26개 업무에 한해 3년 이상 파견 노동자에게 맡길 수 있었다.
 
독일 정부는 지난 2002년 일자리 확대를 위해 최대 24개월로 제한했던 파견 노동자 사용기간을 폐지했다. 동시에 파견 노동자 보호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파견 일자리의 질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추진했다. 동종·유사업무를 하는 노동자와 파견 노동자와의 처우도 동일하게 만들었다.
 
이 같이 독일과 일본은 파견 대상 업무와 사용기간을 제한한 우리나라와 달리, 근로자 파견에 대한 규제가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파견법은 제조업 직접 생산공정을 제외한 32개의 업무를 파견 허용 업무로 정하고 있다. 컴퓨터·번역·예술 등이 대상이다. 최대 2년까지 사용이 가능하다. 파견 금지업무에 노동자를 파견하거나 사용기간을 지키지 않고 불법파견을 한 경우 사용 사업주가 직접고용해야 한다. 독일과 일본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근로자파견 제도가 엄격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하지만 독일과 일본은 근로자 파견제도의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파견 노동자의 규모도 커졌다. 지난해 김명중 일본 닛세이기초연구소 준주임연구원이 발표한 '국제노동 브리프'(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2004년 85만명 규모의 파견 노동자는 2014년 125만명까지 늘어났다. 일본 전체 노동자 중 파견 노동자의 규모는 6.4%에 달했다.
 
독일은 정규 노동자와 파견 노동자의 임금격차가 확대됐다. 정규 노동자의 일자리도 파견직으로 채워졌다. 독일 기업들은 파견 노동자를 조달받기 위해 자회사로 파견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김기선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규제가 완화된) 1999년과 2006년 사이 임금격차는 모든 분야에서 확대됐다"며 "파견직은 정규직에 비해 40% 가량 낮은 임금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독일과 일본의 사례는 우리나라 고용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파견직을 확대할 경우 정규직과의 임금격차, 고용불안 등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히려 독일은 지난해 파견법을 개정, 규제를 강화했다. 파견 노동자의 사용기간을 18개월로 단축했다. 사용자는 파견 노동자가 9개월 이상 사용할 경우 정규 노동자와 같은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2008년 일본에서 파견 노동자가 대량으로 해고된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도 있다. 당시 해고된 파견 노동자들은 노숙자로 전락,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해넘이 파견촌'이 설치되기도 했다. 김기선 연구위원은 "근로자 파견의 남용을 방지할 충분한 대책없이 유연화할 경우 노동시장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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