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고은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경기회복세와 물가흐름의 기조적 흐름이 확인되는 경우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우리나라 기준금리의 적당한 인상 시점'에 대해 묻는 의원들의 질의에 "지금 기준금리 수준이 여러 잣대로 볼 때 완화적이기 때문에 본격적인 (경기)회복국면에 들어가면 완화적 기조를 줄일 수 있다는 게 금통위의 기본적인 스탠스"라고 답했다.
이 총재는 "경기 회복세가 견조한 흐름을 보인다고 확인되고 물가도 목표수준(2%)을 수렴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확인되는 시점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지난 19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2%포인트 오른 3.0%로 제시했다. 수출과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경제가 개선흐름을 지속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소비자물가 역시 물가안정목표수준 내외의 오름세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10월 금통위 결정의 의미를 묻는 질의에 "(기준금리를) 완화적인 수준으로 오래갈 수 없다는 방향은 분명히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통화정책결정의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경기와 물가에 대한 한은의 자신감이 표출되면서 시장은 이를 이른 시일 내에 기준금리가 인상될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당장 다음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당 김성식 의원은 이에 "너무 오랫동안 저금리를 했다고는 생각하지만 과연 (금리인상의) 적기인가 하는 문제는 논란"이라며 "반도체를 제외하고 우리나라 투자와 수출이 어떤지도 봐야 한다. 반도체, 정보통신(IT) 관련 투자를 빼면 설비투자가 마이너스로 나타나는 등 한국 경제에 이중구조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전반적인 거시지표만 갖고 통화정책을 하기에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의원은 "(최근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2.8~2.9% 수준의 잠재성장률을 터치다운했다고 볼 수 있겠지만 GDP갭(잠재성장률과 실질성장률 간 차이) 감소는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기 때문일 수 있다는 금통위원의 발언은 유념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엄용수 의원 역시 김 의원의 지적에 동의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성장과 물가를 보며 금리 결정을 한다고 했는데 지금부터 (총재 임기가 끝나는) 내년 3월까지 제일 중요한 게 북핵과 가계부채 리스크"라며 이들 요인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당부했다.
한은 국정감사의 단골 화두인 중앙은행의 독립성 문제도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바른정당 이혜훈 의원은 과거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척하면 척' 발언 사례 등을 언급하며 "임기가 보장된 한은 총재가 (금리 인상 압박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는 압력이 오는 것이냐"고 물었다.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은 지난 8월 '기준금리가 1.25%인 것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의 발언에 대해서도 중앙은행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총재 취임 당시에는 금리 방향 자체는 인상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후 세월호 사고, 메르스 사태 등이 터지고 경기가 위축되면서 금리 인상 필요성을 언급하지 않았다"며 "금통위원들에게 물어봐도 통화정책은 저희의 판단에 의해 중립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자신 있게 말한다"고 답했다.
다만 한은과 정부의 정책공조에 대한 주문도 이어졌다. 추경호 의원은 "독립성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정부와의) 대화를 멀리해서는 (경제 상황에 대한) 판단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경제부총리와 대화를 충분히 하라"고 주문했다. 김성식 의원 역시 "독립성과 정책 공조는 다르다. 거시정책 엇박자 논란에 직면할 수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 정부와 복합적인 (정책)설계를 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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