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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탐정의 자산관리)액티브 펀드는 죽지 않는다
패시브펀드 확대세는 지속…종목 연구 안하면 시장 비효율적으로 도태
2017-12-22 08:00:00 2017-12-22 08:00:00
[뉴스토마토 김보선 기자] "내 일은 남들이 모르는 걸 아는 거야."(셜록 홈즈) 미스터리한 사건을 푸는데 천부적 재능을 가진 탐정 셜록이 있다면 여의도에는 재무 회계를 읽어주는 '맨발의 셜록'이 있습니다. '28년 증권맨' 원강희 KTB투자증권 리스크관리실장(상무)입니다. 비판적이고 분석적인 탐정 사고방식은 금융투자업계를 이해하는데 필요하다고 생각해 이름했다고 합니다. 맨발은 처음부터 다시 배운다는 의밉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재무탐정의 블로그'를 운영하는 그는 금융 관련 지식을 통찰력 담긴 '글발'로 풀어냅니다. 돈의 흐름을 쥐고 다루는 자본시장에 구구절절한 조언은 달지 않습니다. 증권부 김보선 기자는 격주로 여의도 맨발의 셜록을 만나 탐정의 시각으로 자본시장을 들여다 봅니다. 오늘은 공모펀드, 특히 액티브펀드의 위축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살펴봅니다. 
 
-공모펀드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펀드가 적극적인 운용 전략을 추구하는 액티브펀드를 앞지를 전망입니다. 액티브펀드가 이처럼 축소된 원인은 뭘까요.
 
한 마디로 말한다면 기대보다 부진한 수익률이 가장 큰 원인일 것입니다. 이에 덧붙여 부진한 수익률에도 불구하고 높은 수수료를 떼어간다는 점이 두번째 원인이 될 것입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2007년 순자산 기준으로 63조원을 넘겼던 주식 액티브 펀드의 규모가 현재는 28조원까지 줄어들었습니다. 반면 대표적인 패시브 펀드인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규모는 2006년 2조원에 불과했으나 2017년 10월에는 31조원까지 확대되었습니다. 패시브 펀드 시장의 규모가 확대된 것은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한국은 그 중에서도 빠른 속도로 패시브 펀드 시장이 커졌습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액티브 펀드의 성과가 부진한 이유 중 하나는 그동안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인 몇년간 박스권에서 움직였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액티브 펀드는 시장을 앞지르기 위해서 더 오를 법한 종목을 계속 탐색하고 매매할 수 밖에 없으나 이러한 매매에 따른 비용이 계속 발생합니다. 주가지수는 박스권에 갇힌 상태에서 이것 저것 매매를 계속하게 되니 성과는 오르지 않고 비용만 높아졌던 것입니다.
 
또 한 가지 액티브펀드의 부진을 설명하는 것은 유안타 증권의 리포트에서 지적하듯이 삼성전자의 선전이 패시브펀드의 성과를 높이는 원인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액티브 펀드의 경우에는 시장 보다 높은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는 시장과 똑같은 비중을 가져가서는 안되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비중이 자연스럽게 낮아질 수 밖에 없는데요. 최근 삼성전자의 주가가 오르면서 액티브 펀드들의 수익률도 저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업계에서조차 ETF 성장과 패시브펀드의 확대가 추세로 지속될 거라고 보기도 하는데요, 액티브펀드가 위축세를 지속할 경우 펀드매니저 무용론이 부각될 수 있지 않을까요.
 
저도 당분간은 ETF 및 패시브펀드의 확대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는데 동의합니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패시브펀드가 액티브 펀드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을 것으로 봅니다. 만일 패시브 펀드의 선전이 계속되어 모든 투자자들이 패시브 투자만을 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렇다면 누구도 더 좋은 종목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그저 항상 시장에 있는 종목을 시가총액 비율대로 사기만 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논리는 이른바 '효율적 시장가설'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는데요. 효율적 시장가설은 시장의 모든 정보가 이미 시세에 반영이 되어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종목을 연구해 봐야 초과 수익을 얻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래서 항상 시장포트폴리오 즉 모든 종목을 시가총액 비율대로 사는 것이 최선이라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모든 투자자들이 이러한 가설을 믿고 종목 연구를 하지 않는다면 시장은 비효율적으로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즉 효율적 시장은 수 많은 사람들이 시장의 비효율을 찾아 초과 수익을 올리려고 노력할 때만 이루어진다는 아이러니가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죠.
 
따라서 액티브 펀드는 죽지 않습니다. 다만 비용과 효익이 패시브 펀드와 균형을 이룰 때 까지 축소될 것 입니다. 우리나라 액티브 펀드 시장에서도 피터 린치와 같은 전설적인 펀드 매니저가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다만 탁월한 통찰력을 갖춘 펀드 매니저가 나오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금융 토양이 좀 더 비옥해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글로벌 시장의 경우는 어떤가요.
 
미국과 같은 선진국 시장에서는 패시브 펀드의 성과가 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나지만 자본시장이 발달하지 못한 신흥국 시장에서는 액티브 펀드가 우세하다는 자료가 있습니다. 아마도 신흥국 시장에서 시장의 비효율성 즉, 저평가된 종목을 발견하기가 더 쉽기 때문일 겁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유럽 시장에서도 과거 11년간 액티브 펀드의 성적이 더 좋았다고 합니다. 이러한 결과들은 제가 앞서 지적했던 아이러니를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패시브 펀드의 성과는 수많은 액티브 투자자들의 노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자본시장이 매우 활발한 미국은 자본시장에서 초과 수익을 얻기 위한 각종 노력들이 수없이 많이 이루어집니다. 반면 상대적으로 자본시장이 덜 발달한 곳에서는 액티브 펀드의 가능성이 있는 것이죠.
 
-내년에는 액티브펀드가 시장 반격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있는데, 공감하시나요.
 
일부에서는 패시브 펀드의 투자성과가 삼성전자의 선전에 기댄 측면이 크다고 보고 내년부터는 삼성전자의 상대적 성과가 올해보다는 덜하지 않겠느냐는 전망 하에 액티브 펀드의 선전을 기대하고 있는 듯 합니다. 이러한 예측은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겠지요. 시장을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액티브 펀드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우수한 펀드 매니저를 발굴하고 우대하는 시스템과 액티브 펀드의 비용을 낮추기 위한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바탕에서 시장대비 초과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종목을 제대로 찾아낼 수 있는 실력을 갖춘다면 액티브 펀드가 설 자리도 항상 존재할 것입니다.
 
-공모펀드를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가 나오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판매시장의 경쟁을 키우고 펀드 정보 제공의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걸로 보시나요.
 
말씀하신대로 금융위원회는 최근 공모펀드 시장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그 방향은 크게 세 가지 인데요. 소개를 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판매시장의 '경쟁 촉진'을 통한 투자자 권익 제고, 둘째 '좋은 펀드'가 선택될 수 있는 시장 여건 조성, 셋째 펀드 판매·운용 규제 합리화입니다.
 
첫째 경쟁촉진을 통한 투자자 권익제고는 판매사 신규 인가 및 펀드 정보 제공 의무화 등을 통해 투자자들이 펀드를 용이하게 비교 선택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비용을 낮추고 정보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것입니다. 둘째 '좋은 펀드'가 선택될 수 있는 시장 여건 조성이란 판매사 등이 펀드의 실력에 관계 없이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는 펀드를 판매하려는 경향을 규제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셋째는 과거 불필요한 규제는 없애서 창의적이고 투자자 선호에 맞는 펀드 운용을 장려하겠다는 내용입니다. 금융위의 이러한 대책 방향은 현재의 펀드 시장여건을 잘 파악한 합당한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결국엔 수익률이 관건이 될텐데, 시장지수에 비해 운용전략의 강점을 키우려면 업계의 자정 노력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렇습니다. 펀드매니저들이 국민들의 자산 증식에 크게 공헌하고 있다고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과거 관행을 많이 바꿔나가야 할 것입니다. 자본시장 종사자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은 성장할 수 있고, 성장할 만한 가치가 있는 기업들에 국민들의 자금을 투자해서, 이러한 기업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하고, 이들 기업의 성공이 나라 전체의 부를 증대시키고, 이로 부터 다시 국민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선순환 구조를 갖춰 나가는 것입니다.
 
이러한 인식 없이 그저 자본시장을 투기의 대상으로 보는 펀드매니저나, 펀드의 성과에 관계 없이 수수료만 떼어갈 수 있으면 그만이라는 식의 금융기관은 없어져야 합니다. 심도 있고 체계적인 분석과 투자를 통해 국민들을 이끌고 교육할 수 있는 식견을 갖추고 통찰력 있는 투자를 수행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출 수 있도록 자산운용 업계의 끊임없는 노력만이 스스로 자산운용업의 존재이유를 증명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재무탐정은 당분간 ETF와 패시브펀드의 확대 추세가 계속되겠지만 구조적으로 액티브펀드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고 봤다. '효율적 시장가설'에만 의존할 경우 시장은 비효율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사진/뉴시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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