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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규제 한달)⑤전문가들 “가상화폐 성공적 안착 방향 모색해야"
"극단적 규제, 거센 반발 부를뿐"…"안착하면 GDP 상승 등 경제효과"
2018-01-15 08:00:00 2018-01-15 08: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양진영 기자]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전방위적으로 강화되면서 규제 강도에 대한 갑론을박도 거세다. 투명한 거래 시장 조성을 위해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정부 차원의 규제가 4차산업혁명의 발전과 자율성을 가로 막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의 한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고객이 시세판을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투자가 몰린다고해서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쇄하는 것은 공산국가에서나 가능한 것”이라면서도 “탈세 등 거래소 운영과정에서 불법적인 문제가 있을 경우 폐쇄를 검토하는 것이 옳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내부적으로 고객 계좌를 정직하게 운영하는지 봐야 하고, 가상통화에 대해 투기를 조장하는 광고나 투기가 쉽게 이뤄지는 구조인지 따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의 입장이 최근 급격히 바뀐 이유에 대해선 “투자자들이 급격하게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꼽으며 “문제는 투자자들이 가상화폐 저변에 깔린 블록체인 기술 등에 대한 미래 가치투자가 아니라 막연히 돈을 번다는 기대감으로 가상화폐를 거래를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가치투자 아닌 도박으로 전락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연구원은 “'바다이야기'에 비유된 것처럼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투자는 이익을 봤을 경우엔 괜찮지만 피해를 보게 될 경우, 자신들의 미래가 안보여 투자한다는 20∼30대의 피해가 더 확대된다”며 “블록체인 기술은 가상통화만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또 “가상화폐 투자 붐으로 벤처 기업들에 대한 투자자금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기술투자나 기술발전을 이뤄내는데 도움이 된다고 할 수도 없다”며 “가상화폐 거래는 블록체인 발전의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법무부가 가상화폐 중개 자체를 불법으로 보고 거래소를 전면 폐쇄하는 내용을 검토키로 하면서 극단적인 규제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채권전문가는 “적절한 규제는 시장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지만 지금의 스탠스는 과도한 부분이 있다”며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시장 자체가 위축되거나 악화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비트코인을 위시한 가상화폐를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은 아이러니하게 정부의 규제”라며 “국가가 개인소유의 가상화폐를 몰수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한지는 알 수 없으나 미국, 일본, 독일, 싱가포르 등 세계적으로 가상화폐를 양성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의 규제 방향은 반발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법무부 등 정부의 전방위적인 압박은 가상화폐의 가치를 오히려 높이게 만드는 길이 될 수 있다”며 “관치가 아닌 시장의 자율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경제적인 측면에서 가상화폐 인기가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비트코인 광풍을 바라보는 시장참여자들의 입장과 의견들이 각기 다르고,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인정하는 것이 옳은가 등에 대해서도 여전히 논란이 많다”면서 “어떤 방법이 옳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특히 가상화폐 거래가 활발한 일본을 지목하며 “비트코인 거래통화 중 엔화가 3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일본 내 비트코인 투자는 상당히 활발하다”면서 “일본은 자금결제법을 개정해 비트코인을 합법적인 결제수단으로 인정하고 일정 요건을 갖춘 자가 거래소를 운영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암호화폐 시장을 양성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트코인 가격 상승이 일본 GDP를 0.07%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발표도 있다”며 “작년 연초부터 연말까지 비트코인 가격이 13배 상승했고, 이러한 가격 상승으로 인해 일본 개인소비 지출이 늘면서 GDP증가에 기여(Wealth effect)했다”고 부연했다.
 
이 연구원은 또 “비트코인 투자자 대부분이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20~30대 연령층”이라며 “주식,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소비성향이 커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할 때 투자자들의 소비성향이 커질 것이라 예상하는 것이 합리적인 접근”이라고 분석했다.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비트코인 가격 상승은) 국내 소비증가를 통해 GDP와 수요 측 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글로벌 경기회복세와 인플레기대 등과 더불어 국내 소비가 탄탄한 증가세를 나타낸다면 한국은행은 향후 기준금리 정상화에 더욱 편안함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는 정부 당국의 눈치만 보는 형국이다.
신원희 코인원 최고운영책임은 “거래소들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투명한 시장을 조성하자는 입장”이라며 “정부가 지난달 내놓았던 미성년자 거래 금지 같은 정책에도 당연히 찬성했고, 자율규제안을 마련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앞서 코인원은 지난 9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으로부터 ‘마진거래(Margin Trading)’에 대해 조사를 받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를 ‘불법 도박장’으로 보고, 마진거래(도박)을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코인원 관계자는 “암호화폐 거래에서의 마진거래란, 거래소에 거래 희망주문 금액의 일정 비율만큼 보증금을 맡기고 자금이나 암호화폐를 빌려 거래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암호화폐 마진거래는 도박이 성립하기 위한 요건인 ‘승부’와 ‘쌍방 재물득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해외 거래소에서는 여전히 마진 거래를 사용할 수 있다”면서도 “암호화폐 시장의 급격한 성장에 따른 과열을 염려하는 관계 금융 당국의 의견에 따라 건전하고 안정적인 시장환경 구축을 위해 마진거래 서비스를 중단했다”고 덧붙였다.
 
신 책임 또한 “국회의 움직임 또한 건전한 시장 조성을 위해 필요한 것은 취하고 위험한 것은 규제하자는 입장인 반면 금융위와 법무부는 거래소를 무조건 폐쇄한다고 한다”며 “어떤 기관의 말을 믿고 진행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또 다른 가상화폐거래소인 빗썸 측은 "마진 거래를 하고 있지 않다"면서 "현재로선 (정부 규제)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고, 계속해서 정부 방침을 이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아란·양진영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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