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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 소환·3번 영장 청구'…결국 실형 못 피한 '법꾸라지'
주요 혐의 4개 인정…박근혜 정부 핵심 실세서 추락
2018-02-22 16:57:30 2018-02-22 19:08:04
그래픽/최원식 뉴스토마토 디자이너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잇따르는 검찰 소환과 영장 청구에도 법망을 교묘히 피해 나간다고 해 '법꾸라지(법+미꾸라지)'로 불린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법원의 판결까지 피하지는 못했다.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으로 권력 최중심에 섰지만, 이번에 실형을 선고받으며 추락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영훈)는 22일 우 전 수석에 대해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하면서 9개 공소사실 가운데 본인에 대해 감찰에 돌입한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직무수행을 방해한 혐의(특별감찰관법 위반),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비위를 인지하고도 감찰 직무를 유기한 혐의(직무유기), 영화 '변호인'을 제작한 CJ E&M(130960)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검찰 고발 의견을 내도록 직권을 남용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국회 국정감사에 불출석한 혐의(국회증언감정법 위반) 등 4개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이 전 감찰관 감찰 방해 혐의는 이전에 자신에 대한 감찰에 착수하자 우 전 수석이 직접 이 전 감찰관에 전화를 걸어 "형 요즘 어디 아파?"라며 항의성 전화를 한 사실 등이 알려져 시선을 끈 의혹이다. 재판부는 이러한 정황이 아니라 "우 전 수석이 지속해서 이 전 감찰관의 감찰 중단을 요구했고 민정수석실에서 특별감찰관실을 감찰할 수 있다는 태도를 내비쳤다. 노골적으로 감찰을 방해하고 제대로 된 감찰을 하지 못하게 된 게 증명된다"고 분명히 꼬집었다.
 
우 전 수석이 최씨와 안 전 수석 등이 미르·K스포츠재단을 불법 설립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을 때 직무감찰을 하지 않고 국정농단 사태를 방조했다는 혐의도 인정됐다. 재판부는 "우 전 수석이 이들의 재단 관련 비위행위를 충분히 의식하거나 명백한 정황을 확인했음에도 진상파악을 하거나 감찰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며 우 전 수석이 충분히 국정농단 사태를 인식하고 있음에도 조치를 취하지 않아 국가 혼란이 더욱 가중됐다고 지적했다.
 
양형 범위가 징역 5년 이하인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의 경우 CJ E&M 부분만 유죄로 인정됐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문체부 공무원의 좌천성 인사와 대한체육회와 전국 28개 스포츠클럽 현장실태 점검 준비를 지시해 직권을 남용한 혐의 등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우 전 수석이 청와대의 CJ E&M 관련 부정적 인식을 알았다고 볼 증거는 부족하지만, 직권을 남용해 CJ에 불이익을 주고 수사받게 하겠다는 부당한 의도로 공정위의 공정성을 침해하는 전례 없는 행위를 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부분 강요 혐의는 무죄로 봤다.
 
이날 우 전 수석은 지난해 4월17일 재판에 넘겨진 지 꼬박 311일 만에 1심 결과를 받아들었다. 검찰이 우병우 특별수사팀을 꾸린 지난 2016년 8월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두 차례 구속영장이 먼저 기각되고 수사 초기 제기된 가족회사 정강의 횡령과 배임 의혹 및 아들의 의경 꽃보직 특혜 의혹 등은 공소사실에서 빠진 채 우 전 수석은 불구속기소 됐다.
 
수사 과정에서 우 전 수석은 첫 검찰 소환 당시 자신에게 질문하는 취재진을 쏘아보는 '레이저 눈빛'으로 지탄의 대상이 됐다. 이후 조사실에서 팔짱을 낀 채 웃는 얼굴이 포착돼 '황제 수사' 논란까지 낳았다. 박근혜 정부 실세로 승승장구했지만, 법 위에 군림하려 한다는 국민적인 비판 여론이 조성되며 '공공의 적'으로까지 내몰렸다. 만 20세의 나이에 사법시험에 합격하는 '소년급제' 후 검사장 탈락을 제외하고 승승장구한 그에게도 이러한 여론은 큰 부담이었다.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우 전 수석은 지난해 11월 4번째 검찰 소환 조사 때 굳은 표정으로 "이게 제 숙명이라면 받아들이고 헤쳐나가는 것도 제 몫이라고 생각한다"며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인 뒤 약 2주 뒤 재직 당시 국정원에 불법 사찰을 지시한 혐의(직권남용)로 구속됐다.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전략국장에게 이 전 특별감찰관 뒷조사와 국정원에 정부 비판 성향을 보이는 진보교육감들에 대한 개인적인 취약점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는 게 골자다. 검찰의 세 차례 영장 청구 끝에 포승줄에 묶인 우 전 수석은 구속의 부당성을 강조하며 구속적부심까지 청구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혐의의 경우 지난달부터 별도로 심리가 진행되고 있는데 향후 형이 가중될 수도 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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