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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문명으로 읽는 기업)③네이버, 자강불식의 글로벌 경영해야
2018-03-05 07:00:00 2018-03-05 07:00:00
네이버 리더십을 <주역> 벽괘설로 풀면, 천심과 민심을 얻을 수 있는 최적의 시기에 놓여 있다. 네이버 리더십은 주역의 첫번째 괘인 건(乾)괘에 해당한다. 건괘는 주역에서 '자강불식(自强不息)'을 권고하고 있다. 이는 주역의 핵심가치 중 하나이기도 하다. 공자는 건괘를 해석하면서 "하늘의 운행은 건실하니, 군자가 이로써 자강불식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른 자강불식의 의미는 '스스로 굳세게 하고 쉼 없이 실천한다'는 뜻이 된다.
  
하늘의 도를 따르는 기업경영…도리에 맞는 '자강', 쉼 없는 '불식'
  
만물 가운데 하늘의 운행만큼 굳센 것이 없다. 해와 달도 굳세지만 조금씩 기울거나 변화한다. 그러나 하늘은 해와 달의 변화를 넘어서는 더 근본적인 우주의 운행이다. 그래서 건(乾)은 글자로는 하늘을 의미하지만 우리가 매일 눈으로 확인하는 물리적인 하늘을 뜻하지 않는다. 이는 그보다 우주를 움직이는 근본적인 작용을 의미한다. 매일 관찰되는 하늘은 춘하추동으로 계절이 변하지만, 건(乾)은 천도의 순환원리인 '원형이정(元亨利貞)'으로 변화를 따른다. 건괘는 빈 유리잔에 물이 차근차근 순서대로 차오르는 것을 상징한다. 그리고 유리잔이 차오르는 과정이 마땅히 자강불식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준다. 그래서 <주역>에서는 네이버 리더십이 유리잔에 물이 차오르는 과정을 거치면서 성장했는지를 성찰해보고 이 자강불식의 정신을 경영에서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지를 주문하고 있다.
 
하늘의 움직임이 건실해야 하는 것처럼 기업경영의 리더십도 마찬가지다. 군자가 스스로 굳세게 해서 쉬지 않는 것처럼 최고경영자의 행실도 이러해야 한다. 천행(天行)이 그렇게 굳세므로 그것을 본받아야 하는 것이다. 이 과정은 떡시루에 떡을 찌는 것에 비유된다. 큰 떡시루에 쌀을 잔뜩 붓고 쪄낼 때 빨리 익히려고 급하게 불을 일으키면 오히려 떡이 탄다. 그래서 '커나가는 것을 돕지 마라(勿助長)'고 가르친다. 그렇다고 불을 느리게 키우면 떡이 천천히 익을 것 같지만 정작 떡은 설익는다. 중간에 불을 안 때면 떡도 아니고 밥도 아니게 된다. 그래서 '불식(不息)' 해야 한다는 말이 생겨난 것이다. 무슨 일이든 서두르지도 말고 그렇다고 하세월 느리게 하지도 말며, 도리와 법규에 맞게 꾸준히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법규에 맞게 나아간다는 것은 자강(自强)이다. 따라서 스스로 각각의 개성대로 그 자질대로 나아가되 쉼 없이 매진할 수 있어야 자강불식할 수 있게 된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사옥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네이버는 1999년 삼성SDS의 사내벤처로 출발한 기업이다. 한국처럼 IT와 인터넷, 그리고 최근의 소셜미디어에 일찍 적응하는 국가도 없다. 그래서 네이버와 같은 기업이 태어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러나 네이버가 높게 평가받아야 하는 점은 탄생과 성장 배경을 단순한 국내 인터넷 환경의 특성에만 의존하기보다 끊임없는 혁신과 개발, 서비스 론칭을 통해 대기업 반열에 올라간 점이다. 말 그대로 맨주먹에서 성장했다. 다만 기업의 외형적 성장과 달리 리더십에 제기되는 문제는 네이버가 어떤 기업가적 정신으로 일구어 왔느냐는 점이다.

글로벌 경영의 자강불식, 포용적 자본주의
 
<주역>이 말하는 자강불식의 측면에서 본다면 네이버의 활동에는 아쉬움이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주이익 극대화의 시대가 끝나고 포용적 자본주의(Inclusive Capitalism)가 모색되는 시대다. 글로벌 기업경영에서 평판(Reputation) 경영이 핵심 화두로 자리 잡고 있다. 경제적 가치 못지않게 사회적 가치를 포함한 공유가치(Shared Value)가 추구되는 시대다. 이에 따라 기업경영에서 자강불식은 공유가치와 평판경영을 바탕으로 포용적 자본주의를 수용하는 것이다.
  
포용적 자본주의는 서구에서 나온 용어지만 그 정신은 동아시아 문명의 가치와 맞닿았다. 송나라 진덕수는 <심경>의 첫장에서 동아시아 문명의 정수를 16글자로 제시한 바 있다. 그 16자는 '인심은 위험해져 가고 도심은 점차 희미해지니 정밀하게 살피고 마음을 한결같이 해 진실로 중심을 잡아야 한다(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는 것이다. 이 글자는 조선의 이황 선생이 소중히 여겼고, 백범 김구 선생이 휘호로 남겼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재에 걸어두기까지 했을 정도다. 이를 개인수양의 차원을 넘어 기업경영에 적용하면 기업가는 개인의 탐욕을 넘어 공적영역에서의 역할과 가치 추구를 요구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할 시기
 
네이어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소축(小畜)괘에 해당한다. 소축괘에 대해 설명하자면 <주역>의 서사적 상징성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우선 주역에서는 소축괘에 대해 "구름이 밀려오지만 아직 비가 내지지 않고, 나는 스스로 서교에 있다(密雲不雨 自我西郊)"고 말했다. 서교는 주나라 문왕이 감옥에 갇힌 7년 동안 머무르던 곳이다. 탱자나무 둘러쳐진 안가에서 받는 가택연금형인 위리안치는 문왕이 감옥 갇힌 것에서 유래한다. 그런데 그 7년 동안 상나라 민심은 오히려 주 문왕에게 돌아선다. 문왕 이래로 위대한 정치인이나 사회적 인물은 역설적으로 감옥에서의 사색과 깊은 성찰로 당대의 영웅이자 스승이 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와 우리나라의 김대중 대통령, 신영복 선생 등이 감옥에서 영웅적 서사를 보여줬다.
 
동아시아 문명은 '하상주 삼대(三代)' 6명의 제왕에서 시작되지만 주 문왕은 가장 극적인 영웅 서사를 담고 있다. 그래서 <주역>은 맨 처음 고대 복희씨가 64괘를 창제했지만 이야기 구조는 문왕 때에 만들어졌다. 공자 등 이후 학자들은 거기에 살을 붙인 경우다. 문왕이 <주역>의 구조를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은 서교의 감옥에 갇힌 7년이라는 성찰의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주 문왕은 오랜 감금생활을 통해 세상의 일치를 한순간에 모두 깨치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주역의 64괘사를 완성했다. 그 순간부터 감옥의 창살을 경계로 내가 갇힌 것인지, 세상이 감옥에 갇힌 것인지 세상을 초월적으로 볼 수 있는 안목이 생겼다고 한다. 이 안목과 통찰을 바탕으로 그는 주 나라의 기틀을 마련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런 서사를 담고 있는 괘가 바로 소축괘다. 문왕은 덕이 높았지만 뜻을 펴지 못하고 감옥 속에 있었다. 하지만 그 찰나를 참아야 한다. 지금은 구름만 모여 있지만 작은 축적을 통해 장차 세계에 비를 내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네이버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연관해 생각해보면 지금은 아직 뜻한 대로 세계적인 신뢰가 구축되지 않고 조금씩 그 자리가 형성되어 가는 것을 의미한다. 네이버가 사업적으로는 큰 수익을 내고 있지만 아직 글로벌 학계나 연구소 등에서는 명성이 부족하다. 조금씩 평판이 쌓여 가는 단계다. 지금 네이버는 문왕이 새로운 세상을 감금 중에도 꿈꾸면 조금씩 세상의 이목을 얻고 평판을 쌓아가듯이 스스로 덕량을 쌓아 그에 적합한 리더십을 형성해야 한다.
 
네이버의 탈권위…러더가 힘을 빼고 직원과 계열사 믿어야
 
네이버의 계열사는 대유(大有)괘에 해당한다. 대유는 <주역>의 64개 괘 가운데 가장 안정된 괘다. 대유괘의 모양은 하늘에 해가 떠 있는 형상으로, 그 빛이 비치지 않은 곳이 없다. 6개의 음양 중에서 군주의 자리가 음이고 나머지는 모두 양이다. 리더가 힘을 뺀 채 직원이나 계열사의 활발한 활동을 믿고 맡기는 리더십을 펼친다면 모든 일이 순탄하다. 그래서 대유괘는 '하늘의 뜻을 따르고 그 명으로 휴식을 취한다(順天休命)'로 요약할 수 있다. 기업이 건괘에 따라 우주의 원리대로 바르게 경영되고 세계만방에 명성을 떨친다면 계열사 역시 경제적 혜택은 일월과 같이 빛나게 될 모양새다.
 
다만 네이버는 한국 인터넷산업과 문화를 대표하고 있지만 제조업 기반의 한국에서 새로운 미래 기업으로서 역할은 다소 제한적으로 보인다. 하늘은 모든 만물을 생동하게 한다. 그렇게 생성된 만물은 본래의 아름다운 운명에 순응하며 살아간다. 그것이 더 큰 의미의 대유다. 네이버가 국민 기업으로서의 브랜드를 지킬 수 있도록 더 깊은 사유와 행동이 요구된다.
 
네이버와 협력업체의 관계는 비(比)괘다. <주역> 64괘 중에서 공유경제의 개념에 가장 적합한 것이 이것이다. 비는 땅 위에 물이 흘러 모든 물들이 서로 섞이고 교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ICT산업의 특성을 잘 반영하고 있다. IT기업의 원래 정신이 칸막이를 없애고 정보 교류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다. 이런 정신은 IT산업 초기에 오픈소스 등으로 잘 구현됐는데 컴퓨터 운영체제 중 하나인 리눅스에서도 잘 드러난다. 비는 원류에 대한 접근을 첫번째 가치로 여긴다. 물이 솟아나는 것이 근원인데, 협력업체들이 공유라는 IT의 정신으로 소통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 수 있다. 그래서 비괘는 네이버가 성공하려면 협력업체들과 IT의 기본정신에 충실해서 정보와 자원을 공유하고 인재를 모으라고 권하고 있다.
 
강원도 춘천시 네이버 데이터센터. 사진/네이버
 
공유경제 강조하는 IT기업 정신…네이버의 새로운 고민
 
네이버는 중국의 샤오미와 인공지능 플랫폼 ‘클로버’에 대해 기술연계를 하고, 클로바 익스텐션 키드(CEK) 정식 서비스로 국내의 미래에셋대우, LG전자 등 5개 업체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네이버는 미래에셋대우와 협력을 통해 네이버 중심의 금융서비스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비괘는 장마철 마당처럼 물이 흥건히 모여 있을뿐만 아니라, 그 물들이 서로 수평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자유정신을 주문하고 있다.
 
비괘의 또 하나의 특성은 뒤처지면 흉하다는 것이다. 네이버 리더십은 발 벗고 빨리 가서 그 일을 성취해야지, ‘내가 사정이 있어서 좀 뒤에 가더라도 재주와 덕이 이만하니 활용을 해주거나 포섭을 해주겠지’하는 안일한 경영을 경계하고 있다. 비괘는 경영에서 일정한 성공을 이루더라도 불쑥 늦어지면 흉하게 되니, 빨리 가서 서로 비교해서 넓은 세계를 바로 해야 한다는 것을 제안하고 있다.
 
네이버의 직원들은 장인정신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받아들이는 사(師)괘에 해당한다. 사괘는 비괘와는 반대로 수직적인 것을 의미한다. 땅 아래에 물이 있으면 모이는 것이 군대가 모이는 것과 같은 형상이다. 직원들은 땅 아래 물이 흘러 모인 것과 같이 군대같은 큰 무리를 형성하고 있다. 최근 언론보도를 보면 다른 기업에서 네이버로 이직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직자 3명 중 2명이 "내 서비스를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네이버의 구성원 문화는 무리를 지어 더 큰 사회적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토대는 마련되었음을 의미한다.
 
동아시아 문명사로 보면 탕 임금이 걸왕을 몰아낸 것, 무왕이 주왕을 몰아낸 것 같은 전쟁이 사괘에 해당한다. 이는 글로벌 정보통신 산업에서 생존을 위해서는 큰 전쟁을 치루어야 함을 의미한다. 그 전쟁을 위해서는 직원들이 역량을 가지고 있는 장인(丈人)들이어야 한다. 그래서 네이버 직원들에게 가장 요청되고 있는 자질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장인정신이다.
 
2017년 12월 네이버가 딥러닝 컨퍼런스 'NIPS'에서 인공지능(AI)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사진/네이버
  
 
* 필자 소개 : 필자 임채원은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교수다. 서울대 종교학과 졸업 후 동대학원 행정학 석·박사를 수료하고 동대학 한국행정연구소와 국가리더십센터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경희대에서는 세계화와 사회정책 등 글로벌 어젠다와 동아시아 문명의 국정운영을 연구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 등 20여개 중앙·주정부의 정책 어젠다를 공동 연구하는 '비교어젠다 프로젝트'에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참여 중이다. 이번 기획은 필자가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연구와 실천을 토대로 동아시아 문명의 가능성과 미래에 관해 <뉴스토마토>에 격주로 총 12회로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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