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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도보팅 폐지' 대란 현실로)②지나친 낙관론이 혼란 키워…당국-업계 '네 탓' 공방만
당국 "충분한 유예기간 불구 안일한 대응" vs 업계 "당국, 현실 무시하고 미봉책 급급"
2018-03-19 08:00:00 2018-03-19 08:00:00
[뉴스토마토 신항섭 기자] 섀도보팅 폐지로 인해 주요 안건이 통과되지 못하는 사태가 현실화되고 있지만 상장사와 금융당국은 서로만 탓하고 있다. 상장사들은 금융당국이 보완 대책 마련에 소극적이라고 비판하고 있고 금융당국은 3년의 유예기간 동안 상장사들이 안일하게 대응했다고 지적한다.
 
상장사 “금융당국 보완, 미봉책 수준”
 
섀도보팅 폐지에 있어 상장사들은 금융당국에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먼저 상장사들은 금융당국의 섀도보팅 폐지에 대한 근본 대책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는 섀도보팅 폐지 이후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장사가 주총 설립을 위해 노력했음에도 의결 정족수를 미달할 경우에는 관리종목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또 주총 설립을 노력하지 않은 경우에는 관리종목으로는 지정되나, 상장폐지는 되지 않도록 사유에서 제외한다.
 
하지만 이같은 정책에 대해 상장사들은 근본적인 해결이 아니라고 비판하고 있다. 한국상장사협의회 관계자는 “금융위의 대책은 주총 불성립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인 미봉책에 불과하다”면서 “결의요건에 대한 완화가 우선적으로 이뤄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주 상당수가 단기 투자자라는 현실을 당국이 도외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최근 국내 평균주식보유기간은 3.1개월(코스닥), 7.3개월(코스피) 수준이다. 주주들 상당수가 단기수익을 위해 주식을 사고 있는 만큼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코스닥 상장 기업의 IR담당자는 “현재 주주들의 위임장을 받기 위해 많은 부서원들이 노력하고 있고, 일부 기업들은 대행사까지 동원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참여가 저조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자투표제에 대해 당국의 기대가 너무 크다는 목소리도 있다. 금융당국은 섀도보팅 폐지의 대안으로 전자투표·전자위임장을 내세우고 있으나 실제로 전자투표를 실시한 주주의 비율은 2016년 1.6%, 2017년 2.1%에 머물렀다.
 
이에 대해 IR담당자는 “마치 전자투표로 모든 것이 해결 가능할 것처럼 이야기를 해왔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면서 “전자투표를 도입해도 주주의 참여율은 저조한데, 당국의 움직임은 소극적이어서 답답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상장사들, 유예기간 동안 안일한 모습”
 
반면 금융당국은 섀도보팅 폐지 후폭풍은 상장사의 의지 부족 때문이라고 반박한다. 제도 폐지까지 3년간의 유예기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유예기간 동안 섀도보팅은 전자투표제를 계약한 기업에 한해 지원됐다.
 
이달 15일 기준으로 12월 결산법인 2045개사 가운데 전자투표 계약 기업은 1297개사에 달한다. 지난 2016년에는 828개사, 2017년에는 1209개사에 달했다. 
 
전자투표는 예탁결제원 홈페이지를 통해 행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상장사들에게 별도의 준비 과정이 필요없다. 금융당국은 상장사들이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는데서 그치고 실제 적용에는 미온적으로 대응했다고 주장한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유예기간 동안 전자투표제 도입기업들은 적극 홍보에 나서지 않는 모습이었다”면서 "소액주주가 전자투표를 통해 의결권을 행사하면 주총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우려한 부분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금융당국은 상장사 대다수가 섀도보팅 제도 폐지의 유예만 바라봤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섀도보팅 제도는 이미 2015년 폐지가 예정됐던 것인데,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 3년간 유예된 것”이라며 “하지만 이 기간에 상장사들 대다수가 실제 준비에 전념하기 보다는 유예가 더 길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만 냈다”고 비판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주총 활성화를 위해 전자투표 인프라 조성에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면서 “소액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보다 쉽게 하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항섭 기자 kalth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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