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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지역분산 재생에너지가 대안이다
2018-03-19 08:00:00 2018-03-19 08:00:00
일자리가 없어 아우성이다. 청년일자리를 위한 긴급처방으로 4조원의 긴급추경이 발표된다. 노인인구의 절반이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심각하다. 부모와 자식이 경쟁한다. 먹자골목 간판들이 수시로 바뀐다. 리어커를 끌고 폐지를 수집하는 사람들이 날로 늘어난다.
 
1970~8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들은 취업걱정을 하지 않았다. 어디로 갈 것인지 선택의 문제일 뿐이었다. 졸업철이 되면 유수의 대기업들이 대학캠퍼스에 진을 치고 학생들을 모셔가기 위해 경쟁했다. 그 때 인기 있던 직종, 가령 은행과 증권업계로 간 사람들은 대개 IMF를 전후하여 잘렸다. 반면 별로 인기 없던 직종으로 밀린 사람들은 오히려 안정적으로 정년까지 직장생활을 할 수 있었다. 인생 새옹지마다.
 
일자리는 생존이다. 600만년의 인류역사에서 99% 이상의 기간 동안 인간의 일자리는 수렵과 채취였다. 자연에서 잡아먹고 주워먹고 뜯어먹었다. 그게 전부였다. 모두 같은 직종에 종사했다. 고작 1만여년 전에 처음으로 농사를 짓게 된 농업혁명으로 사람은 태양에너지를 채집하여 먹는 법을 배웠다. 농사가 더 잘되는 큰 강 하구에 모여 살면서 반만년 전쯤 되면 고대문명을 만들었다. 인간의 문명, 즉 도시는 농업을 기반으로 형성되었고, 다양한 일자리가 창조되었다. 쟁기 만드는 일자리, 집짓는 일자리, 옷 만 드는 일자리, 그리고 지배하는 일자리 등.
 
그 후로도 오랫동안, 그러니까 산업혁명 전, 불과 250년 전까지 농업이 중심산업이었다. 국부의 70% 정도는 농지였다. 농사를 많이 지으면 부자였다. 태양에너지를 모아내는 능력(농업생산성)의 한계 내에서 경제가 성장하였으며, 인구 또한 그 한계 내에서 아주 조금씩 증가하였다. 지속가능했다. 그러나 인간은 자연을 다루기 시작하면서 오만해졌다. 급기야 자연을 정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스스로 자연을 초월한 존재라는 과대망상에 빠져들었다.
 
산업혁명 이후 먹는 에너지보다 쓰는 에너지가 중요해졌다. 소와 말과 사람이 먹는 에너지를 이용하여 일하던 세상에서 기계와 자동차와 선박이 쓰는 에너지로 일하는 세상으로 바뀌었다. 일자리는 자연에서 멀어졌다. 자연에 가까운 직종은 천시 받고, 자연에서 멀어질수록 잘 나가는 직종이 되었다. 화석에너지는 그 옛날 태양에너지가 응축되어 땅속에 저장된 유한한 것이다. 곧 끝난다. 지금은 재생가능한 분산에너지로의 전환, 즉 문명전환의 시기이다. 일자리가 요동칠 수밖에 없다.
 
최근 깊은 바다 속 석유시추관이 파열되어 멕시코만이 시커먼 석유바다로 변하고, 땅 속의 쪼가리 석유를 후벼 파내는 오일샌드 시추로 지하수가 오염되고 인공지진이 발생한다. 내일을 담보로 오늘을 사는 무책임한 화석에너지 세대의 탐욕이다. 먹는 에너지 곡물과, 이용하는 에너지 석탄석유(전기)를 컨트롤하는 뉴욕·런던·도쿄와 여의도 금융자본의 필사적인 마지막 노력은 허망하다.
 
도시가, 그리고 그 도시에 사는 사람은 한계에 봉착했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더 이상 살 수 없음을 절감한다. 매년 50만명이 귀농귀촌한다. 절반이 40세 미만이다. 이도탈도의 흐름이 도도하다. 돌이키기 어려울 것이다. 이들은 온 몸으로 도시의 번영과 개인의 쇠락을 경험한 후 고통스러운 결단을 거쳐 지속가능한 미래의 생활문명을 향해 가고 있다. 상대적으로 싸고 안정적인 지역에서의 주택을 토대로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만들어 가고 있다. 지속가능한 미래다.
 
이제 지역은, 농업농촌은 사람이 먹는 에너지와 쓰는 에너지를 모두 책임져야 한다. 로컬푸드, 재생에너지, 상호금융 등 협동생활경제의 지역순환시스템이 중요하다. 빠르게 활성화해야 한다. 사회경제의 중심이 에너지를 따라 이동하고, 정치와 권력도 같이 이동할 것이다. 자연과 어우러지는 지역과 농업이 중심이 되는 미래를 위해 로컬푸드와 재생에너지에 집중해야 한다. 모두의 평화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길이다. 필승의 길이고 공생의 길이다.
 
박영범 지역농업네트워크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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