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지훈 기자]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외국계 은행들의 고배당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자본 확충을 이유로 국내 금융지주사 등에 고배당을 자제할 것을 요구한 상황에서 외국계 은행들은 이를 무시하고 1000억원대 자금을 모회사에 배당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지난 14일 이사회를 개최해 모기업인 영국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에 작년 배당금으로 1250억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SC제일은행의 작년 배당 총액은 전년 800억원에 비해 56.3% 증가한 규모다. 1주당 배당금은 476원으로 배당 여부는 오는 31일 열릴 주주총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작년 배당금으로 939억원을 씨티그룹에 지급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최근 이들 외국계 은행의 총 배당금은 매년 1000억원대 안팎을 오가고 있다. 씨티은행의 경우 배당금이 2014년 509억원에서 2015년 1162억원으로 2배가량 증가했으며 2016년에는 1146억원을 모기업인 씨티그룹에 납부했다.
SC제일은행의 경우 한국스탠다드차타즈금융지주 합병 전인 2014년 79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1500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한 바 있다. 이로 인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영유의' 조치를 받기도 했다.
전체 순이익에서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율인 배당성향 역시 국내 은행들에 비해 높다. 씨티은행의 경우 배당성향이 2014년 45.4%에서 2015년 41.6%로 줄었으나 2016년에는 73.1%로 급증했다. SC제일은행의 2016년 배당성향은 35.64%다. 국내에서 벌어드린 수익의 절반 가량을 외국 본사로 보내는 셈이다.
반면 국내 은행들의 배당성향은 30%대 초반에 그치고 있다. 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 등 국내 4대 은행의 2014년 배당성향은 평균 30.28%이며 2016년 배당성향의 경우 31.77%로 SC제일은행이나 씨티은행에 비해 낮다.
이처럼 외국계 은행들의 배당은 국내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요구로 배당성향을 늘리지 못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금융당국은 글로벌 자본규제 강화에 대비를 이유로 자본 확충 필요성을 강조하며 작년 말 고배당 자제를 요구한 바 있다.
고배당 논란 속에서도 이들 외국계 은행은 자본적정성을 유지하는 수준에서 배당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의 경우 글로벌 기업 특성상 전 세계적으로 적용하는 배당정책이 있다"며 "이들 은행에 대한 고배당 논란이 매년 반복되고 있지만 금융당국이 나설 경우 경영간섭이 될 수 있어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청계천로 소재 한국씨티은행 본점(왼쪽)과 서울 종로구 종로 소재 SC제일은행 본점. 사진/뉴시스
문지훈 기자 jhm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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