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피플)김성준 렌딧 대표 "3년 내 누적 대출액 1조 돌파해 700억원 금리 절약 효과 낼 것"
미국 스탠포드대학원 중퇴하고 창업에 몰두…국내 1·2금융 금리 절벽 실감하며 P2P대출 회사 설립
2018-03-30 11:44:17 2018-03-30 11:44:17
[뉴스토마토 김형석 기자]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스탠포드 대학원에 진학했던 김성준(사진) 렌딧 대표. 하지만 창업을 위해 대학원을 중퇴하고 2번의 실패를 경험한 그는 한국에 돌아와 1금융과 2금융의 금리절벽을 실감하고 P2P(Peer to Peer, 개인간 거래)대출 회사를 차렸다. 이 회사는 창업 3년 만에 누적대출액 1000억원을 돌파했다. 개인신용대출 분야의 경우 점유율 40%를 넘기며 국내 P2P대출업체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는 과거 2번의 창업을 경험한 결과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는 사업도 지속 가능하게 발전하며 수익을 창출해 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3년 내에 누적대출액 1조원을 돌파해 1금융과 2금융의 금리절벽에 따른 대출고객에게 700억원 이상의 금리혜택을 제공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국내 P2P대출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영국과 같이 기존 금융기관들이 P2P금융의 대출 채권에 투자자로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준 대표에게 향후 계획과 국내 P2P대출업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진/렌딧
-렌딧을 설립한 계기는.
 
2011년 스탠포드 대학원을 자퇴하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스타일세즈를 창업했다. 이 회사는 3년 반 정도 운영했는데,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트위터 등에서 패션 트렌드를 분석해 내고 이를 통해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패션 커머스 서비스였다. 창업 초기부터 투자 유치를 하고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점차 사업이 커지면서 물류와 유통에서 한계에 부딪치게 됐다. 다양한 시도를 했었지만 여의치 않았고, 한국에서 3000만원 정도의 대출을 받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시도를 해보자는 마음으로 2014년 한국에 잠시 들어 왔다.
 
하지만 막상 한국에서 은행에 가보니 저는 신용이 6등급으로 대출을 받을 수 없었다. 5년간 미국에서 공부와 사업을 했기 때문에 국내에서 신용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은행 다음으로 갈 수 있는 저축은행에 가보니 대출 한도가 1500만원인데 금리는 22%로 시중은행보다 20%가까이 높았다. 그 때까지만 해도 대출에 대해 잘 알지 못할 때라, 개인 대출 시장에 이렇게 큰 금리절벽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됐다.
 
때마침 국에서 세계 최대의 P2P회사인 렌딩클럽이 나스닥에 상장한다는 뉴스를 접하게 됐고 한국에서 스마트폰으로 렌딩클럽에 대출 신청을 해 보니, 놀랍게도 1분도 되지 않아 3만달러 대출이 가능하고 금리는 7.8%였다. 이때부터 국내에도 중금리 대출을 전문으로 하는 P2P대출 창업을 준비했다.
 
-개인신용대출만 고집하고 있는 이유는.
 
크게는 3가지 이유다. 먼저 개인신용대출은 기술 중심의 금융, 즉 테크핀 기업으로서 100% 온라인 비대면 서비스가 가능한 분야다. '기술을 통해 금융을 혁신한다'는 렌딧의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개인신용대출은 정교한 데이터 분석을 통한 심사평가모델 개발이 가능한 분야입니다. 국가 공신력이 있는 신용정보 인프라를 이용해 수백가지 종류의 신용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심사평가모델을 개발하고 데이터를 축적하며 고도화 할 수 있다. 
 
두번째는 엄청나게 큰 시장규모다. 2016년 기준 잔액기준으로 국내 개인신용대출 규모는 약 260조원에 달한다. 이는 900조원 가량이 되는 미국 시장에 비해 ¼ 을 넘는 규모로, 양국의 GDP 의 차이를 생각해 보면 엄청난 규모다.
 
마지막으로는 개인신용대출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사회적인 임팩트의 크기 때문이다. 현재 렌딧은 최저 4.5%, 평균 10% 초반의 중금리대출을 하고 있다. 렌딧 대출고객의 절반 이상은 기존에 보유한 고금리 대출을 갈아타는 대환대출 고객이다. 올 2월 누적대출 1000억원을 넘어섰을 당시 데이터를 기준으로, 이분들이 렌딧의 대출을 받아 절약한 이자는 74억8000만원에 달한다.
 
-업계 최초로 포트폴리오(분산) 투자 방식을 도입을 생각한 이유는.
 
투자 고객 보호를 위해 가장 중요한 점이 분산투자라고 생각한다. 렌딧이 업계 최초로 선보인 실시간 분산투자 추천 시스템은 투자 고객이 일일이 채권을 고르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쉽고 편리하게 효과적인 분산투자를 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죠. 렌딧 투자 서비스에 들어와 투자할 금액을 입력하면 곧바로 3가지 유형의 분산투자를 추천해준다.
 
실제 데이터에서도 분산투자가 리스크 부담을 크게 줄이고 수익을 상승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렌딧 투자 데이터를 분석해 본 결과 100개 이하의 채권에 분산한 경우 예상손실률은 6.1%로 나타났지만, 101~200개 구간으로 분산투자한 경우 예상손실률은 0.7%로 크게 감소했다. 201~300개로 분산투자 하면 0.5%로, 분산투자 채권수가 300개를 초과하는 경우 예상손실률은 0.3%로 나타났다. 즉, 최대한 많은 채권에 분산투자할 수록 원금 보존 가능성이 확연히 높아진다는 의미다.
 
같은 금액이라도 더 적은 금액으로 잘게 쪼개 분산투자하면 평균 실효세율도 감소했다. 예를 들어 200만원을 투자할 때, 100개 이하의 채권에 분산한 경우 실효세율은 23.5%다. 그러나 101~200개 구간으로 분산하면 19.1%, 201~300개 구간은 15.6%로 실효세율이 감소한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P2P 투자 세율인 27.5%와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렌딧의 채권 당 최소 투자 금액은 5000원으로, P2P금융기업 중 가장 소액으로 분산해 투자할 수 있다. 100만원을 투자할 때 1개 채권 당 5,000원씩 분산하면 총 200개의 채권에 분산투자가 가능하다는 것. 실제 렌딧 투자자들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00만원 이하의 투자금액을 101~200개의 구간에 분산투자한 경우 세금은 15.1%로 나타났다.
 
하지만 분산투자한 채권이 100개를 초과하더라도 만일 1개의 채권에 투자금의 4%를 초과해 몰아서 투자한 경우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4%로 나타났다. 100개 이하로 분산한 경우는 그 영향이 더 크다. 똑같이 1개 채권에 투자금의 4% 를 초과한 금액을 투자한 경우 원금 손실 가능성이 8.5%로 드러났다. 그러나 투자금의 비중을 모든 채권에 1% 이하로 고르게 분산투자한 경우 원금 손실 가능성은 0%로, 1~2% 비중으로 분산투자한 경우 원금 손실 가능성은 100개 이하 분산투자 시 1.5%, 100개를 초과해 분산투자 한 경우 0.1%로 크게 감소했다.
 
-P2P금융 가이드라인이 재개정됐다. 긍정적인 점과 아쉬운 점은.
 
P2P금융 가이드라인이 시행된 후 긍정적인 부분은 해야할 사항과 하지 말아야 할 사항이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어 이전보다 어떤 것을 해야 할 지 명확해졌다.
 
지난해 2월 첫 시행 후 1년이 지나며 가이드라인에 따라 시스템들이 갖추어 지고 산업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특히, 올 2월 개정안이 시행되며 대출 자산별로 투자한도가 구분된 것은 대출 자산별로 위험도와 채권의 특성이 다르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금융당국 및 업계 전반적으로 P2P금융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직 금융당국과 입법을 발의하는 국회에서는 P2P대출에 대해 산업 본질에 대한 이해가 아직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P2P대출은 다수의 '개인-법인 투자자와 개인-법인 대출자를 연결하는 산업' 이라는 점이 중요하지만, 국내에서는 '개인과 개인을 연결하는 산업'으로만 취급받고 있다.
 
또한 P2P금융은 자금이 필요한 쪽과 자금을 보유한 쪽은 단순히 중개하는 사업이 아닌 여신과 중개가 융합된 산업이라는 점 역시 중요한 사항이라고 생각합니다. P2P금융의 핵심은 투명한 자금 중개를 위한 정교한 심사평가모델의 개발에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 광화문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2018 핀테크를 내다보다 세미나'에서 김성준 렌딧 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렌딧
 
-향후 목표는.
 
3년~4년 내 누적대출 1조원을 달성해 700억원의 대출금리 절약 효과를 내고 싶다. 정부에서 사잇돌 대출 등 다양한 정책금융 상품을 내놓고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지속가능성은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반면, P2P대출의 경우 자체적인 수익성을 확보하면서도 금융소외자들에게 금리절벽을 해소할 수 있어 사회적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달까지 누적대출 1000억원을 분석한 결과, 약 7000여명의 대출 고객들에게 74억8000만원의 이자 비용을 줄여준 것으로 나왔다. 이를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산출해 보면, 만일 렌딧이 연간 1조원의 대출을 집행한다면 1년에 약 15만명의 대출 고객에게 700억원의 이자 비용을 줄여 드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창업자로서 목표는 렌딧이 그랬듯 여러가지 사회의 비효율적인 측면에서 해결하고 싶은 문제들을 풀어내 사회에 큰 임팩트를 만드는 사업가가 되는 것이다.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