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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가 본 정상회담 현장…진정한 봄이 기다린다
남북 가른10센티 턱, 만리장성처럼 높게 느껴져…남북정상, 65년 만에 MDL서 악수할까
2018-04-19 16:54:17 2018-04-19 16:54:17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남북 정상회담을 9일 앞둔 18일 오전. 서울에서 약 한시간 반을 달려 판문점에 도착했다. 판문점은 서울에서 서북쪽으로 62km, 평양에서 남쪽으로 212km, 개성에서는 10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남북의 경계에 위치한 판문점은 두 개의 주소를 갖는다. 경기도 파주시 진서면 어룡리 그리고 개성직할시 판문군 판문점이다.
 
신의주까지 연결된다는 국도1호선을 타고 올라가면서 세 개의 검문소를 거쳤다. ‘사진촬영금지’라는 경고문과 함께 언제든지 길을 막을 수 있도록 설치된 철제 바리게이트가 사람들의 마음까지 위축시킨다. 그러나 서울에서는 이제 찾아보기 힘든 개나리와 벚꽃, 목련은 곧 다가올 한반도의 봄을 기다리는 듯 아직도 활짝 피어있다.
 
판문점의 또 다른 명칭은 공동경비구역(JSA)이다. 박찬욱 영화감독의 2000년작 <공동경비구역 JSA>라는 작품으로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 1953년 정전협정으로 설정된 군사분계선(MDL) 위에 동서 800m, 남북 400m의 정방형의 지역을 설정하고 주한미군을 주축으로 하는 유엔사령부(2004년 이후 한국군)와 북한군이 공동으로 경비해 왔다. 남북 군인들이 직접 얼굴을 맞대고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곳이자, 동시에 수많은 대화와 교류가 이뤄지는 복합적인 장소다.
 
남북 정상회담을 일주일여 앞둔 18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 평화의 집 전경이다. 사진/뉴시스
 
오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판문점 남측 지역 ‘평화의집’은 파란색 칸막이로 입구를 막고 한창 공사 중이다. 보안을 이유로 근처에 접근하는 것은 제지됐다. 다만 청소도구를 들고 분주히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내부공사가 막바지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평화의집은 연건평 600평의 지상 3층짜리 석조건물로 1989년 12월 준공됐다. 1층은 귀빈실과 기자실, 2층엔 회담장, 3층엔 연회실 등이 있다. 남북 정상은 2층에서 정상회담과 확대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3층 연회실에서 오찬과 만찬 등을 함께 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내부 편의시설을 정상회담의 격에 맞게 리모델링하고, 경호와 보안시설도 추가로 공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르면 20일, 늦어도 하루이틀 안에는 공사가 마무리된다. 
 
남북 정상회담을 일주일여 앞둔 18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에서 한국 경비병들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평화의집에서 약 150미터 떨어진 자유의집을 지나 북쪽으로 이동하면 유엔군사령부가 관할하는 컨테이너 박스 모양의 하늘색 건물 3채가 보인다. 왼쪽부터 중립국 감독위원회 회의실, 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실, 군사정전위원회 소회의실로 각각 T1, T2, T3라고 불린다. 유엔사 관계자는 “T의 의미는 ‘임시(temporary)’의 약자인 T를 딴 것”이라며 “당초 임시 건물이란 뜻이었는데, 분단이 계속되면서 정식 명칭으로 굳어졌다”고 설명했다. 언젠가는 반드시 철거돼야 할 임시건물이 65년째 서있는 셈이다.
 
이 임시건물들은 MDL 위에 위치해있지만, 일단 회의실 안에서는 분계선이 적용되지 않는다. 합법적으로 북한 땅을 밟을 수 있는 장소다. 회담이 열리지 않는 평상시에는 양측 관광객들에게 개방된다. 다만 양측 관광객이 한 자리에서 마주칠 일은 없다. 유엔사 관계자는 “먼저 들어간 쪽이 맞은편 문을 잠그고 관광을 한다”며 “순서나 약속 같은 것은 없고 먼저 들어온 쪽이 먼저 본다”고 설명했다. 남측 기자들이 방문한 이날도 북쪽을 향한 문은 굳게 닫혀있었고 굳은 표정의 경비병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문 앞을 지켰다.
 
남북정상회담을 일주일여 앞둔 18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 군사정전위 회담장 창문 너머로 군사분계선인 콘크리트 경계석이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 위원장이 어떤 방식으로 MDL을 넘을지는 미정이지만, 도보로 이동할 경우 T2와 T3 사이의 MDL을 넘을 것이 유력하다. 폭 50cm, 높이 10cm의 콘크리트 경계석이다. 물리적으로는 한 걸음에 넘을 수 있지만, 심리적으로는 만리장성보다 높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이 경계를 넘기 위해 65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문 대통령이 바로 그 경계석 위에 대기하다 김 위원장과 힘차게 악수하고 함께 평화의집까지 걸어가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김 위원장이 도보가 아닌 차량을 이용할 가능성도 있다. 그 경우 지난 1998년 6월 당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떼 방북을 할 때 넘은 오른쪽 길을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북측 지역인 72시간 다리로 판문점에 진입한다. ‘72시간 다리’는 북한의 1976년 도끼만행 사건 이후 ‘돌아오지 않는 다리’가 폐쇄되자 북한이 급하게 72시간만에 다리를 구축했다는 것에 유래한다. 지난 11월 북한 귀순 병사가 군용지프를 타고 넘어온 곳도 이 다리다. 이어 김 위원장은 북측 지역인 통일각과 판문각을 거쳐 MDL을 건너게 된다. 이후 우리측 지역인 자유의집을 거쳐 평화의집에 도착한다. 그리고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을 문 대통령의 환영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전 세계에 남북 정상회담의 주요 장면이 생중계되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MDL을 차량으로 통과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7년 노무현 대통령도 정상회담 참석차 평양 방문 당시 경의선 육로를 통해 이동하다 노란 선이 그어진 MDL을 30m 앞두고 하차해 권양숙 여사와 함께 도보로 넘었다.
 
판문점 평면도 자료/통일부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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