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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U+ 불법파견 입증"…원청 QM이 하청기사 관리
노조활동 내역과 노조 가입 여부까지 확인
2018-04-23 18:52:11 2018-04-23 18:52:11
[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LG유플러스가 영업점 관리자를 통해 하청업체의 설치·수리기사들을 원청 소속 노동자처럼 사용했다는 증거가 나왔다. 하청업체 기사의 실제 사용자가 원청인 LG유플러스라는 노조 주장과 부합한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희망연대노조는 23일 원청이 파견법을 위반한 정황을 모은 증거자료를 공개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9일부터 20일까지 LG유플러스의 불법파견 여부를 조사했다. 불법파견 증거자료가 추가로 공개되면서, 전국의 하청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근로감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LGU+ 원청이 하청 기사에게 카카오톡으로 업무 지시하고 있다. 원청의 직접적인 지시는 파견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본지 취재 결과 LG유플러스의 QM(Quality manager)은 하청 기사를 원청 직원처럼 관리했다. QM은 원청의 영업점 소속으로 하청업체를 관리하는 업무를 한다. 고객이 빠르게 설치(수리) 서비스를 받고, 원청 영업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하청업체를 관리한다. 하지만 이들의 역할은 업체 관리에서 끝나지 않았다. QM은 설치기사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한편 노조 활동과 노조 가입 여부까지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지난해 고용부가 불법파견 판정을 한 파리바게뜨 사례와 유사하다. 가맹점 소속 제빵기사에 업무를 직접 지시하고 관리한 건 본사 소속 품질관리사(QSV)였다. 고용부는 본사가 품질관리사를 통해 원청과 고용관계가 없는 제빵기사를 지휘했다고 판단했다.
 
LG유플러스 제주홈서비스센터의 4년차 설치기사인 이모씨는 지난해 10월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노조)에 가입했다. 노조는 민주노총 소속이다. 노조 가입 후 의아한 일이 속속 발생했다. 매주 화요일 오전 8시30분에 있던 주간회의가 없어졌다. LG유플러스 관리자의 업무 지시를 받던 카카오톡 단체대화방도 문을 닫았다. 하청 기사들이 노조에 가입하자 본사 직원(영업지점장·영업차장 등)들이 일사분란하게 대화방을 나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제주지역 노조에 따르면 노조 가입 후 원청의 업무 지시가 사라진 건 파견법 위반(불법파견) 소지를 피하기 위해서다. 파견법에 따르면 원청은 하청업체 노동자에게 업무를 지시하거나, 근무태도 등을 관리할 수 없다. 하청업체 노동자의 임금도 원청이 결정해선 안 된다. 이를 위반해 불법파견 판정을 받을 경우 하청업체 노동자를 원청이 직접 고용해야 한다.
 
이전만 해도 QM의 업무 지시는 주간회의와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이뤄졌다. 이씨는 "본사 직원들이 영업지표를 더 올리면 (하청업체)등급이 올라간다고 회의에서 말했다"며 "영업 잘하면 나오는 돈이 달라지니 분발하라고 자주 얘기했다"고 말했다.
 
구체적 업무 지시 정황도 드러났다. 지난해 8월31일 제주지역 QM은 "108동 셋톱 불량 발생, 처리부탁드립니다. (하청업체)AS 관련자 확인바랍니다"라고 카카오톡을 통해 지시했다. 하청 기사는 "네. 확인했습니다"라고 답했다. 사실상 하청 기사를 자사의 직원처럼 대한 것이다. 앞서 같은 해 7월11일 하청 기사 15명은 제주시청 앞에서 영업 캠페인에 나섰다. 물티슈를 나눠주면서, LG유플러스 가입 유치활동을 벌였다. 4개의 조를 편성했는데, 한 조에 하청 기사 5명씩 배치됐다. 조마다 QM 1명이 들어갔다. QM은 하청 기사가 홍보를 제대로 하는지 독려했다고, 당시 캠페인을 펼쳤던 하청 기사는 설명했다. 원청이 전라도 광주에서 근무하는 하청 기사를 제주도로 파견을 보낸 사례도 있었다. 개통 대기일이 길어짐에 따라 고객의 민원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QM은 하청업체의 서비스 및 영업 지표, 적정 인력, 노조 가입 여부까지 꼼꼼하게 챙겼다. LG유플러스는 ▲개통 대기일 ▲AS 미처리율 등을 기준으로 협력업체의 순위를 매겼다. 순위에 따라 업체에 내려지는 수수료가 달라진다. QM은 인사(노무), 서비스 등의 개선 방향을 마련하라고 하청업체에 지시하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또 '노사 이슈로 대외기관(언론·국회·노동부)에 민원이 발생할 경우 최종등급에서 1등급 하향'이라고 공문을 통해 하청업체를 압박했다.
 
본지가 입수한 문건에는 QM이 하청업체가 기사를 언제까지 충원할지 묻고, 노조 가입 여부와 노조 회의 내용을 묻는 이메일 내용도 다수가 있었다. 강병원 의원은 "불법파견의 유력한 증거인 만큼 고용부는 불법파견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고용부의 실태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고 있고, (조사가)진행 중이라 (관련 내용은)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 관리자(QM)이 하청업체에 보낸 메일. 노조·인사 관련 내용을 지시했다. 사진/뉴스토마토
 
LGU+는 하청에서 노사 문제가 발생해 외부로 알려질 경우 부정적 평가를 하겠다고 통보했다. 사진/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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