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피플)"은퇴설계, 고민할 시간에 시작하자"
김동엽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은퇴교육센터장
2018-04-26 08:00:00 2018-04-26 08:00:00
[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후준비가 우리 사회에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로 떠오른 게 이미 오래전이다. 국내외 수많은 연구기관과 전문가들은 십수 년 전부터 준비되지 않은 노후에 대해 끊임없이 경고음을 냈다. 그러나 한국인의 노후준비는 여전히 낙제점이란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은 80세를 넘었고 대다수 사람은 60세가 되기 전에 은퇴한다. 은퇴는 소득 절벽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말이지만 20년 이상의 삶은 아직 남아있다. 준비되지 않은 노후가 재앙으로 표현되는 이유다.
 
노후의 삶을 두고 희망과 절망을 오가며 고민만 하는 이들을 위해 김동엽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은퇴교육센터장을 만나 조언을 들어봤다. 김 센터장은 거창한 이론이나 이상을 앞세우기보다 각 개인에게 가장 적합한 은퇴설계 방법을 찾고 도움을 주기 위해 수없이 많은 강의와 상담을 해 오고 있다.
 
김동엽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은퇴교육센터장이 지난 11일 서울 홍대 팟빵홀에서 열린 행은발(행복한 은퇴 발전소) 세미나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미래에셋은퇴연구소
 
국내에서는 은퇴설계와 관련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특별히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있나.
처음 직장 생활을 보험회사에서 시작했는데 그곳에서부터 재무설계를 했다. 미래에셋으로 와서는 퇴직연금 관련 업무를 주로 했다. 은퇴설계는 전체 라이프사이클에 맞는 자산관리를 하는 재무설계의 한 테마인데다 그 중요성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집중하게 됐다. 보통 은퇴와 투자, 상속에 관련된 재무설계를 따로 생각하는 데 결국 맥락은 모두 같다.
 
현장에서 볼 때 참석자들은 은퇴 준비가 잘 된 편인가.
교육 참석자들은 노후준비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하지만 본인이 무슨 자산을 얼마나 가졌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고 은퇴설계를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그래서 교육이 진행되면서 은퇴설계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고 중요성도 크게 인식하면서 질문도 계속 늘어나는 게 보통이다.
 
강의만으로는 은퇴설계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정보를 주는 데 한계가 있을 것 같다.
현장 강의는 질의응답을 하면서 교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지만 시간과 공간 등 제약이 있는 것도 분명하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연구소에서 행은발(행복한 은퇴 발전소)이란 팟캐스트를 운영 중이다. 팟캐스트는 현장 강의와 반대로 본인이 원하면 언제든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노후준비와 관련해 나오는 지표나 통계를 보면 하나 같이 한국인의 은퇴준비는 낙제다. 정말 심각한가.
지표나 지수는 정책이나 제도를 만드는 입장에서는 의미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큰 의미가 가치를 두지 않아도 된다. 은퇴설계는 각각의 개인이 가진 노후에 대한 목표치와 그것을 이룰 수 있는 준비 상태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사회 내의 평균값이 개인이 원하는 노후의 목표치는 아니다.
 
내 생활비는 얼마나 필요한가. 내 자산이 그걸 만들어낼 수 있느냐. 만약 자산이 부족하다면 욕구를 콘트롤 할 수 있느냐와 같이 각 개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사회보장제도가 부족하다는 게 일반적이 평가다. 노후준비에 대한 개인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사회보장제도가 더 보강돼야 하는 것 아닌가.
사회보장제도는 어느 정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 쉽게 말할 수 없다. 내가 몸담은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정책 제안을 하는 곳은 아니다. 현재의 제도 안에서 활용 가능한 수단으로 최대한 개인에게 알맞은 노후 준비 방법을 찾아주는 게 나와 연구소가 하는 역할이다.
 
김동엽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은퇴교육센터장(맨앞)이 11일 서울 홍대 팟빵홀에서 열린 행은발(행복한 은퇴 발전소) 세미나에서 참석자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사진/미래에셋은퇴연구소.
은퇴설계. 많은 사람이 막막하다는 생각을 할 것 같다.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나.
대부분 은퇴설계를 막연하게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상태를 모르는 것이다. 은퇴 후 삶을 위해서 얼마의 돈이 필요한지 나에게 들어올 돈은 얼마나 되는지를 모르니 설계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은퇴설계의 기본 가정은 '나는 꾸준히 생활비를 쓰겠다'는 것이니 최대한 구체적으로 생활비를 계산하고 실제로 조달 가능한 돈은 얼마나 되는지를 따져보는 데서 첫걸음을 떼면 된다.
 
생활비는 어떻게 계산해봐야 하나.
가장 중요한 것은 대략 200만~300만원이 필요하다는 식이 아니라 생활비 내역을 항목별로 나눠서 구체적으로 적어보는 것이다. 여기서 생활비는 부부가 기본생활 이상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금액. 최소한의 불편함이 없을 정도의 금액이라고 보면 된다.
 
제일 먼저 따져볼 게 식비다. 하루에 두 끼를 먹을지 세끼를 먹을지 생각해서 한 끼에 들어갈 식비를 곱해서 계산해도 되고 이게 어렵다면 현재 쓰고 있는 식비를 기준으로 어느 정도 늘어날지 또는 줄어들지를 예상해보면 된다.
 
비슷한 방식으로 ▲아파트 관리비 등 주거비 ▲기름값 등 자동차 관련 비용 ▲휴대폰, IPTV 등과 관련된 통신비 ▲각자의 용돈 ▲경조비 ▲세금 등 비소비지출 등도 계산해보면 된다. 참고로 65세 이상 1년 평균 경조비는 115만원으로 월평균 10만원 정도 나가고 비소비지출은 보통 20~30% 정도라고 한다.
 
자산상태는 어떻게 파악해야 하나.
연금 및 금융자산은 금융감독원 연금 포털과 금융소비자 정보 포털(파인)에 들어가면 어렵지 않게 알아볼 수 있다. 여기서 자신과 배우자의 자산을 정확하게 확인하면 된다. 연금 수령 시기도 파악해서 소득 공백기가 언제인지도 알아야 한다.
 
노후에 필요한 생활비와 자산상태를 따진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하나.
이제는 둘을 비교하면서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지를 결정해나가면 된다. 예를 들어 생활비가 400만원 필요한데 현금흐름은 350만원만 확보할 수 있다. 그렇다면 50만원을 더 마련할지 아니면 생활 수준 목표를 낮춰 생활비를 50만원 줄일지 선택하는 식이다. 돈을 더 마련하기 위해서는 금융자산을 이용하거나 시간제 근무처를 구하는 방법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
 
2030세대는 노후가 멀게 느껴지기 때문인지 은퇴준비에 상대적으로 더 소홀하게 되는 것 같다.
대부분 어느 정도 조건이 충족되면 은퇴 준비에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완벽한 시기는 절대 오지 않는다. 이 일이 해결되면 해야지 저 일이 마무리되면 해야지 하다 보면 시작도 못 한다. 만기까지 채우지 못하고 금융상품을 해약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일단 시작을 하는 게 맞다. 처음부터 연금이나 장기 상품을 할 필요는 없다. 결혼과 같은 큰 이벤트가 끝났다면 장기로 들어가면 된다.
 
'업'이란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면 주인공이 돈을 투명한 병에 돈을 모으다가 일이 생겨서 깨고 다시 모으는 일을 반복한다. 여기서 많은 사람이 끝까지 모으지 못하고 병을 깬 것만 생각하는데 그보다 다시 모으는 데 집중해야 한다. 모으지 않으면 일이 생겼을 때 깨서 꺼낼 돈도 없다.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촘촘한 계획이 필요한 것 아닌가.
마시멜로 첼린지라는 게임이 있다. 정해진 시간 내에 스파게티 면과 실, 테이프를 이용해 구조물을 만들고 마시멜로를 맨 위에 올리면 되는 게임이고 가장 높은 구조물을 만들면 승리한다. 톰 워젝이란 사람이 다양한 집단을 대상으로 70회 이상 대회를 열고 성과를 측정했는데 가장 성과가 좋았던 팀은 건축가와 공학자로 이뤄진 팀이었고 2등은 유치원생이었다. 경영대학원 학생들의 성과는 유치원생에 크게 못 미쳤다.
 
경영대학원생들은 완벽한 방법을 고민하느라 시간을 허비했고 정해진 시간 내에 마시멜로를 단 한 번 올려놨다. 유치원생들은 막 쌓았고 다섯 번 정도 마시멜로를 올렸고 더 높이 쌓았다. 2030이라면 은퇴를 할 때까지 수십 년이 남아 있고 그만큼 변수도 많다. 건축가와 공학자처럼 정답을 알고 은퇴설계를 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계획만 세우다가 시간을 허비하는 것보다는 일단 시작하는 게 더 낫다.
 
노후준비에 관해 한마디만 조언할 수 있다면 무슨 말을 하겠나.
2030에게 하고 싶은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단 무엇이든 시작하라는 것이다. 대부분 사람이 어제 하지 않은 일을 후회하고 내일 할 일을 걱정하면서 오늘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이런 생각과 행동에 변화를 줘야 한다. 깊게 고민하지 말고 일단 시작해라 그리고 수정·보완해나가면 된다.
 
김동엽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은퇴교육센터장. 사진/미래에셋은퇴연구소.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