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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토 기획)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정말 독과점일까?
2018-04-30 15:49:15 2018-04-30 16:46:28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또 다시 수면 아래 가라 앉았던 괴물에게 동아줄을 내려주고 있다. ‘괴물’은 ‘절대로 죽지 않는’ 스크린 독과점이다. 동아줄은 일부 언론의 해묵은 논쟁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동아줄이라고 착각을 하고 일부 언론이 숟가락 얹기에 바쁘다. 따지고 보면 도대체 풀리지 않는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극장업계의 자기 희생만을 연중 행사로 강요하고 있는 모양새다. ‘숲이 아닌 나무’만 쳐다보고 그 숲을 판단하잔 논리이다. 정말 숲을 이루고 있는 나무의 질이 문제일까. 아니면 그 숲 자체가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시름시름 앓고 병들어 가는 것 일까.
 
 
♦ 멀티플렉스 스크린 자체 규제?
 
지난 25일 개봉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개봉 첫 날 차지한 스크린 개수는 무려 2461개다. 현재 대한민국 유효 스크린을 대략 2900개 내외로 보고 있다. 무려 80%가 넘는 수치다. 상영 횟수도 상상을 초월한다. 개봉일 상영횟수가 1만 1423회다. 좌석 점유율(극장 한 개관에 관객들이 들어차는 수치)은 49.8%였다. 이 같은 역대급 자양분을 밑바탕으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개봉 첫 날 98만을 동원했다. 오프닝 스코어 역대 최고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개봉 하루 전 사전 예매율이 무려 96.7%까지 치솟은 바 있다. 사실상 시장 전체를 장악한 수치다. ‘해묵은 논리’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스크린 독과점’ 잣대를 들이 밀어도 할 말이 없다.
 
이 지점에서 가설 하나를 제시하자. 만약 멀티플렉스 사업자 스스로가 스크린을 규제할 경우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불씨 자체를 사전에 차단해 관객 및 예비 관객이 몰리는 영화에 가이드 라인을 설정해 스크린 배정을 규제하는 방식이라면.
 
황재현 CGV 커뮤니케이션팀 팀장은 “그 지점이 오히려 역차별이 아닐까”라면서 “’어벤져스: 인피니티워’의 경우 예매 날짜를 일반적인 영화보다 훨씬 더 많이 오픈 했다. 하지만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할 정도다”고 전했다. 실제로 용산CGV 아이맥스관의 경우 새벽 시간대까지 예매율이 70% 가량 될 정도다. 황 팀장은 “본사 차원에서 각 지점에 상영 가이드 라인 정도는 공유를 한다”면서 “하지만 강제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각 지점별로 책임자가 엄연히 존재한다. 그들 역시 매출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되는 영화를 내리고 관객이 적게 드는 다양성 영화를 상영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전했다.
 
조성진 CGV 전략지원 담당은 “이율 배반적이다. 어차피 예상은 했었다”면서 “각 배급사나 제작사가 ‘어벤져스’ 같은 대작 영화가 개봉을 할 때마다 배급을 피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극장 사업자 입장에선 팔리는 영화를 내걸 수 밖에 없다. 그 만큼 관객들이 몰리는 수준이다”고 말했다. 이어 “반대로 극장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스크린 개수를 제한해 ‘어벤져스’ 같은 영화를 제한 상영한다면 어떤 현상이 벌어지겠나”라면서 “지금도 현장 발권 없이 거의 전량이 사전 예매로 매진이 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급을 제한한다면 그것 자체가 문제가 아닌가”라고 설명했다.
 
♦ 스크린 규제가 아닌 전용 상영관이 먼저?
 
결과적으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란 것은 모두가 인식하고 있는 지점이다. 국내 극장업계 선두 주자인 CGV는 이를 위해 다양성 영화 전용 상영관인 CGV아트하우스를 운영 중이다. 이 곳에선 다양성 영화뿐만 아니라 일반 상업 영화도 상영이 된다.
 
황 팀장은 “지난 해 개봉한 ’노무현입니다’의 경우 다양성 영화로 출발했지만 관객 반응이 좋아서 일반관으로까지 확대 상영이 된 케이스다”면서 “큰 영화에 스크린 몰아주기를 문제로 지적하는 것보단 다양성 영화 상영관 확대가 더 먼저가 되야 할 지점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현재 CGV는 다양성 영화 전용 상영관인 CGV아트하우스관을 전국에 22개 관 25개 스크린으로 운영 중이다.
 
롯데시네마도 마찬가지다. 최준식 롯데시네마 홍보팀 과장은 “본사 자체에서 스크린 자체 규제를 한다면 스크린 독과점 논란보다 더한 논란이 벌어질 것이다”면서 “각 지점에 상영 가이드 라인을 전달하기는 한다. 하지만 상영관 자체의 매출은 오롯이 상영관 자체의 몫이다. 결과적으로 잘되는 영화에 스크린 독과점을 이유로 규제를 할 수는 없다”고 항변했다.
 
메가박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결과적으로 잘되는 영화를 규제한다면 그에 따른 수요를 원하는 관객들의 요구를 공급자인 극장 자체가 규제를 하는 꼴이 된다. 이는 언론이 지적하는 스크린 독과점 자체의 지적이 어불성설이라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매년 반복되는 스크린 독과점 자체를 극장 자체에 묻는 것 자체가 논리에 어긋나고 있단 점이다. 수요에 따른 공급을 예측한 판매자의 대규모 공급에 화살을 쏘는 것은 시작부터 문제란 지적이다. 이는 극장업계 관계자 모두의 전언이다. 규제를 위해 공급을 조절하면 오히려 억차별의 문제만 불거진단 것이다. 이는 스크린 독과점 문제와는 비교도 안 되는 더 큰 논란이 된다. 시장 자체의 공급과 수요를 억지로 조절하는 문제다. 자유경쟁 시장 체제의 성립을 거부하는 꼴이다.
 
♦ 정부 개입이 해법?
 
결과적으로 이 해묵은 논쟁은 정부가 개입을 해야 풀어질 수 있는 문제다. 도종환 문화체육부 장관은 국회의원 시절인 2016년 10월 극장이 시간대-요일-관객수 등을 고려해 공평하게 상영관을 배정하고 복합상영관은 예술-독립영화 상영관을 한 곳 이상 지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국회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해 11월 대기업 직영 상영관이 같은 영화를 40% 이상 상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내 놓은 바 있다. 이 역시 계류 중이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질문과도 같다”면서 “영화 배급 자체가 돈을 벌기 위한 상품 공급 방식이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자유 시장 경쟁 체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방식을 택했는데 시장을 질서를 해친다고 한다. 그러면 ‘장사를 하지 말라’ 혹은 ‘대규모 배급 방식 자체’가 문제란 말이다”고 전했다. 이어 “법적인 상영 규제의 틀을 만들던가 다영성 영화 상영관 확대를 이뤄 내던가 해법을 정부가 내놔야 할 것이다”고 전했다.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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