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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장성원 독립영화감독 “칸영화제 초청 자체가 큰 의미…장편 도전할 것”
독립영화 '나들이', 칸 영화제 비경쟁부문 초청…16일 칸에서 베일 벗어
2014년 '엄마의 냉장고'로 데뷔…"인프라·정책 턱없이 부족해"
2018-05-02 16:08:09 2018-05-03 08:48:56
[뉴스토마토 임효정 기자] 2억2000만명. 지난해 영화관을 찾은 국내 관객 수다. 역대 최고 기록이다. 영화관수도 국내 800곳에 달한다. 스크린 수로는 3000개에 육박한다. 영화는 이제 일상이 됐다. 물론 증가 폭은 둔화하고 있다. 그렇다고 소비가 줄었다는 것은 아니다. 모바일, TV 등 상영관을 대체할 만한 매체 수단의 영향이 반영된 결과다.
 
이처럼 관객들의 지지로 영화산업이 황금시대로 접어든 모습이지만 이를 전혀 체감하지 못하는 곳도 있다. 바로 독립영화계다. 독립영화계의 길은 여전히 험난하다. 관심은 대중의 입맛을 사로 잡은 상업영화에 쏠리고 있으며, 때문에 투자 역시 녹록지 않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작자의 의도를 담은 독립영화가 연간 500편 넘게 나온다. 이들은 감춰진 이슈를 드러내거나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역할을 한다. 힘겨운 독립영화 생태계 속에서 꿋꿋이 작품을 제작, 연출하는 이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장성원(사진) 감독도 이들 중 한 명이다. 그의 세 번째 작품인 '나들이'는 오는 8일 개막하는 칸 영화제에서 베일을 벗는다. 비경쟁부문에 초청받았다. 노력에 대한 결실이다. 출국을 앞둔 장 감독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독립영화에 뛰어든 계기는
 
대학 생활을 하면서 졸업작품으로 만든 영화가 영화제에 상영되는 것을 보고 영화감독의 길을 택했다. 말보다 영화로 전달하는 게 나에게 맞았다. 언어에는 불명확성이란 게 있는 것 같다.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언어로 내뱉었을 때 그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모호성과 불명확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것을 이미지로 그대로 보여주자고 생각했다. 영화는 예술이다. 독립영화는 예술성을 바탕으로 독특함, 창의성을 가졌기에 나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상업영화와 달리 비영리이다 보니 독립영화를 제작하는 데 어려움도 많을 것 같은데
 
직업이 뭐냐고 물어보면 전일제 학생이라고 답한다. 지금까지 세 편의 독립영화를 내놨음에도 학생이라고 말한 이유는 독립영화감독으로 소득을 얻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소득을 얻고 있는 것을 직업으로 말하기 때문에 독립영화감독을 나의 직업으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한 고민도 많다.
 
이렇듯 독립영화를 제작하기는 쉽지 않다. 하면 할수록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2014년 데뷔할 당시 상황은 더 나빴다. 예술문화 분야에 대한 지원이 열악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3편 모두 20분가량의 단편영화로 제작했다. 적은 예산으로 예술성 있는 작품을 연출할 방법은 단편영화 이외엔 없었다.
 
연간 500편가량의 독립영화가 나온다. 아마 이 가운데 감독의 개인적 비용이 안 들어간 영화는 거의 없을 것이다. 이번 작품(나들이)의 제작비는 1000만원이었다. 이 가운데 절반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지원받았고, 나머지는 사비로 충당했다. 그만큼 지원,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다. 대부분의 감독들도 장편영화를 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장편영화를 진행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뒤따른다.
 
-이번에 나들이란 작품이 칸 영화제에서 상영된다.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어떤 작품인가
 
오는 16일 칸 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된다. 칸 영화제에서 처음으로 공개되는 것이다. 칸에서 상영되는 것만 해도 의미가 크다고 본다. 비경쟁부문에 초청이 된 것이지만 다음에는 경쟁부문까지 노려 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칸에 13일 도착해서 16일까지 일정을 소화하고 돌아올 예정이다. 부스가 마련돼 있어 그곳에서 영화도 홍보하고 관객과 대화도 진행할 예정이다.
 
3대가 같이 사는 한 가족의 이야기다. 노인과 그의 아들, 며느리, 손자, 손녀가 여행을 떠난다. 돌아오는 길에 노인은 없다. 우리나라 노인 유기율이 연간 50~60회 정도가 된다고 한다. 이를 영화에 담은 것이다. 노인을 제외한 가족 구성원은 여행을 차근차근 준비해왔다. 여행을 출발하는 노인도 자신이 버려질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는 것을 예측할 수도 있겠지만 예측하지 못한 관객들은 사뭇 놀라게 되지 않을까 싶다.
 
나들이를 연출할 때 개연성을 많이 신경을 썼다. 20분 안에 스토리를 담아내야 하기 때문에 개연성은 필수적이었다. 시간상 함축적으로 삭제된 부분은 배우의 연기로 커버하려고 했다. 배우 정희태, 이승연이 흔쾌히 참여해줬다. 평소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꼭 섭외하고 싶었던 배우들이다. 제작 기간은 1년 정도 걸렸다. 지난해 1월에 초고를 보고 난 후 연출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올해 2월까지 힘겹게 달려왔다. 배우와 스태프를 포함해 20명이 안 되는 인원이 함께했다. 너무 고맙다.
 
-이 외에 지금까지 어떤 작품을 해왔는가. 작품에 대한 반응은 어땠는가
 
엄마의 냉장고와 방생을 제작했다. 두 작품 모두 2014년에 나왔다. 다만 엄마의 냉장고는 시사회를 거치며 데뷔작이 된 것이다.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풀어낸 엄마의 냉장고는 2015년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성인 섹션에 초청됐으며, 이듬해에는 대한민국단편영화어워즈에서 입상되기도 했다. 서사적 구조를 답습했다는 점은 아쉬운 점으로 지적 받았으며 감정전달이 잘되고 감성을 자극했던 작품이라는 면에서는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방생은 엄마의 냉장고 이전에 만들었지만 데뷔는 좀 늦은 작품이다. 가정폭력에 관한 고등학생의 얘기를 담았다. 당시 만들었을 때 반응은 회의적이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반응이 좋았던 작품이다. 두 작품 모두 현재 국내 OTT 서비스(인터넷 기반 동영상서비스)에서도 선보이고 있다.
 
-독립영화계가 어렵다는 얘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개선돼야 할 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
 
소수예술에 대한 인프라나 정책이 너무 부족하다. 투자가 많이 진행돼야 한다. 몇몇 작품만 선별해서 하는 방식에서 탈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대본만으로는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파악하기 쉽지 않다. 수십 개의 작품과 초기 단계부터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투자를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투자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시민의식도 바꿔야 한다. 협조를 많이 해줘야 한다. 조금만 도움을 주면 돈도 많이 필요 없다. 관심도 더 많아져 크라우드 펀딩 등의 참여도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나라 독립영화의 미래도 어둡지 만은 않을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끊임없이 작품을 할 것이다. 현재 중앙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나중에는 영화감독도 하면서 지도자의 길을 걷고 싶기 때문에 병행하고 있는 것이다.
 
또 기회가 된다면 상업영화도 해보고 싶다. 내 작품을 많은 배급통로를 통해 많은 이들이 봐줬으면 한다. 예술성을 고려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예술과 상업성을 구분해서 생각하는데, 같이 갈 수도 있다고 본다. 사회적 메시지나 예술성도 전달하고 싶다. 예술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잡을 수도 있다. 다만 예술적인 것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마음은 확고하다.
 
네 번째 작품으로는 장편독립영화를 생각하고 있다. 장편영화가 쉽지는 않다. 철저한 준비로 지자체, 부처 등 투자를 많이 받아보려고 한다. 현재 시놉시스를 쓰고 있는 단계이고 내년 초에 대본이 완성되면 차근차근 준비해나갈 것이다.
 
영화 촬영 현장. 사진/장성원 감독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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