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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곤의 분석과 전망)2018 자유한국당 vs 2006 열린우리당
2018-05-14 06:00:00 2018-05-14 06:00:00
지방선거가 이제 딱 한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좀처럼 분위기가 뜨지 않는다. 대통령 지지율 고공행진과 여야 간 지지율 격차, 이슈와 관심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남북-북미 관계 급진전이 주요 원인이다.
 
그래도 조금씩 선거 분위기가 조성되겠지만, 분명히 평소만은 못할 것이다. 사실 북한 변수가 없다손치더라도 이번 지방선거는 여당에 유리한 것이었다. 최근 십여년 간을 살펴보면 여당 기준으로 지방선거 선거 결과는 현직 대통령 임기 잔여 기간에 비례했다. 대통령 임기가 많이 남아있을수록 여당이 좋은 성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대선 1년을 앞두고 벌어진 2006년 지방선거에서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완전히 참패했다. 대통령 임기 반환점을 돌기 전인 2010년 지방선거에선 예상보다 야당이 약진했지만 여당은 서울, 경기 등을 수성했다. 2014년 지방선거는 세월호 참사 직후에 실시된 것이지만 생각보다 여당이 선전했다. 대통령 임기 시작한지 일년 반이 안 된 시점이었다. 이번은? 대통령 임기 시작 한지 일년을 살짝 넘긴 시점에서 실시되는 선거다.
 
거기다 대통령과 항상 직접 비교되는 전직 대통령은 옥중에 있다.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경쟁했던 인사들은 이번에도 전면에 서있지만 여전히 갈라져 있을뿐더러 당시에 비해 지지세를 많이 잃었다.
 
아무리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지만 뚜껑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너무 뻔히 보이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벌어졌고 지방선거 후보 등록 기간 중에는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공개리에 폭파-폐쇄한다. 지방선거 바로 전날에는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야당 입장에서는 답답하지 않을 수 없는 형국이다. 백약이 무효로 느껴질 것이다.
 
사실 12년 전 여당이 딱 그랬다.
 
대통령과 여당은 앞다퉈 지지율을 끌어내렸다. 야당인 한나라당은 이명박과 박근혜라는 차기주자 두 사람이 쌍끌이로 지지율을 견인했다. 선거 막판엔 서울 한복판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커터칼로 피습당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당시 열린우리당은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한다.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 등 지도부와 소속 의원 100여명이 참석한 비상총회 장에서 현 청와대 비서실장인 임종석 의원이 호소문을 낭독했다.
 
임 의원은 “지방자치 싹쓸이는 민주헌정 질서의 와해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며 “선거 후 백지상태로 되돌아가 경제를 최우선 순위에 놓고 대통합과 포용의 정치를 가동하겠다. 며칠 만이라도 매를 거둬 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언론은 제목을 “싹쓸이를 막아주십시오”로 뽑았다. 실제로 열린우리당 당사 외벽에는 “싹쓸이를 막아주십시오”라는 대형 현수막이 내걸렸다.
 
하지만 민심은 움직이지 않았다.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참혹했다. 한나라당이 호남과 제주를 제외한 나머지 열두 군데 광역단체장을 석권했다. 심지어 구 민주당이 전남과 광주를 가져갔고 제주는 무소속이 차지했다. 열린우리당은 당의장 출신지역인 전북에서만 이겼다.
 
지금 야당 상황도 그 때 여당보다 절대 괜찮아 보이지 않는다. 물론 자유한국당 기준으론 대구, 경북 두 군데 정도는 아직 좀 여유가 보이지만 도긴개긴이다. 그런데 슬로건의 느낌은 정반대다. 자유한국당은 1탄으로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 2탄으로 ‘경제를 통째로 포기하시겠습니까’를 내걸었다. 거의 대국민 압박이다. 비슷한 3탄, 4탄으로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아직까진 짐짓 당당해 보일 정도다.
 
하긴 읍소한다고 해서 민심이 돌아설 가능성이 높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살려주십시오’가 안 통할 것 같다고 해서 ‘내가 또 그리 잘못한 것 뭐냐’ 식으로 나서는 건 제 무덤 파는 길 아닌가도 싶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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