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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들, DSR 시행 앞두고 대출 불리기 '꼼수'
1분기에만 여신잔액 2조1천억원 증가…규제 전 우량대출 한도 늘리기
2018-05-15 15:13:26 2018-05-15 16:58:27
[뉴스토마토 김형석 기자] 저축은행들이 오는 7월 시행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앞서 대출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DSR이 도입되면 차주의 대출 한도가 낮아지는 만큼, DSR 시행 이전에 대출 한도를 늘려놓겠다는 심산이다. 다만, 금융당국은 저축은행들이 무리한 대출 당겨받기를 하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15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월 말기준 저축은행의 여신잔액은 53조361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말보다 2조1399억원 늘어난 수치다. 이는 지난해 4분기 증가폭(1조8000억원)보다 늘어난 수치다.
 
저축은행들이 여신 잔액을 늘리고 있는 데는 오는 7월부터 시범운영되는 DSR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DSR은 대출자가 1년에 갚아야 하는 모든 종류의 대출 원금과 이자를 연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기존 주택담보대출 뿐 아니라,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까지 모두 반영하므로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현재 신용대출의 경우 DSR을 150%, 담보대출은 200%까지만 대출을 해줄 수 있다. 이를 넘길 경우 저축은행들은 신용등급에 따라 대출을 거절해야 한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DSR이 시범운영되면 사실상 현재 운영하고 있는 대출을 확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그 전에 우량고객을 대상으로 추가 대출을 진행하는 저축은행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저축은행의 이 같은 모습이 과거 법정 최고금리 인하를 앞두고 고금리 대출을 무더기로 실행한 것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저축은행 업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가계신용대출을 취급한 저축은행 31곳 중 24곳이 2월1일부터 7일까지 연 24%~27.9%의 고금리로 대출을 진행했다. 법정 최고금리가 인하된 2월8일 이전에 고금리 대출장사를 한 것이다.
 
웰컴저축은행은 지난 2월 첫주 가계신용대출 중 74.3%를 고금리 상품으로 팔았다. 저축은행중 고금리 대출 판매 비중이 가장 높았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은 월 가계신용대출 취급량의 41.7%를, 고려저축은행은 30.7%를 고금리로 판매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의 대출액이 과도하게 증가할 경우 관련 업체를 검사하는 등의 조치를 진행할 계획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DSR을 7월 이전에 소급적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도 "고의적으로 7월 이전에 대출액을 늘려 DSR 적용을 피하려는 경우에는 상시 감시를 통해 검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들이 오는 7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앞서 대출을 확대하고 있다. 경기도 인근의 한 저축은행 영업점 모습. 사진/뉴스토마토DB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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