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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감독 ‘버닝’, 우려했던 ‘이것’…’칸 영화제 무관’
2018-05-20 13:19:03 2018-05-20 13:19:03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사실 어느 때보다 분위기는 밝았다. 배우상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하지만 사실상 무관이나 다름없었다. 이창동 감독의 ‘버닝’은 19일 오후 늦게 폐막한 칸 영화제에서 번외 특별상이자 기술상에 해당하는 ‘벌컨상’과 ‘국제비평가연맹상’을 수상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올해 한국영화는 ‘버닝’이 유일하게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전 세계 21개 영화와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놓고 경합을 벌었다. 시작은 좋았다. 지난 16일 공식 스크리닝 후 영화제 공식 데일리 평점 3.8점(4점 만점)을 기록하며 역대 신기록을 달성했다. ‘버닝’의 스크린 평점 신기록 소식은 현지 취재에 나선 외신에서도 다뤄지며 영화제를 뜨겁게 달궜다.
 
최고 평점 외에도 ‘버닝’을 주목하는 이유는 있었다. ‘밀양’으로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전도연) 수상, ‘시’로 각본상 수상 등 이창동 감독은 경쟁부문에서 주요상을 두 번 수상한 경험이 있다. 경쟁부문 심사위원으로 활동한 이력도 있다. 어느 때보다 이 감독의 ‘버닝’ 수상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국내 영화 관계자들은 역대 최고 평점 소식 이후 오히려 부정적인 시선을 내놨다. 칸 영화제는 전통적으로 평점과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갈리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일치된 경우도 있었다. 올해는 유독 갈릴 것이란 예측이 나온 이유는 이랬다.
 
올해 칸 영화제 심사위원은 위원장 케이트 블랜쳇을 비롯해 9명 가운데 여성이 5명으로 과반수를 넘었다. 칸 영화제 수상은 평점보단 심사위원 취향으로 결정된단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또한 올해 심사위원단에는 배우만 4명이 포진해 있었다.
 
칸 영화제에 다년간 다녀온 한 영화계 관계자는 20일 오후 뉴스토마토와의 전화통화에서 “배우가 심사위원이란 점은 작품을 바라보는 것과 심사에 대한 관점 자체가 다르단 점을 말한다”면서 “’버닝’처럼 감독 성향의 작가주의적 영화는 오히려 수상권에서 멀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버닝’의 경우 유아인 전종서 스티븐연 등 배우들의 열연도 분명 돋보였지만 이 감독의 작품 세계관이 너무도 짙게 배어 있다.
 
여성 심사위원들이 많았던 점도 ‘버닝’의 수상을 멀어지게 한 요인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여성에 대한 소비적 시선과 해석으로 ‘버닝’을 바라봤을 수도 있단 얘기다..
 
하지만 그럼에도 가장 큰 수상 탈락 여부는 높은 평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평점이 때로는 수상에 영향을 끼치기도 하지만 대부분 반대 급부의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 이 관계자는 “심사위원들이 언론 및 평론가의 시선과 같다는 것에 대한 반발감을 자극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면서 “사실상 국내 언론이 평점 여부와 관련해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린 경향이 있다”고 아쉬워했다.
 
버닝'은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온 세 젊은이 종수(유아인), 벤(스티븐 연), 해미(전종서) 사이에 벌어지는 미스터리 한 사건을 그린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 '헛간을 태우다'(1983)를 원작으로 한다.
 
‘버닝’은 유통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종수(유아인)가 어릴 적 친구 해미(전종서)를 만나고 해미에게서 미스터리 한 남자 벤(스티븐 연)을 소개 받으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헛간을 태우다’가 원작이다.
 
한편 올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은 일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만바키 가족’이 수상했다.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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